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외국인 근로자가 빠지면 생산라인 자체를 돌리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고용허가제(E-9)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외국인력 의존도가 높은 경기지역 제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동권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숙련 인력 이탈에 따른 인력난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허가제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제조업 E-9 외국인 근로자 22만8천178명 가운데 9만2천864명(40.7%)이 경기도에서 근무했다. 이는 경기도내 E-9 외국인 근로자 10만4천580명 중 88.8%에 달하는 것으로, 경기도는 제조업의 외국인력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제도 변화의 영향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지역으로 꼽힌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내국인 채용난 속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시흥시의 한 금속가공업체 대표는 “내국인 채용이 어려워 외국인력이 생산라인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간 단축으로 사업장 이동이 잦아지면 생산 차질을 넘어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특례시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업무를 익히는 데만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며 “숙련자가 떠나면 다시 처음부터 교육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제도 개편은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둘러싼 민원이 급증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력상담센터의 사업장 변경 상담은 2022년 4만4천862건에서 지난해 11만9천22건으로 3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노동계는 현행 제도가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게 하는 구조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한 TF 논의를 거쳐 최초 3년인 사업장 변경 제한 기간을 1년6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며, 권역·업종별 이동 제한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재철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방향은 필요하지만 제조업 현장의 인력 수급 안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사업장 변경 완화와 함께 장기근속 유인책, 근로환경 개선 등 보완 대책이 병행돼야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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