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옮길 때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다시 찍어야 했던 환자들의 불편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환자가 스마트폰 QR코드를 이용해 기존 의료영상을 다른 병원에 직접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한 종합병원 로비에 대기인수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업무계획’을 통해 병원 간 의료영상 공유를 활성화하기 위한 가칭 ‘영상정보공유시스템’을 2027년 상반기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환자는 원하는 시점에 QR코드를 활용해 기존 CT·MRI 영상을 다른 의료기관으로 보낼 수 있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영상이 담긴 CD를 발급받아 직접 제출해야 했던 번거로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영상 공유 시스템 구축에 앞서 오는 12월부터 의료기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환자의 기존 CT·MRI 촬영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한다. 의료진이 환자의 과거 검사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 불필요한 중복 촬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병원 옮긴 환자 4명 중 1명, 한 달 안에 CT 재촬영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CT촬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정부가 의료영상 공유 체계 마련에 나선 배경에는 병원을 옮긴 환자들이 짧은 기간 안에 같은 검사를 반복해서 받는 문제가 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고가의료장비 재촬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5년 CT를 촬영한 뒤 같은 질환으로 30일 이내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는 94만 4172명이었다.
이 가운데 26.8%인 25만 3438명은 새로 방문한 병원에서 CT를 다시 촬영했다. 병원을 옮긴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동일한 검사를 반복한 셈이다.
CT 재촬영률은 해마다 높아졌다. 2022년 25.8%에서 2023년 26.2%, 2024년 26.5%로 오른 데 이어 2025년에는 26.8%를 기록했다.
MRI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MRI를 촬영한 뒤 30일 안에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 22만 4894명 가운데 13.8%인 3만 944명이 MRI를 다시 찍었다.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과 종합병원에서는 병원을 옮겨온 환자의 재촬영률이 40~50%를 넘어서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영상의 상태를 충분히 살피지 않고 고가 검사를 다시 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온 배경이다.
중복 검사로 건보 급여비 650억원…환자 부담도 가중
지난해 중복 촬영으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된 급여비는 총 650억 5200만원이었다. CT 재촬영에 491억 5200만원, MRI 재촬영에 159억원이 들어갔다.
환자에게도 중복 검사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CT는 엑스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반복 촬영하면 방사선에 추가로 노출될 수 있다. MRI는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지만 검사 비용이 비싸고 촬영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환자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크다.
종합병원에서 보호자들이 진료비 수납을 하고 있다. / 뉴스1
정부는 그동안 검사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병원 간 영상 공유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중복 촬영까지 직접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환자가 직접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QR코드 기반 시스템과 의료진이 과거 검사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AI 조회 서비스를 함께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영상 공유 시스템이 구축되더라도 모든 재촬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영상의 화질이 진단에 충분하지 않거나 환자의 상태가 달라졌을 때, 질환의 변화를 정밀하게 비교해야 할 때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다시 촬영할 수 있다.
정부는 기존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데도 병원 간 자료 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반복되는 검사를 줄이는 데 이번 대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스템이 정착하면 환자의 검사비와 불편을 덜고, 불필요한 고가 의료장비 사용으로 발생하는 건강보험 지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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