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결국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라는 마지막 카드로 이어졌다. 이는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를 막아서고, 개정안이 초래할 사법 체계의 혼란과 국민적 피해를 알리기 위해 야당에 주어진 가장 강력한 합법적 투쟁 수단이다.
그러나 이번 본회의장에서 목격된 제1야당의 모습은 절박함도, 전략도, 국민에 대한 공감도 찾아볼 수 없는 '총체적 난국' 그 자체였다.
1. 전략도 메시지도 없는 ‘시간 때우기’ 무대
필리버스터의 본질은 단순히 물리적 시간을 끌어 정해진 시각을 채우는 데 있지 않다. 날카로운 논리와 객관적 사실로 법안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대중의 여론을 환기하는 치열한 '명분 싸움'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무대에 오른 주자들은 사안의 본질을 관통하는 송곳 같은 질의 대신, 타격감 없는 동어반복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본래의 목적은 실종된 채, 오직 '시간 때우기'에 급급한 무기력함만 노출했을 뿐이다.
2. 가장 강력한 '스피커'를 배제한 비열한 셈법
대형 악재를 막아서야 할 결정적 순간에 적재적소의 자원을 활용하지 못한 점은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특히 형사소송법의 문제점과 사법 행정의 허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전직 법무부 장관 출신 한동훈 의원을 '무소속'이라는 궁색한 핑계로 단상에 세우지 않은 결정은 뼈아픈 패착이다.
가장 해박한 지식과 논리로 법안의 위험성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풀어낼 '최적의 스피커'를 배제한 것은 단순한 전략 부재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특정 인물이 야권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능한 정치인으로 국민에게 각인되고 부각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으려 한, 비열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던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마저 자아낸다.
국가적 사법 체계가 흔들리는 위기 앞에서도 당내 견제나 사사로운 이해득실을 앞세워 가장 확실한 카드를 묵살했다면, 이는 '싸울 의지가 없는 것'을 넘어 대국민 기만행위다.
3. 국민의 피눈물 앞에서 터진 지도부의 ‘실소’
무엇보다 국민의 분노를 자극하는 것은 당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다. 사법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는 엄중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시선 뒤로, 본회의장 좌석에서 한가롭게 웃음을 지어 보이는 당 지도부의 모습이 포착됐다.
"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걸고 싸우고 있는가."
국민의 절규와 피눈물 앞에서도 최소한의 정치적 공감 능력조차 보여주지 못한 그 한 장면은, 야당이 스스로 민심과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결론] 비전 없는 투쟁은 철저히 외면받을 뿐이다
정치에서 무능은 죄악이다. 그러나 공감 능력조차 결여된 무능과 당리당략에 갇힌 얄팍한 셈법은 유권자에게 버림받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투쟁의 명분도 살리지 못하고, 유능한 인재를 견제하느라 적재적소에 쓰지도 못했으며, 무엇보다 국민의 피눈물 앞에서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 야당 지도부를 국민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뼈를 깎는 반성과 책임 있는 쇄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국민은 더 이상 이들에게 그 어떤 기대도, 투쟁의 자격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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