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42도대 기온이 등장했다. 경남 양산은 닷새 연속 40도를 넘겼고, 전남 광양과 경북 경주 등 남부지방 곳곳도 40도 안팎까지 달아올랐다.
제 13호 태풍 돌핀(DOLPHIN) 2026년 08월 02일 16시 00분 발표 / 기상청
끝이 보이지 않는 폭염 속에서 제13호 태풍 ‘돌핀(DOLPHIN)’이 다음 주 한반도 날씨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태풍이 중국 쪽으로 향하면 뜨겁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밀려들어 폭염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반대로 한반도 가까이 접근하면 비와 구름이 늘면서 기온이 내려갈 수 있지만 강풍과 집중호우라는 또 다른 위험이 뒤따른다.
폭염 탈출이냐, 폭염 연장이냐. 한국이 돌핀의 진로에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양산 42.5도…사상 첫 닷새 연속 40도
2일 경남 양산의 기온은 오후 1시 16분 42.0도를 기록한 데 이어 오후 1시 26분 42.5도까지 치솟았다. 국내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후 42도대 기온이 관측된 것은 처음이다.
양산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닷새 연속 40도를 넘었다. 한 지역에서 40도 이상의 기온이 닷새 연속 이어진 것 역시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초다.
더 심각한 점은 기온이 40도에 도달하는 시각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오후 3시 26분에 40도를 기록했지만, 2일에는 오후 1시대에 이미 42도를 넘어섰다. 폭염이 반복되면서 밤사이 식지 못한 열이 계속 누적되는 양상이다.
남부지방의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남 광양시 광양읍은 이날 낮 12시 50분 40.3도를 기록했다. 전남·광주 지역에서 기온이 40도를 넘어선 것은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경북 경주도 오후 1시 30분 39.8도를 찍은 뒤 40.2도까지 올랐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40도 안팎의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졌다.
시속 180㎞ 돌핀, 강도 4 유지하며 서진
경남 밀양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고 농업용수 가뭄 단계가 '경계' 수준
한반도가 극한 폭염에 갇힌 사이 돌핀은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강도 5까지 발달했던 돌핀은 2일 오후 현재 강도 4를 유지 중이다.
기상청이 이날 오후 4시 발표한 태풍정보에 따르면, 돌핀은 오후 3시 기준 북위 23.2도, 동경 152.3도에서 시속 20㎞로 서북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30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50m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180㎞에 달한다. 강풍반경은 430㎞, 폭풍반경은 150㎞로 분석됐다. 돌핀은 3일까지 중심기압 930hPa, 최대풍속 초속 50m의 강도 4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후에도 서쪽으로 이동하며 5일과 6일 최대풍속 초속 45m의 강도 4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오후 3시에는 북위 26.8도, 동경 127.8도까지 이동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때 중심기압은 950hPa, 최대풍속은 초속 43m 또는 시속 155㎞로 강도 3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세력은 다소 약해지지만 강풍반경은 여전히 45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7일 예상 위치의 70% 확률반경이 440㎞까지 넓어져 실제 이동 경로에는 상당한 변동성이 남아 있다. 아직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으로 가면 폭염 연장, 한국 접근하면 강풍·폭우
돌핀의 진로가 중요한 것은 태풍이 한반도 주변 공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이 중국 동부 방향으로 이동하면 가장자리를 따라 뜨겁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폭염이 끝나기는커녕 더 심해지거나 장기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반대로 돌핀이 예상보다 한반도 가까이 북상하면 구름과 비가 늘면서 기온이 다소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폭염에서는 잠시 벗어날 수 있지만 강풍과 집중호우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
어느 쪽이든 돌핀의 진로가 한반도 날씨를 크게 뒤흔드는 셈이다. 중국 쪽으로 향하면 폭염이 문제고, 한반도로 다가오면 비바람이 문제가 된다.
'극한 호우' / 뉴스1
변수는 북태평양고기압이다. 태풍의 이동 경로와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 및 세력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온과 강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기상청은 아직 돌핀이 먼 해상에 있어 국내 영향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이동 경로와 북태평양고기압의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온과 강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다음 주 초쯤에는 국내 영향 여부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남 온열질환자 174명…사망자도 3명
태풍의 진로가 결정되기 전까지 폭염 피해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는 경남에서는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170명을 넘어섰다.
2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1일 하루 거제 6명, 밀양 3명, 창원·진주·김해·산청에서 각각 1명 등 6개 시군에서 온열질환자 13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경남의 누적 온열질환자는 174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3명이 숨졌다. 지역별 환자는 거제가 42명으로 가장 많았고 창원 26명, 진주 23명, 김해 21명, 밀양 17명 순이었다. 양산에서는 지난 1일까지 누적 14명이 발생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80명으로 전체의 약 46%를 차지했다. 10대 1명, 20대 15명, 30대 29명, 40대 23명, 50대 26명으로 전 연령층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질환별로는 열탈진이 10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열사병 34명, 열경련 20명, 열실신 12명 순이었다.
사상 첫 42.5도와 닷새 연속 40도라는 기록까지 나온 상황에서 폭염이 더 길어질지,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가 급변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음 주 초 공개될 돌핀의 예상 진로에 한국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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