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2026년 국내 산업계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연초 주요 그룹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AI를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제시한 이후 기업들은 조직 개편과 기술 개발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대규모 투자, 신사업 진출에 나서며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현장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면서 경쟁의 초점도 개별 기술에서 AI 밸류체인 선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락>뉴스락>은 ‘AX 선언’ 이후 6개월간 국내 주요 기업들의 행보를 통해 K-산업 AI 밸류체인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HBM 넘어 AI 생태계로…삼성·SK, 글로벌 AI 반도체 주도권 경쟁
생성형 AI 확산 이후 반도체 산업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생산능력과 원가 경쟁, 미세공정 기술력 확보를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글로벌 AI 기업과 어떤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I 연산 성능을 좌우하는 GPU와 이를 뒷받침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순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AI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 등 반도체 전 영역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고, SK하이닉스는 D램 기술력을 기반으로 HBM 시장 선점에 주력했다.
하지만 AI 시대가 열리면서 경쟁 기준도 달라졌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자체 기술력뿐 아니라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글로벌 AI 칩 설계 기업과 얼마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느냐가 시장 주도권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경쟁력에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역량을 결합하며 AI 반도체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AI 반도체 분야 협력을 확대하며 주문형 AI 반도체(ASIC)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로드컴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칩 설계를 지원하는 핵심 기업으로,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엔비디아 중심의 AI 가속기 시장뿐 아니라 자체 AI 칩을 개발하는 빅테크 고객군까지 공급망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또 AMD와도 차세대 AI 메모리 및 컴퓨팅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HBM4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아키텍처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분야 협력을 확대하며 AI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차세대 AI 메모리 분야 협력을 이어가며 HBM 공동 개발과 최적화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HBM을 공급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생태계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와 AI 서버용 메모리 장기 공급 협력을 추진하며 AI 데이터센터 환경에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이 같은 AI 메모리 경쟁력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경신했다. HBM과 AI 서버용 D램, 기업용 SSD(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을 견인했고, 상반기 누적 매출도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하는 한편, HBM4 양산 확대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통해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DS부문은 서버향 메모리 수요 강세와 HBM4 공급 확대, 업계 최초 HBM4E 샘플 출하 등을 기반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AI 메모리 경쟁력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경쟁이 더 이상 '누가 더 많은 메모리를 생산하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가 되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개별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고객사의 AI 가속기와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도 HBM공급량을 넘어 글로벌 AI 기업과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선점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은 메모리 시장 패권을 넘어 AI 시대의 핵심 공급망을 누가 선점하느냐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피지컬 AI' 승부수…지분 인수·투자로 로봇 생태계 확보
생성형 AI 경쟁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되면서 산업계의 새로운 경쟁 무대로 '피지컬 AI'가 떠오르고 있다.
과거 제조기업들의 AI 전략이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생산 자동화 등 기존 공정 효율화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AI가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중심의 피지컬 AI 기술 확보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전자 등 제조기업들은 로봇을 단순 자동화 장비가 아닌 미래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플랫폼으로 보고 지분 투자와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약 1조원을 투입해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배 지분을 확보한 이후 로봇 기술 내재화를 추진해왔다. 이후 잔여 지분까지 확보하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0% 체제를 구축했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단순한 로봇 판매가 아니다. 자동차 생산라인과 스마트팩토리에 AI 로봇을 결합해 제조 현장의 자율화를 높이고, 향후 물류·서비스 분야까지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도 로봇을 미래 성장 분야로 낙점하고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로봇 플랫폼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를 통해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 등 로봇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이후 미래로봇추진단을 중심으로 차세대 로봇 사업화를 추진하며 제조 현장과 생활 영역을 아우르는 로봇 생태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AI와 로봇을 결합한 'AI 자율공장' 구축을 추진하며 생산·물류·설비 관리 영역에서 로봇 활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자재 운반, 조립, 환경안전 등 제조 현장 전반에 AI 기반 로봇을 적용해 자동화를 넘어 자율화 단계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 역시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LG전자는 서비스 로봇과 AI 가전 중심 사업에서 나아가 로봇 핵심 부품과 원천 기술 확보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로봇 구동부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며 완제품뿐 아니라 로봇 밸류체인 전반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SKT도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뛰어들었다.
SKT는 피지컬 AI·로보틱스 스타트업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휴머노이드, 웨어러블 로봇, 산업용 협동로봇,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피지컬 AI 경쟁이 단순히 '더 똑똑한 로봇'을 만드는 경쟁이 아니라 AI 모델, 반도체, 데이터, 제조 현장을 연결하는 종합 생태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로봇 하드웨어만 확보한다고 단기간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AI 모델과 센서, 액추에이터, 제어 기술은 물론 실제 제조 현장에서 축적되는 작업 데이터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지분 인수와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부족한 기술을 외부에서 확보하는 동시에 로봇 생태계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피지컬 AI 경쟁의 성패는 확보한 로봇 기술을 실제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고 사업화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AI 시대 기반시설 확보 경쟁…통신·전자업계, AIDC 밸류체인 선점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개발에서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AI 시장 경쟁이 거대언어모델(LLM)의 성능과 알고리즘 경쟁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최근에는 고성능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AIDC)와 전력·냉각 등 인프라 확보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틱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AI 연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네트워크, 냉각 시스템 등 AI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전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AI 데이터센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대규모 투자와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T는 통신 기업을 넘어 AI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AI 데이터센터 사업 전문 법인 'SK하이퍼'를 설립했다.
SK하이퍼는 AI 데이터센터 사업 개발을 전담하며 2030년까지 7500억원을 출자해 부지 확보와 변전소 구축 등 AI 데이터센터 기반 마련에 나선다. SKT는 이를 통해 국내를 넘어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SKT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단순 서버 임대 사업이 아닌 AI 컴퓨팅 인프라 플랫폼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 역시 AIDC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통신 인프라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AI 시대 급증하는 컴퓨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AIDC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서버 운영뿐 아니라 안정적인 네트워크와 보안, 운영 관리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통신 사업자로서의 강점을 활용해 기업 고객 대상 AI 인프라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KT는 엣지 AI 영역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KT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NPU) 기업 딥엑스, AI Edge Box 기업 세솔과 협력해 저전력·저발열 AI Edge Box 개발에 나섰다.
기존 AI가 중앙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이었다면, 엣지 AI는 현장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는 구조다. KT는 이를 활용해 EV 충전소, 이동식 CCTV, 교통 인프라 등 산업 현장 AI 서비스 확대를 추진한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새로운 시장으로 냉각 솔루션을 주목하고 있다.
AI 서버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높은 발열을 발생시키면서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엔비디아 인증을 받은 냉각수 분배 장치(CDU) 등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하며 인프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과 냉각 용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서버 공간만 확보한다고 사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전력망과 부지, 네트워크, 보안, 냉각 설비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핵심 경쟁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는 사업자뿐 아니라 엣지 AI와 냉각 솔루션 등 주변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들의 시장 기회도 함께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쩐의 전쟁' 된 AI 밸류체인…"승부처는 투자 아닌 수익화"
AI를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은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실제 산업 경쟁력과 수익으로 연결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AI 관련 지출 규모가 2조5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최적화 서버, 반도체, 네트워크 등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AI 벨류체인 전반이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SK텔레콤 ·KT·LG유플러스가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사업 확대에 나서는 한편, 현대차·삼성전자·LG전자 등이 로봇과 제조 현장 적용을 추진하는 것도 AI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딜로이트 역시 2026년 기술 전망에서 AI 경쟁이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하드웨어와 인프라, 제조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AI 모델뿐 아니라 이를 구현할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로봇 등 전방위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AI 산업을 둘러싼 투자 확대가 모두 장밋빛 전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AI 인프라 구축에는 반도체 생산라인,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등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AI 투자 경쟁' 관련 보고서에서 AI가 새로운 기술 혁신 사이클을 이끌고 있지만,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자본을 투입할 경우 과잉 투자와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BIS의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AI 붐 과정에서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현금흐름을 넘어 부채 의존으로 이어질 경우 향후 투자 조정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록 역시 2026년 전망 보고서에서 AI 시장의 핵심 질문으로 'AI가 거품인가', '누가 실제 가치를 가져갈 것인가'를 제시하며, 향후 경쟁의 승부처는 단순한 투자 규모가 아니라 실제 경제적 가치 창출 여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AI 경쟁이 얼마나 많은 자본을 투입했느냐보다 구축한 AI 밸류체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수익화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AI 선언 이후 6개월이 기업들의 방향 설정과 투자 확대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반도체·인프라·로봇·제조를 연결한 AI 생태계를 실제 경쟁력과 성과로 증명하는 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경쟁이 AI 밸류체인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이를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라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현장이 개별 사업에 머물 경우 투자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각 사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고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기업이 AI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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