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리단길·대릉원 한산, 박물관·빙상장엔 피서 인파…밤 관광객도 급증
폭염 길어지며 저수지·폭포까지 메말라…영남권 가뭄 심화
(경주·경산·포항·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김현태 기자 = "숨 막히게 덥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40.2도까지 치솟은 2일 경북 경주는 말 그대로 '극한 폭염' 속에 갇혔다.
황리단길과 대릉원 등 대표 야외 관광지는 한산해진 반면 국립경주박물관 등 냉방시설을 갖춘 실내 관광지에는 관광객이 몰렸다.
이날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대구·경산·포항에서도 시민들은 야외 활동을 피하고 실내나 야간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장기간 이어진 폭염은 저수지와 댐 바닥까지 드러내며 대구·경북 전역의 가뭄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오전 11시께 경주 황리단길.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만큼 관광객들의 발길은 이어졌지만, 그 수는 눈에 띄게 줄어 보였다.
폭염이 예보된 가운데 거리를 걷는 사람들 대부분은 양산이나 우산을 들었으며 백여미터만 걸어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탓에 이들도 몇걸음 걷지 않고 곧 시원한 카페나 식당으로 찾아들었다.
한 커피전문점의 20대 아르바이트생은 "날이 더워지면서 봄이나 지난 6월보다는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면서 "폭염이 심해지며 이제는 야간에 가게를 찾는 손님이 낮보다 두배는 더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릉원, 동궁과 월지 등 대표적인 야외관광지도 찾는 이는 많지 않았다.
국립경주박물관 일대도 더위에 휩싸인 풍경이었다. 박물관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차량으로 주변 도로부터 이미 혼잡했다.
내부 전시관도 붐비는 인파로 관람객들은 길게 줄지어 여러 유물을 관람했다.
경남 사천에서 가족과 휴가 온 오희석(32)씨는 "날이 너무 더워서 낮에는 주로 실내 관광지로만 다니고 있다"면서 "야외는 해가 진 후에나 나가본다. 최근 경남에 폭염이 굉장했는데 경주도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폭염 탓에 대구와 경산·포항의 풍경도 비슷했다.
동대구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50대 시민은 "올해 날씨가 대단한 것 같다"며 "약속이 있어 나왔는데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쿨링포그가 나오는 정류장에서 양산을 썼음에도 연신 땀을 닦았다.
주말이면 이용객으로 붐비는 경산 파크골프장은 찾는 이 없는 쉼터에 선풍기 여러 대만 뜨거운 바람을 쏟아내고 있었다.
파크골프장 관계자는 "오늘 오전 6시부터 9시까지는 120여명이 운동을 즐겼으나 중대경보가 발효된 오전 11시 이후에는 3명만 찾았다"면서 "날이 덥다 보니 관리소에서도 이용 자제를 부탁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뙤약볕을 피하기 어려운 야외에는 발길이 없으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사람들도 붐볐다.
이월드 실내빙상장에는 수백명이 찾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관계자는 "폭염이 시작되며 이용객이 서너배 늘었다"면서 "폭염이 심한 만큼 야외 놀이기구도 야간 이용객이 주간보다 두배 이상 많아졌다"고 했다.
야외물놀이 시설인 두류워터파크에는 정오께 입장객이 1천800여명을 넘어섰다.
워터파크 관계자는 "이번 주말 폭염이 심해지며 지난 주중 1천여명 수준이던 입장객이 두배 가까이 늘었다. 어제 약 2천300명 정도 입장했는데 오늘도 비슷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포항의 유명 산책길인 철길 숲에는 오가는 발길이 줄었고 도심 공원이나 도심 상가도 한산했다.
그나마 영일대해수욕장이나 송도해수욕장에는 피서객이 모였으나 많은 주민은 냉방시설이 갖춰진 실내 대형마트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포항은 최근 폭염이 심해지면서 시민들은 해가 지면 바닷가나 형산강 둔치를 찾아 야외활동을 즐기고 있다.
50대 한모 씨는 "낮에는 더워서 나오기 어렵지만 밤에는 강바람이 시원해서 형산강 둔치에서 지인들과 식사하거나 잠시 바람을 쐬곤 한다"며 자신만의 폭염 대처법을 전했다.
폭염이 길어지며 대구와 경북에서는 가뭄도 심해지는 양상이다.
이날 포항의 대표적 산인 내연산 제1폭포인 상생폭포는 양쪽 물길 중 한쪽이 말라 있었으며 정오께 찾아간 경주시 안강읍 하곡저수지는 대부분 바닥이 드러난 채 메말라가고 있었다.
흙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물놀이용 보트와 허공을 향한 낚싯대만이 이곳에 물이 있었음을 짐작게 할 뿐 처음 이곳을 찾은 이에게는 저수지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모습이었다.
농어촌정보 포털서비스에 따르면 인근 976㏊의 논밭에 물을 대는 하곡지의 이날 기준 저수량은 총저수량의 10%에도 못 미친다.
경북 영천시의 보현산댐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가가뭄 정보 포털에 따르면 상류 지역 대부분이 바닥을 드러낸 보현산댐의 저수율은 이날 기준 16.3%로 전국 19개 다목적댐 가운데 최저치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앞으로 열흘간 대구·경북에는 가끔 소나기 외에는 비 소식이 없는 만큼 가물어가는 일부 저수지나 댐의 해갈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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