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등 국제대회 운영 자회사를 설립해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려던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계획이 전 세계 축구계의 반발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6월 11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서 진행된 북중미월드컵 개막전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멕시코시티|AP뉴시스
월드컵 등 국제대회 운영 자회사를 설립해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려던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의 계획이 전 세계 축구계의 반발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서 열린 북중미월드컵 시상식에서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 이스트러더퍼드|AP뉴시스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추진한 ‘월드컵 민간투자’ 계획이 전 세계 축구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을뿐 아니라 입지도 불안해졌다.
인판티노 회장은 1일(한국시간) 성명을 내고 월드컵 운영 자회사를 설립해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려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분열을 야기해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첫 보도가 나온지 사흘 만에 백기를 들었다. 파이낸셜 타임즈와 BBC 등 영국 매체들은 지난달 29일 “인판티노 회장이 남녀 월드컵 등 FIFA 주요 대회 운영을 담당할 자회사(FFE)를 세워 최대 20% 지분을 민간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FIFA는 200억 달러(약 29조 원)의 평가 가치의 FFE의 지분 중 42억 달러를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 조슈아가 세운 투자 기업이 프로젝트의 중심이라는 사실도 공개됐다. 또 인판티노 회장은 FIFA 211개 회원국 축구협회에 이 프로젝트를 지지하면 약 4000만 달러(약 580억 원)를 지급한다고 제안했다.
전 세계의 반발은 거셌다. 줄곧 FIFA와 대립각을 세웠던 유럽축구연맹(UEFA)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회원국 만장일치로 월드컵 등 FIFA 주관 대회 보이콧을 의결했다.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와 아시아축구연맹(AFC)도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FIFA 내부의 분열도 있었다. 인판티노 회장의 수석 고문인 카를로스 코르데이로가 사임하고 케빈 라무르 FIF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FIFA 경영진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속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인판티노 회장은 신임을 잃었다. 내년 3월 FIFA 총회서 4연임 도전을 노렸으나 오히려 사퇴 압박을 받게 됐다. UEFA, CONCACAF 등의 보이콧 선언 이후에도 프로젝트를 강행하려던 것도 자충수가 됐다.
이 계획이 통과하려면 회원국 과반수의 지지가 필요했다. 최소 106개국이 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UEFA 55표, CONCACAF 35표, AFC는 46표를 갖고 있다. 이미 반대표가 136장이다. 축구계에선 인판티노 회장이 주어진 권한을 넘어섰다고 여긴다.
망신을 감수하면서 추가 리스크는 줄였으나 입지 축소가 불가피하다. UEFA는 FIFA의 항복 선언 후 “축구의 승리”라며 반색하면서도 “책임자들을 찾아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판티노 회장을 겨냥한 성명이다.
빅터 몬탈리아니 CONCACAF 회장 겸 FIFA 부회장과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 나세르 알켈라이피 파리 생제르맹 회장 등이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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