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곧 끝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지구를 끝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17년 한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두 갈래로 나뉠 것이며, 하나는 인류가 영원히 지구에 머물다 결국 어떤 멸종 사건을 맞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우주로 뻗어나가는 문명, 곧 '다행성 종족'이 되는 길이다” 라고. 종말의 경보를 울리며 우주 식민화를 인류의 유일한 출구로 제시하는 이 수사는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베조스도, 우주산업에 뛰어든 각국 정부와 기업들도 비슷한 말을 반복한다. 지구는 위태로우니, 인류의 미래는 우주에 있다고.
문제는 이 경보를 울리는 이들이 정작 지구에서의 환경보호와 지속가능성 연구에는 투자하지 않은 채, 지구를 파괴하는 산업·투자 구조를 오히려 확장하며 재난을 스스로 생산해낸다는 점이다. 재난을 경고하는 자가 재난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재난이 다시 '그러니 우주로 가야 한다'는 경보의 근거가 되는 순환. 나는 이 정치경제적 구조를 지구의 '재난화(disaster-ification)'라 부른다.
지구의 재난화는 두 갈래로 작동한다. 첫번째는 수사학적 재난화다. 종말론적 위기 담론으로 우주 식민화를 정당화하면서, 환경위기와 멸종위기의 실질적 원인을 가리는 언어와 서사의 작동이다. 철학자 브래드 타바스가 지적했듯 우주 자본주의는 '지구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스벤 베커트의 『면화의 제국』이 보여주듯, 현대 환경위기의 뿌리에는 유럽 열강이 원주민의 땅과 자원과 노동력을 빼앗아 세운 식민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가 있다. 그 역사를 망각하고 지구의 환경 위기를 '인류 공통의 운명'으로 추상화할 때, 위기를 만든 자와 위기를 겪는 자의 자리는 뒤섞이고 현대의 식민구조는 면죄부를 받는다. 환경위기에 직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억만장자들이 왜 굳이 종말을 이야기하는가. 종말론은 이런 역사적, 사회구조적 질문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곧 끝난다'는 전제 앞에서 로켓이 얼마나 많은 그을음을 뿜는지, 발사장이 누구의 서식지를 밀어냈는지 따지는 일은 한가한 트집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재난화의 두번째 작동방식은 물질적 재난화다. 로켓 발사, 자원 채굴, 발사장 건설, 궤도 오염 같은 실제 산업적·구조적 행위를 통해 지구의 환경위기와 멸종위기를 물리적으로 심화시키는 작동이다. 그리고 올해, 우리는 이 물질적 재난화를 연이어 목격했다.
올해 우리가 목격한 물질적 재난화
지난 5월 22일 오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의 GKN 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메틸 메타크릴레이트(MMA) 저장 탱크의 밸브와 냉각장치가 고장 났다. 탱크 안에는 인화성·휘발성 화학물질 약 3만 4천 갤런이 들어 있었고, 내부 온도와 압력이 치솟으며 비등액팽창증기폭발(BLEVE)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인근 6개 도시에 대피령이 내려져 주민 5만여 명이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대피소에서 보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흘 뒤 탱크에 균열이 생겨 압력이 자연 배출되면서 대형 폭발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주민들은 두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이후 드러난 사실이 더 문제적이다. MMA는 독성과 폭발 위험에도 불구하고 연방 위해성관리계획(RMP)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규제 사각지대의 물질이었다. 그리고 이 공장은 단순 민간 부품 공장이 아니라 F-35 전투기의 캐노피를 세계적으로 공급하는 미 국방부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었으며, GKN은 유럽 아리안 로켓의 엔진 부품까지 만드는 항공우주·방산 기업이다. 사고 이후 FBI와 환경보호청(EPA)이 공장을 압수수색했고 주민 집단소송이 제기됐으며, 주택가와 학교 곁에 자리한 화학물질 저장시설의 입지 문제가 미국 전역에서 재조명됐다. 우주/항공 군산복합체의 공급망은 그렇게 우리 곁에서 조용히 위험을 저장하고 있었다.
열흘 뒤인 6월 1일, 이번에는 대전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세척공실에서 로켓 추진제 잔류물을 물로 씻어내던 중 폭발이 일어나 노동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숨진 이들은 모두 생산팀 현장 노동자였고, 늘어난 생산량을 감당하기 위해 투입된 비정규직 청년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 사업장의 폭발 사망사고는 2018년, 2019년에 이어 8년 새 세 번째다. 2019년 사고 뒤 특별근로감독에서 법 위반사항이 486건이나 적발됐지만 참사는 반복됐다.
더 놀라운 것은 사고가 난 세척공실이 화학류 관리 허가조차 받지 않은 무허가 시설이었고, 로켓 추진제가 방위사업법상 군용물품으로 분류된 탓에 소방당국의 정기 감시망에서도 벗어나 있었다는 사실이다. 스프링클러도 감시카메라도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일주일 뒤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사업장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군산복합체로 가동되는 우주산업은 '안보'라는 이름 아래 안전평가와 감시를 건너뛰며, 한국에서도 일상의 재난을 만들어가고 있다.
태평양 건너 텍사스 보카치카의 사정은 이 우주의 재난화 구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스페이스X의 스타베이스는 2024년 전 세계 우주 발사의 절반 이상을 쏘아 올린 거대 산업단지가 됐지만, 그 시설은 철새와 멸종위기 바다거북이 서식하는 해안 습지 위에 세워졌다. 뉴욕타임스의 2024년 탐사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환경 보호법을 알면서도 위반해 왔고, 발사 때마다 새들이 죽고 둥지가 파괴됐다.
2020년 스타십 SN8은 충격파가 인근 주택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연방항공청(FAA)의 발사 보류 통보를 무시한 채 발사됐다 폭발했지만, FAA는 스페이스X의 '자체 조사'를 허용했고 회사는 결과 공개를 거부했다. 그날 머스크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스페이스X 팀! 화성이여, 우리가 간다!!" 규정 위반과 폭발조차 축포가 되는 곳에서 규제는 성장의 배경음으로 전락한다.
당초 연 180시간으로 지역사회에 약속됐던 해변 폐쇄는 500시간으로 늘었고, 건물 높이를 포함한 여러 협약 위반도 제재 없이 넘어갔다 (Lipton 2024). 그 사이 인근 지역의 멸종위기종 세가락도요 개체수는 54% 급감했다. 원주민 연구자 크리스토퍼 바살두 박사의 말처럼 (Lipton 2024), 화성을 식민지화해 인류를 구하겠다는 이가 정작 이 지역의 땅과 사람들, 원주민들을 '희생 구역'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재난화는 국지적 사건들의 합이 아니라 지구적 규모의 구조적 압력이 되어가고 있다. 2024년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에 실린 연구 (Ang et al., 2024) 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전 세계 로켓 발사 시도는 223회로 10년 전보다 175% 늘었고, 해안·해상 발사장의 70% 이상이 공식 보호구역과 겹친다. 발사장 건설은 습지를 매립하고, 발사 시 배기가스와 음향 충격파는 인근 산호와 어류, 바닷새를 때리며, 분리된 로켓 단과 페어링은 최대 1500킬로미터 떨어진 해역에 떨어져 미연소 연료와 중금속을 남긴다.
고고도에서 뿜어진 블랙카본과 염화수소는 대기를 거쳐 바다에 쌓인다. 남태평양의 가장 외딴 해역은 수명을 다한 위성과 로켓 동체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우주선 공동묘지'로 쓰이는데, 그곳에 쌓여가는 잔해가 심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규명조차 되지 않았다. 플로리다의 주요 발사장과 인접한 인디언 리버 라군에서는 수은, 알루미늄, 리튬 같은 오염물질이 검출됐고 발사 직후의 국지적 해수 산성화 사례도 보고됐다. 발사 횟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데 해양생태계 영향 연구는 한참 뒤처져 있다. 그리고 재난의 청구서는 언제나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발사장 인근 주민과 원주민, 그리고 말 못하는 생명들에게 먼저 도착한다.
다른 우주를 상상할 권리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2022년 이렇게 꼬집었다. 화성이든 어디든 우주를 식민지화하는 데는 강력한 사업적 근거가 없지만, 우주 식민지화로 '인류를 구한다'고 이야기하는 데는 강력한 사업적 근거가 있다고. 위성 사업으로 돈을 벌면서 화성 이주의 꿈을 파는 것이야말로 이 산업의 핵심 사업모델이라는 뜻이다. 재난을 경고하면서 재난을 생산하는 구조를 짚어내지 않는 한, 폭발과 오염과 죽음은 '불가피한 비용'으로 계속 처리될 것이다.
물론 답은 하나의 제도로 완성되지 않는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위험물질의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일, 발사 전 해양생태 영향평가를 표준화하고 장기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일, '군용물품'이라는 분류가 안전 감시의 면제부가 되지 않도록 법을 손보는 일이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산업의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기록하고 조사하고 물음을 던지는 시민들의 자리가 필요하다. 기술은 스스로 멈추지 않고 기업은 스스로 이윤을 포기하지 않는다. ‘우주’ 와 ‘미래’ 라는 말 앞에서 질문을 거두는 대신, 그 말들이 무엇을 가리고 있는지 자꾸 묻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우주로 가는 길이 반드시 군산복합체와 희생 구역 위에 놓여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니얼 우드와 동료 연구자들은 2023년 이렇게 물었다. 특정 집단이 저임금·위험·비인간화된 노동으로 분리되는 인종화된 자본주의의 파괴적 패턴을 재생산하지 않는 우주 확장을, 아직 군산복합체에 의해 미리 결정되지 않은 인류와 우주의 관계 맺음을 상상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상상을 시작하려면 먼저 물어야 한다. 스페이스X는 반복적으로 협약을 위반해도 제재가 없었고, 한화는 세 번째 참사 뒤에야 대표이사가 입건됐다. 왜 책임 규명은 늘 재난 이후에야, 그것도 뒤늦게 이루어지는가. 재난의 위험은 누구에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전가되는가. 이 산업은 누구를 구하고, 누구를 희생시키는가. 그 질문을 멈추는 순간, 지구의 재난화는 가속된다.
필자 해서 : 인류학/과학과사회학을 연구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이 글은 시민언론민들레, 생태적지혜연구소에도 공동게재 됩니다.
출처:
Ang, L. P., Kong, F., Hernández-Rodríguez, E., Liu, Q., Cerrejόn, C., Feldman, M. J., ... & Yin, X. (2024). “Rocket launches threaten global biodiversity conservation.”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5(1), 799.
Ayassamy, P. (2025). “Space Launches and Their Possible Impact on the Deterioration of the Indian River Lagoon Marine Ecosystem in Florida?” Thalassas: An International Journal of Marine Sciences, 41(3),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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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as, Brad. (2023). “On cosmic injustices: Critical thinking, outer space, green values, and capitalist ideologies in a planetary age.” Environment and Planning D: Society and Space. 4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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