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차값 얼마야?”와 "수리비 얼마나 나왔어?"였다.
- 배터리와 기본 소모품, 삼지창 엠블럼을 교체하며 내 기준으로 새로운 관리 이력을 만들기 시작했다.
- 예상보다 손은 많이 갔지만 자연흡기 V8의 배기음은 여전히 모든 고민을 잠시 잊게 만든다.
첫 정비는 수리가 아니라 인수인계였다
차를 가져온 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서비스센터였다. 오래된 마세라티를 유지한다는 것은 고장이 나서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차를 가져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튜닝도 드레스업도 아니었다. 배터리와 엔진오일을 비롯한 기본 소모품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개조돼 있던 부분은 가능한 한 순정 상태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전 차주는 배터리를 당장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실제로 시동에도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엔진오일 역시 당장 이상이 느껴지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배터리와 엔진오일, 오일필터, 에어컨 필터를 함께 교체한 이유는 단순했다. 언제 어떤 제품으로 교체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계속 운행하기보다 이제부터는 이 차의 정비 이력을 내 손에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자동차를 구매하면 가장 불안한 것은 언제 교체했는지 알 수 없는 부품과 소모품들이다. 앞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적어도 배터리와 엔진오일만큼은 언제 어떤 제품으로 교체했는지 정확히 알고 싶었다. 개조돼 있던 중간 소음기도 순정으로 되돌렸다. 첫 정비는 성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이 차를 내 기준으로 다시 관리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던 기존 보닛 엠블럼. 가장 먼저 손보고 싶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정품 삼지창 엠블럼으로 교체를 마친 보닛. 작은 변화였지만 차를 바라보는 마음은 크게 달라졌다.
배터리와 기본 소모품을 교체하면서 함께 바꾼 것이 하나 더 있다. 보닛 위 삼지창 엠블럼이다. 주행 성능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부품인데 순정 엠블럼 가격만 30만 원이 넘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장식 하나가 이 정도 가격이라는 사실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새 엠블럼을 달고 서비스센터를 나오는 순간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차의 성능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정말 내 차가 된 것 같았다.
부드러운 세단을 기대했다면 조금 당황할 수 있다
5세대 콰트로포르테의 첫인상은 예상보다 거칠었다. 특히 정차 상태에서 출발하거나 1단과 2단 사이를 오갈 때 차가 울컥거리며 앞으로 튀어나가는 듯한 움직임이 처음에는 꽤 낯설었다.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아도 차가 한 번씩 고개를 끄덕이는 듯했고, 막히는 도로에서 천천히 움직일 때는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불안하기도 했다.
우아한 대형 세단의 모습이지만, 출발과 변속 감각은 예상보다 훨씬 날것에 가깝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것은 고장이 아니라 듀오셀렉트 변속기 특유의 작동 방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듀오셀렉트는 일반적인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와 달리 수동변속기에서 운전자가 직접 하던 클러치 조작과 변속을 전자 장치가 대신하는 구조다. 그래서 저속에서는 최신 자동변속기처럼 매끄럽게 미끄러지기보다 변속 과정이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차의 리듬에 맞춰 출발하고 가속페달을 조금 더 섬세하게 다루기 시작하니 처음에는 낯설었던 울컥거림도 어느새 이 차만의 성격처럼 받아들이게 됐다.
반대로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후륜이 차체를 힘 있게 밀어주는 감각이 운전석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앞바퀴가 차를 끌어당기는 느낌보다 뒤에서 묵직하게 떠받치며 밀어주는 감각이 훨씬 인상적이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추월 가속이 필요한 순간에는 자연흡기 V8 엔진이 회전수를 시원하게 끌어올리며 차를 힘 있게 밀어낸다. 필요한 순간 정확하게 치고 나가는 가속감과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이어지는 안정감은 지금까지 경험한 대형 세단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저속에서는 다루기 까다롭지만 속도가 붙을수록 왜 이 차가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을 지녔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고급휘발유를 가득 채워도 마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콰트로포르테의 연료 게이지는 생각보다 솔직하다.
연비는 적응한다고 나아지는 영역이 아니었다. 이 차를 운행할 때는 항상 고급유를 넣는데 주유를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료 게이지가 내려가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다. 정확한 수치보다 체감이 먼저 다가온다. 시내에서는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연료가 빠르게 줄고, 자연흡기 V8의 사운드를 즐기기 시작하면 주유소를 다시 찾는 시점도 그만큼 빨라진다. 함께 타고 있는 5.0리터 V8 자연흡기 레인지로버의 연비가 오히려 좋아 보일 정도다. 그 차 역시 결코 경제적인 자동차는 아니지만 콰트로포르테를 타고 난 뒤에는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차처럼 느껴졌다. 연료 게이지를 보고 있으면 '기름을 사용한다'기보다 '기름이 사라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승차감과 연비 모두 합리적인 대형 세단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런 성격까지 포함해 이 차의 개성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시동을 걸면 평화롭고, 주행이 시작되면 자동차가 말을 걸기 시작한다
냉간 시동 직후. 계기판에는 아무런 경고등도 없고 모든 시스템이 정상으로 표시된다.
지금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문제는 휠 스피드 센서와 관련된 경고등이다. 증상은 조금 독특하다. 냉간 시동 직후에는 계기판에는 아무런 경고등도 없다. 모든 것이 정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계기판이 하나둘 말을 걸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1시간 가까이 달려야 경고등이 켜졌고, 이후에는 40분, 최근에는 약 20분만에 점등될 정도로 그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ABS와 서스펜션, 주행 안정 장치 관련 노란색 경고등이 차례대로 들어온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서스펜션 관련 경고가 추가로 나타난다.
약 20분 정도 주행하면 가장 먼저 ABS 경고등이 점등되기 시작한다.
결국 주행 안정 장치까지 차례로 경고등이 점등된다. 증상은 늘 같은 순서로 반복됐지만, 차량은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주행했다.
처음에는 휠 스피드 센서만 교체하면 해결될 줄 알았다. 실제 진단에서도 센서 이상 가능성이 가장 높았고 부품도 교체했다. 하지만 증상은 그대로였다. 경고등은 다시 켜졌다. 더 혼란스러운 점은 그 와중에도 차가 겉보기에는 너무 멀쩡하게 달린다는 점이다. 엔진은 부드럽고 듀오셀렉트도 평소처럼 변속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단순히 센서 문제인지, 배선이나 커넥터의 문제인지, 다른 제어 계통까지 연결된 증상인지. 아직 하나씩 확인해가는 과정이다. 오래된 마세라티를 유지한다는 것은 부품 하나를 교체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 원인을 하나씩 좁혀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가장 긴장했던 순간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원인을 찾기 위해 흡기 계통 누설 여부부터 하나씩 점검했다. 오래된 수입차는 부품 교체보다 정확한 진단이 먼저다.
시동 꺼짐 증상의 원인으로 의심했던 스로틀바디. 꺠끗했다. 문제를 단정하기보다 가능성을 하나씩 확인해 나가고 있다.
경고등보다 더 당황했던 일도 있었다. 주행 중 갑자기 시동이 꺼진 것이다. 최근에는 엔진 회전수를 약 3000rpm 정도 사용하면 빨간색 배터리 경고등이 순간적으로 깜빡이는 증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배터리는 이미 새것으로 교체한 상태다. 현재는 발전기(제너레이터)를 포함한 충전 계통을 가장 먼저 의심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 주행 중 시동 꺼짐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다른 정비보다 우선해 확인할 예정이다. 오래된 수입차는 의심되는 부품부터 섣불리 바꾸기보다 증상이 발생하는 조건과 측정값을 토대로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함께 배우고 있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은 많다
엔진 부조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실린더 압축 압력을 측정하고 있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끝내기보다 기본 상태부터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다.
현재 가장 큰 숙제는 점화 계통이다. 처음에는 엔진 부조 증상 때문에 점화 플러그와 점화 코일 교체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다. 플러그와 코일을 모두 교체하면 견적만 500만 원이 넘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최근에는 부조 증상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당장 큰 비용을 들여 교체하기보다 조금 더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여기에 우측 헤드라이트 변색도 해결해야 하고 타이어도 교체해야 한다. 20년이 지났다고 부품 가격까지 함께 저렴해지는 것은 아니다. 차값은 시간이 지나며 내려갔지만 V8 엔진과 그에 필요한 부품의 수는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래된 마세라티를 산다는 것은 차량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필요한 정비와 관리 계획까지 함께 생각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창문을 내리게 된다
중간 소음기를 순정으로 복원하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더 큰 소리보다 마세라티가 처음 들려주던 배기음을 선택했다.
순정 중간 소음기 복원이 완료된 모습. 과한 소음은 사라지고 자연흡기 V8 특유의 금속성 사운드가 다시 살아났다.
순정 중간 소음기 장착을 위해 배기 라인을 제작·용접하는 모습. 순정 사운드를 되찾기 위한 과정이었다.
배기 라인을 하나씩 맞춰가며 순정 중간 소음기를 장착하고 있다. 작은 차이가 배기음의 성격을 완전히 바꾼다.
주변 사람들이 내 차를 보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배기음 한번 들어보자." 사실 차를 처음 인수했을 때는 중간 소음기가 개조되어 있었다. 소리는 더 컸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소리는 아니었다. 다행히 전 차주가 순정 중간 소음기를 따로 보관하고 있었고, 함께 넘겨받을 수 있었다. 결국 다시 순정으로 복원했다. 큰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이 차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들려주던 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다. 순정으로 돌아온 뒤의 콰트로포르테는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다. 저회전에서는 차분하고, 회전수를 올릴수록 자연흡기 V8 특유의 금속성 음색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그래서 지금도 터널이나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면 무심코 창문을 조금 내리게 된다.
수리비는 분명 비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일수록 정직해야 한다. 곳곳에 마세라티 순정 부품이 보인다.
손바닥보다 작은 삼지창 엠블럼 하나가 30만 원이 넘고, 점화 계통을 정비하려면 500만 원이 넘는 견적이 나온다. 현대·기아 등 국산차라면 비슷한 정비를 여러 번 받고도 남을 비용이다. 견적서를 받아 드는 순간, 오래된 마세라티를 유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실감하게 됐다. 분명 부담스러운 자동차다. 하지만 5개월 동안 직접 경험해보니 오래된 마세라티는 '수리비 폭탄'이라기보다 언제 어떤 비용이 찾아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자동차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겁을 먹는 것이 아니라, 내 차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하나씩 관리해나가는 일이다. 오래된 마세라티를 유지한다는 것은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 차의 시간을 내 시간으로 이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과정이 생각보다 즐겁다.
다음 이야기
5개월 동안 이 차와 함께하며 깨달은 사실은 하나 더 있다. 오래된 마세라티는 생각보다 고장이 많은 차라기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차였다. 주유소에서는 연식과 가격을 묻고, 세차장에서는 차를 한참 바라보다 대화를 건넨다. 신호대기 중 창문을 내리며 "배기음 한번 들려주세요."라는 말이 들려오기도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마다 이 차는 새로운 대화를 만들었다. 20년 된 마세라티를 실제로 타고 다니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불편함과 유지비를 감수하면서도 계속 운전대를 잡게 되는지는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가려 한다.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