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경영자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산다. 시장은 이를 강력한 신호로 읽는다. 투자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인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이다. 자기 자산을 회사에 직접 걸어 성패를 함께 짊어진다는 뜻이다.
‘스킨 인 더 게임’이 왜 강력한 신호가 되는지는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내부자가 주식을 파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사는 이유는 하나뿐이라고 했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매수는 회사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자기 돈으로 증명하는 행위인 셈이다.
■ 창업자는 지분으로 말한다
일론 머스크는 순자산의 상당 부분이 테슬라 지분에 묶여 있다. 회사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 되도록 스스로를 묶어둔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알파벳을 상당한 지분을 유지한 채 장기 비전으로 이끌어왔다.
창업자가 이끄는 회사일수록 이 경향은 뚜렷하다. 경영자가 큰 지분을 쥐면 단기 실적에 좌우되기보다 회사의 먼 미래를 보게 된다는 것이 ‘스킨 인 더 게임’의 핵심 논리다.
■ 블록체인에서는 ‘검증’까지 건다
블록체인 산업에서는 자산을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네트워크 운영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이더리움이 대표적 사례다. 창업자가 자기 네트워크의 자산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확신의 표현으로 읽힌다. 나아가 이더리움 재단은 올해 초 7만 이더리움을 직접 스테이킹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자기 네트워크의 검증에 직접 자본을 걸어 기술에 대한 믿음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주식 매수가 ‘보유’라면, 스테이킹은 ‘참여’다. 스킨 인 더 게임의 무게가 한층 무거워진다.
넥써쓰 장현국 대표의 '스킨 인 더 게임' 사례는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과 함께 토큰·네트워크에 직접 자본을 거는 온체인 방식을 함께 밟아왔다. 시작은 토큰이었다. 지난해 $ONE(구 $크로쓰) 세일에 창업자 특혜 없이 시장과 같은 가격으로 참여했다. "설립자인 나도 무료로 토큰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후 사재로 $ONE을 추가로 매입했고 지난해 말에는 "우리는 다른 많은 프로젝트와 달리 진정으로 '스킨 인 더 게임'을 실천하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
행보는 주식으로도 이어졌다. 올해 초 회사의 자본 확충 과정에서 50억 원 규모 신주 인수에 참여하기로 했고, 납입은 오는 8월로 예정돼 있다. 6월에는 주주 간 계약에 따른 콜옵션을 행사해 약 146억 원 규모 주식을 확보했다. 7월에는 자사주 16만여 주를 약 3억 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최근 다시 온체인으로 돌아왔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네이티브 토큰 원($ONE)을 며칠에 걸쳐 추가 매수했다"고 밝혔다.
■ 신호인가 보여주기인가
물론 '스킨 인 더 게임'을 무조건 긍정 신호로만 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의미 있는 자본 투입 없이 소액 매수만 반복하는 행위는 신념보다 보여주기에 가까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매도 뒤 시장을 달래기 위한 매수도 마찬가지다. 상장사 경영자의 자사 자산 매수는 이해상충 논란을 부를 수 있어 투명한 공시와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경영자가 자기 돈과 자기 시간을 회사와 네트워크에 걸수록 그 판단은 주주·이용자와 한 배를 타게 된다. 리더가 무엇에 얼마를 거는지는 여전히 시장이 눈여겨보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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