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대표기자| "공동의 적이 사라지자 이제는 권력을 위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습니다. 전당대회가 끝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껴안고 웃을 모습을 떠올리면 씁쓸함을 넘어 소름이 돋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권리당원 김모 씨
오는 17일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 선출 경쟁이 갈수록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있다. 집권여당의 전당대회는 국가 운영의 비전과 정책을 경쟁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는 정책보다 권력, 미래보다 계파가 앞서는 내부 권력투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 '윤어게인'과 이른바 '내란정당'을 향해 한목소리를 내던 세력이 이제는 서로를 향해 더 거친 언어와 날 선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당권 경쟁은 외부의 정치적 상대와 맞섰던 때보다 더 치열하고 더 비열하며 더 치졸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함께 국정을 책임져야 할 동료를 경쟁자가 아닌 제거해야 할 적으로 몰아세우는 모습에서는 집권여당의 품격을 찾기 어렵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공천권과 당 운영, 향후 정권 재창출의 방향까지 좌우하는 핵심 권력이다. 경쟁이 치열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금 민주당에서는 정책과 철학의 경쟁보다 의혹 제기와 팬덤 결집, 감정적 대립이 중심이 되고 있다. 집권여당이 국민에게 국정 비전을 설명해야 할 시기에 국민이 목격하는 것은 권력 재편을 둘러싼 내부 소모전뿐이다.
더욱 씁쓸한 것은 경쟁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성공을 앞세우면서도 실제 정치 행태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민주당 내부 갈등은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일부 정치권과 강성 지지층에서는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기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사사건건 각을 세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권세력 내부에서조차 국정 성공보다 계파의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것처럼 비친다면 그 부담은 결국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전당대회는 후보들만의 경쟁이 아니다. 정치 유튜브와 강성 지지층이 가세하면서 온라인은 또 하나의 전쟁터가 됐다. 상대 후보를 겨냥한 조롱과 멸칭,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자극적인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문조털래유'와 같은 표현까지 등장하는 모습은 건강한 정치 토론이라기보다 적대적 진영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의견을 토론하는 제도이지, 상대를 낙인찍고 배척하는 문화가 아니다.
최근에는 '신천지 개입설'을 둘러싼 공방까지 겹치며 전당대회의 본질은 더욱 흐려졌다. 정책 검증보다 의혹 제기와 반박이 선거판을 지배하고, 민생과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집권여당이 미래를 논해야 할 자리에서 국민은 계파 간 힘겨루기와 정치적 상처만 지켜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계파주의가 민주당이 과거 비판해 왔던 구태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던 정치가 당내 선거만 시작되면 충성 경쟁과 진영 논리로 귀결된다면 국민의 피로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뭉쳤던 사람들이 권력 배분을 앞두고 가장 거친 언어를 주고받는 모습은 민주당이 스스로 내세운 정치적 가치마저 퇴색시키고 있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는 갈린다. 후보들은 다시 손을 맞잡고 '원팀'을 외칠 것이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쏟아낸 적대와 불신, 상처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집권여당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누가 승리하는지보다 경제와 민생을 책임질 비전,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리더십, 그리고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성숙한 정치를 기대한다.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에 가장 부족한 것은 승리를 위한 전략이나 권력을 잡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국민 앞에서 책임을 다하는 집권여당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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