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해외 성장축이 중국에서 북미·유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중국 소비 부진과 면세시장 침체로 고전했던 두 회사는 아마존 같은 온라인 채널에서 인지도를 높인 브랜드를 세포라·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확장하며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과 면세점에 의존했던 K-뷰티 대기업의 성장 전략이 서구권을 중심으로 한 다브랜드·다채널 체제로 바뀌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2543억원, 영업이익 12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6%, 53.3% 증가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도 매출이 17%, 영업이익이 59% 늘며 그룹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실적 반등 중심에는 해외 사업이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해외 매출은 551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 증가했다. 해외 영업이익은 360억원에서 718억원으로 99% 뛰었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성장을 주도했다. 라네즈와 코스알엑스가 북미 스킨케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 가운데 에스트라와 일리윤, 미쟝센 등 후발 브랜드도 성장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6월 열린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미국 매출은 지난해 행사보다 20%, 유럽 매출은 2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라네즈의 립 글로이 밤과 립 슬리핑 마스크는 미국 아마존 립밤 부문 1·2위에 올랐다. 코스알엑스와 일리윤, 에스트라, 미쟝센 제품도 주요 카테고리 상위권을 차지했다. 에스트라와 일리윤의 유럽 매출은 전년 대비 164%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에서 고객 접점을 넓힌 브랜드를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확장하고 있다. 더마 브랜드 에스트라는 올해 2월 세포라 유럽 온라인몰에 먼저 입점한 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19개국 약 860개 세포라 매장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에스트라의 대표 제품인 아토베리어365 크림은 2025년 2월 미국에 진출한 뒤 세포라 모이스처라이저 부문 상위 5위에 오른 바 있다. 코스알엑스도 아모레퍼시픽의 서구권 사업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3년 코스알엑스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 디지털 유통망을 갖춘 코스알엑스를 라네즈·에스트라·일리윤과 함께 운영하며 서구권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일본에서도 채널과 브랜드를 다변화하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큐텐재팬의 할인 행사인 ‘메가와리’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고 라네즈와 미쟝센도 현지 온라인·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했다. 반면 중화권 매출은 유통 채널 효율화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기보다 점포와 거래 구조를 정비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LG생활건강도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효과가 나타났다.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6574억원으로 3.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28억원으로 87.5%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776억원으로 101% 증가했다. 해외 매출은 5845억원으로 12.6% 늘어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했다. 특히 북미 매출이 2058억원으로 47.3% 증가하며 중국 매출(1760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중국과 면세 채널에 의존했던 해외 사업의 중심축이 북미로 이동한 것으로 관측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 이선주 대표를 선임한 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와 유통 채널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중국과 면세점 중심의 럭셔리 화장품 사업은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는 한편, 닥터그루트와 유시몰, CNP, 피지오겔 등 기능성이 뚜렷한 브랜드를 북미·일본·동남아 시장에서 키우는 전략이다. 북미 사업의 선봉에는 닥터그루트가 있다. 닥터그루트는 2023년 11월 북미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뒤 아마존과 틱톡에서 인지도를 쌓고 코스트코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올해 3월 미국 세포라 온라인몰에 입점했고 6월에는 핵심 매장 90여 곳에 별도 진열대를 설치해 현지 수요를 점검했다.
이달부터는 미국 전역 400여 개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샴푸와 컨디셔너, 두피 세럼 등 18개 제품을 판매한다. 북미 코스트코 600여 곳에 이어 프리미엄 뷰티 전문점까지 유통망을 넓히며 온라인 중심이던 북미 사업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지난 6월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닥터그루트와 유시몰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45.9%, 54.3% 증가했다. CNP와 더페이스샵, 피지오겔 제품도 주요 카테고리 상위권에 올랐다. LG생활건강은 두피 관리와 치아 미백, 피부 장벽 개선처럼 소비자가 효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북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뷰티 사업도 회복세를 보였다. LG생활건강의 2분기 뷰티 부문 매출은 8184억원으로 3.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44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 닥터그루트와 유시몰, 도미나스, VDL, 힌스 등이 국내외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성장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과거에는 더후를 중심으로 한 중국 럭셔리 화장품 사업이 이익을 책임졌지만 최근에는 브랜드와 지역, 판매 채널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북미에서 닥터그루트와 유시몰을 육성하는 동시에 미국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의 재정비에도 나섰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코스모프로프에서는 더크렘샵의 리브랜딩 제품을 공개하며 현지 바이어와의 접점을 넓혔다.
두 회사의 변화는 K뷰티 수출 시장의 다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한 70억 달러로 잠정 집계돼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4억49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20.7%를 차지해 최대 시장에 올랐다. 중국은 10억600만 달러, 일본은 5억820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폴란드와 영국, 네덜란드도 수출 상위 10개국에 포함되면서 유럽 시장의 존재감이 커졌다.
미국이 최대 단일 시장으로 자리 잡고 유럽 주요국으로 수출 대상이 넓어지는 흐름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북미·유럽 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과 면세점에 집중됐던 국내 대형 화장품 업체들의 해외 전략도 지역과 브랜드,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K-뷰티 성장 무대가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확장하면서 북미·유럽 시장의 성장세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브랜드의 오프라인 채널 진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오프라인 침투 확대는 기존 고객층과 다른 신규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고, 구매 의향이 높은 소비자가 모여 있어 구매 전환율도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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