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은의 영화보기] 당신을 알고 싶어, 당신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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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아은의 영화보기] 당신을 알고 싶어, 당신 모르게···

여성경제신문 2026-08-01 10:35:00 신고

3줄요약

밥 한 끼 사먹을 돈이면 다른 시간과 다른 세계, 다른 나를 살아볼 수 있는 좋은 세상입니다. 장르, 국가, 러닝타임 불문 보통의 애호가 입장에서 이런저런 영화를 보고 이모저모 이야기합니다.[편집자주]

Watching the Detectives, 2007 /Youtube
Watching the Detectives, 2007 /Youtube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와칭 디텍티브(watching the detectives)> 속 바이올렛(루시 리우 분)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닐(킬리언 머피 분)이 갓 개업한 비디오 대여점에 들린 그는 신분증도 없이 비디오를 빌리겠다며 보증금을 맡긴 뒤 몰래 그 돈을 훔쳐간다. 보증금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 당황하는 닐에게는 태연한 얼굴로 저녁을 사달라고 말한다. 닐 입장에서는 황당한 상황이지만 결국 그를 따라간다.

첫 데이트에서도 바이올렛은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척 연기한다. 닐이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닐은 바이올렛을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주려 하고 계속 상태를 살핀다. 그제야 바이올렛은 장난이었다고 밝히고 닐에게 "너는 좋은 남자구나"라고 말해준다.

바이올렛의 장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둘은 함께 닐의 경쟁사 비디오 매장에 잠입해 진열된 비디오를 엉망으로 바꾸고 나온다. 다음 날 닐 앞에 경찰이 나타나 전날 일을 추궁하자 그는 실제로 체포되는 줄 알고 패닉에 빠진다. 하지만 경찰은 모두 바이올렛의 친구들이었다. 바이올렛은 닐이 가짜 경찰에게 압박 받으면서도 자신의 연락처를 넘기지 않았음에 행복해한다.

바이올렛은 닐에게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상황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닐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본다. 화를 내는지, 도망치는지, 끝까지 책임지는지 그 반응을 궁금해한다. 결국 바이올렛에게 장난이라는 것은 매일 배낭에 넣고 다니는 관찰의 수단-망원경 같은 거다.

호감 있는 상대의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바이올렛의 '알고자 함’에는 흥미로운 아이러니가 있다. 자신이 닐을 궁금해하고, 알려고 하고,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닐은 절대 몰랐으면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 사용하는 앙큼한(?) 위장술은 아무래도 자신을 의식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닐을 알고자 하는 욕망에서 출발할 것이다. 자신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상 자연스럽게 행동하기는 어려워진다. 관찰자가 잘 보이고 싶은 상대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상대가 나를 지켜볼 거라 생각지도 못하는 순간에 나의 가장 진짜의 모습이 나온다. 바이올렛이 자꾸 돌발 상황을 반드는 이유도 여기 있다. 닐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다기보다는 준비하지 못한 순간의 그 사람을 보고 싶었던 것이리라.

정작 바이올렛 자신은 닐에게 신분증도 없다고 둘러대고 과거 연애사도 애매모호하게 귀띔할 뿐이다. 바이올렛은 정보의 쓰임새를 아는 여자, 천천히 조심스럽게 알려지고자 하는 귀여운 욕망이 비친다.

작품 중후반, 바이올렛의 장난기와 충동성을 견디다 못한 닐은 바이올렛을 떠난다. 그러나 닐은 자신도 비슷한 행동-과거 연인에게 일부러 웨이터가 물을 쏟게 만들고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보는 것-을 했음을 깨닫고 바이올렛의 마음을 깨닫는다.

좋아하는 상대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은 결국 안전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할 것이다. 상대의 습관과 반응을 알아갈수록 우리는 조금 덜 서툴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를 완전히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바이올렛과, 아직 모르는 게 훨씬 많은 듯하지만 그래도 바이올렛과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닐은 마지막에 훔친 돈으로 산 오픈카를 타고 멀리 떠난다.

제대로 알지만 판단하지 않고 혼자 가지려고 하지 않는 것, 이해 안 되더라도 '그럴 수 있음’을 체득하는 것이 연애의 가장 큰 재미라고 본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럴 수 있을 때 나의 세계 역시 넓어지는 기쁨, 그것을 혼자서 만들어 가지기는 불가능하다.

<와칭 디텍티브> 는 오래된 필름을 보는 듯 빈티지한 색감, 닐의 '탐정(gumshoe) 비디오숍’과 바이올렛의 집을 채운 아기자기한 소품들, 한적한 미국 주택가의 여유로움, 현실과 영화 속 세계가 슬쩍 섞이는 연출까지 더해져 보는 맛이 있는 작품이다. 러닝타임도 2시간이 채 되지 않으므로 가벼운 기분으로 틀어보기를 추천한다.

와칭 디텍티브(Watching the Detectives, 2007)

감독    폴 소터
각본    폴 소터
감상    유튜브(무료)

*알고 싶은 마음만을 어지럽게 아름답게, <중경삼림(重慶森林, 1994)>

※ [영화보기]는 기자 개인의 감상을 담은 코너입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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