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현장 관계자들이 강팀의 조건으로 꼽는 요소 중 하나는 '연패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다. 한번 시작한 연패는 선수단의 분위기를 가라앉게 하기 마련이다. 패배가 반복될수록 순위는 내려가고, 선수들의 부담은 커진다. 장기 연패가 몇 경기의 부진을 넘어 시즌 전체를 흔드는 위기로 여겨지는 이유다.
2시즌 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 트윈스도 최근 연패에 빠졌다. LG는 지난달 9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부터 24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8경기를 내리 패했다. LG가 8연패에 빠진 건 2018년 7월 이후 8년 만. LG는 연패 기간 리그 3위로 내려앉아 통합우승 도전에 큰 위기를 직면한 바 있다.
그렇다면 장기 연패에 빠진 팀의 우승 도전은 사실상 힘들까. 리그 역사에는 그 질문에 다른 답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2004년 삼성 라이온즈는 시즌 중 10연패했지만 정규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다. 이어 한국시리즈(KS)까지 올라갔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정규리그에서 10연패 이상을 기록하고도 PS에 진출한 팀은 현재 2004년 삼성이 유일하다.
당시 삼성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이승엽이 일본으로 갔다. 마해영이 KIA 타이거즈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했다. 큰 전력 공백이 생겼다. 삼성은 5월 5일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패한 뒤 5월 18일 KIA전까지 10경기(1무 포함)를 졌다. 타선의 응집력이 떨어졌다. 마운드도 흔들렸다. 최하위까지 내려앉았다. 10연패는 당시 삼성의 창단 최다 연패였다.
위기에서 빛을 발한 건 지도자의 노련한 선수단 운영이었다. 10연패 뒤 김응용 당시 삼성 감독과 선동열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위기를 진단하고 팀을 추스르는 데 집중했다. 선수단이 연패 숫자에 신경을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강조했다. 삼성은 5월 19일 KIA를 꺾고 연패를 끝냈다. 곧바로 6연승을 달리며 팀 분위기를 바꿨다.
삼성이 반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투수진이 있었다. 배영수가 선발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임창용이 뒷문을 지켰다. 선동열 수석코치는 권오준과 윤성환 등 젊은 투수들을 불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마운드 운영의 폭을 넓혔다. 분위기 전환에만 기대지 않고, 기존 전력의 강점을 살리면서 새 전력을 활용한 점이 반등의 힘이 됐다.
결국 삼성은 정규시즌을 2위(73승 8무 52패)로 마쳤다. 두산 베어스와 벌인 플레이오프(PO)를 3승 1패로 통과한 뒤 KS에 올라 현대 유니콘스와 9차전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비록 '우중혈투' 끝에 패퇴하면서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10연패로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팀이 KS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건 KBO 역사상 전혀 없는 사례이다.
LG 구단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코칭스태프의 보직도 조정(본지 7.27. 단독 보도)했다. 송지만 코치를 1군 타격 코치를 이동시켰다. 수비와 배터리 파트 등을 함께 손보는 등 총 8명의 코치가 자리를 옮겼다. 염경엽 감독은 이를 단순한 분위기 전환이 아니라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2004년 삼성과 2026년 LG의 상황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다만 두 사례는 연패 이후의 회복이 한 번의 승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패를 끊어낸 뒤 빠르게 팀 전력과 분위기를 정비한 뒤 지속적인 승리를 챙기는 경기력이 보장돼야 연패의 충격에서 비교적 빠르게 헤어 나와 반등할 수 있다.
일간스포츠 서포터즈 2기 황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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