[직썰 / 임나래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공장에서 구조물과 설비를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국내에서도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 구축이 잇따르는 가운데, 최근 건축물의 주요 구조까지 공장에서 제작하는 방식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공사 기간 단축보다 품질 관리 측면의 강점이 더욱 부각된다. 공장 제작을 통해 기상 조건과 작업 환경에 따른 변수를 줄이고 보다 균일한 시공 품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조립형’ 모듈러 공법 급부상
세계적으로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국내에서도 반도체 산업 성장세와 맞물려 데이터센터 확충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이유다.
문제는 속도다. AI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지만 이를 수용할 데이터센터 공급은 쉽지 않다. 이에 건축물의 주요 구조와 설비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설치하는 모듈러 공법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현장 작업 비중을 줄여 공정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외부 환경에 따른 품질 편차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모듈러 공법은 최근 공공주택의 신속한 공급 수단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 왔다.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도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증설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삼성물산 ‘모듈러 AI 데이터센터’ 본궤도…사업 영역 확장
해외에서는 모듈러 데이터센터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T시스템즈(T-Systems) 데이터센터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파크랜드(Parklands) 데이터센터는 서버 공간과 전력·냉각설비 등을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국내에서도 엘리스그룹의 ‘AI PMDC’와 LG CNS의 ‘AI 박스’ 등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들 사례는 건축물 전체를 조립식으로 짓기보다 서버와 전력·냉각설비를 하나의 모듈에 담아 현장에서 연결하는 설비형 방식에 가깝다.
한 단계 진화한 사업도 등장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8일 춘천시로부터 ‘모듈러 AI 데이터센터’ 건축 허가를 받았다. 건축물의 주요 구조까지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오는 24일 착공해 2028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건물의 뼈대까지 공장에서 제작하는 방식으로 모듈러 적용 범위를 한층 넓혔다.
◇외부 변수 줄여 품질 확보…“공기 단축보다 안정적 시공 강점”
주택 분야에서 모듈러 공법이 공급 속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주목받았다면, AI 데이터센터 부문은 공사 기간 단축보다 품질 관리 측면에서의 이점이 더 크다. 통제된 공장 환경에서 주요 구조와 설비를 제작해 현장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할 경우 기후 여건과 작업자의 숙련도 등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지만 공장 제작 방식은 통제된 환경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비교적 균일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계와 시공 계획이 확정된 이후 개별 사업에 맞춰 주문 제작에 들어가는 구조여서 제작 기간이 별도로 소요되는 만큼 공사 기간 단축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공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보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줄여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듈러 공법 도입을 위한 검토와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 작업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체 공사 기간이 크게 단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에서는 공기보다 안정적인 시공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모듈러 공법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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