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의 '맥락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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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의 '맥락 설계'

연합뉴스 2026-08-01 10:3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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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리더의 자질 3

김은성 박사의 스피치 & 커뮤니케이션-32

인간 - AI 조화 (PG) 인간 - AI 조화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정보는 넘쳐나지만 의미는 고갈된 시대다. 오늘날 리더(지도자)의 책상 위에는 인공지능(AI)이 분석한 '완벽한 보고서'가 놓여 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매출 지표, 시장 점유율, 고객 이탈률까지 모든 게 숫자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완벽한 숫자 앞에서 팀원들은 길을 잃고 방황하곤 한다. 왜일까? 숫자는 현상을 요약할 뿐, 그 현상이 '왜' 일어났으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차갑고 딱딱하며 움직임이 없다. 이 죽은 데이터에 숨을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는 '서사'로 만드는 법,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에 리더가 사수해야 할 최후의 보루인 '언어적 주권'과 '맥락 설계'다.

리더는 언어의 건축가(Language Architect)로 정의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무엇을'(What) 하는지에 대한 제왕이라면, 리더는 '왜'(Why) 해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건축가여야 한다.

이제 리더의 권위는 정보의 독점에서 나오지 않는다. 흩어진 데이터 너머의 진실을 포착하고 거기에 이름을 붙여주는 '네이밍(Naming)의 마법'에서 권위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매출이 급감했다는 건조한 데이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을 단순히 '실패'라고 명명하면 조직은 위축된다. 하지만 리더가 이것을 "우리가 시장을 재정의하기 위해 겪어야 할 필연적인 진통"이라고 명명하는 순간, 데이터는 두려움이 아닌 도전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맥락이 바뀌면 조직의 분위기도 바뀐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네이밍의 마법을 가장 잘 부리는 리더 중 한명이다. 그는 단순히 인공지능용 고성능 그래픽카드(GPU) 칩을 만드는 회사의 수장이 아니다.

그는 인공지능 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이라는 하나의 맥락으로 정의했다. 인공지능 칩의 성능 수치나 연산 속도라는 데이터에 매몰되지 않고, 그 칩이 인류의 지능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서사를 구축한 셈이다.

강력한 맥락이 제공될 때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단순한 제조 노동자가 아니라 '문명의 건설자'라고 믿기 시작한다. 숫자로 설득할 수도 있지만,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그 숫자가 담고 있는 서사다.

월트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가 픽사를 인수할 당시의 일화도 리더의 맥락 설계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의 모든 재무 데이터는 '인수 불가능'을 외쳤다. 매입가는 너무 비쌌고 경영상의 위험은 컸다.

하지만 아이거는 숫자의 감옥에 갇히지 않았다. 그는 이 인수가 단순히 수익성 높은 회사를 사는 행위가 아니라 고사하고 있는 디즈니의 '영혼', 즉 스토리텔링의 뿌리를 구하는 맥락임을 간파했다.

데이터가 보지 못하는 '연결되지 않은 점들'을 잇는 힘, 그것은 리더의 직관이 언어와 만날 때 비로소 발휘된다.

특히 인공지능이 분석해낸 깔끔한 데이터 이면에는 때로 가슴 절절한 인간의 맥락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인공지능은 "고객 상담 시간이 20% 지연됐다"고 보고하지만, 리더는 그 이면에서 상담원들이 겪는 감정노동의 임계점과 고객이 느끼는 외로움의 무게를 읽어내야 한다.

데이터는 비명을 지르지 않지만, 리더는 그 숫자 뒤에 숨은 사람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차가운 지표 뒤에 숨겨진 인간의 얘기를 찾아내어 이름을 붙여주는 것, "우리의 지연은 무능함이 아니라 한명의 고객에게 진심을 다하려는 우리의 고집 때문입니다"라고 맥락을 짚어주는 리더 아래서 구성원들은 비로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을 계산하지만, 리더는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가치'를 선택한다. 정보를 나열하는 것은 기술의 영역이지만, 최종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예술적 판단의 영역이다.

리더는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가장 안전한 길' 대신, 자신의 직관이 가리키는 '가장 가치 있는 모험'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험에 매력적인 언어의 옷을 입혀 팀원들을 설득할 때 조직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한다. 데이터라는 차가운 숫자에 '의미'라는 온기를 불어넣는 리더는 대체 불가능해진다.

오늘 여러분은 우리 조직이 마주한 데이터를 어떤 이름으로 불렀나? 맥락은 리더가 구성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도 따뜻한 무형의 선물이다. 숫자의 노예가 돼 계산 결과를 전달하는 배달원이 될지, 아니면 그 숫자에 영혼을 불어넣어 미래를 그리는 설계자가 될지는 오직 여러분의 언어에 달려 있다.

맥락을 설계하는 자가 미래의 주권을 쥔다. 인공지능이 모든 대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김은성 KBS 아나운서

김은성 KBS 아나운서 김은성 KBS 아나운서

국내 1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CEO 강사, 포스코·한화·LG·SK 등 대기업 임원 및 정부 부처 장관 스피치 코치
<이 남자가 말하는 법> <리더의 7가지 언어> 등 저서 다수 [김은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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