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식당들이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국내 제분업체 7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담합으로 원재료값이 오르면서 식당 운영에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 연합뉴스
법무법인 LKB평산은 지난 29일 서울·경기 지역 중식당 12곳을 대리해 CJ제일제당·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제분업체 7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4차례에 걸쳐 밀가루 가격의 인상·인하 여부와 시기, 가격 변동폭, 물량 등을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조사 결과 밀가루 가격은 담합이 이뤄진 기간 중 2021년 1월 1㎏당 649원에서 2023년 1월 924원으로 최대 42.4% 올랐다. 이후 가격이 다소 내렸지만 담합 전보다 약 22.7%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5조9913억원이다.
소송을 낸 중식당들은 이 기간 도매업체를 통해 각각 1047만원에서 9954만원어치의 밀가루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담합으로 뛴 가격에 밀가루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영업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밀가루는 짜장면·만두·탕수육 등 중식당 주요 메뉴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다. 중식당 사장들은 밀가루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메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고, 그 여파로 매출 감소와 고객 이탈까지 걱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원고들은 우선 각각 100만원을 청구했으며, 이후 실제 구매내역과 정상가격을 분석해 청구금액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청구액은 담합에 가담한 제분 7개사가 연대해 책임지도록 했다. 소송을 맡은 정태원 LKB평산 변호사는 과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들의 담합으로 생긴 부담이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넘어갔다고 지적하며, 기업들이 소송을 장기간 끌기보다 피해 사업자들과 신속히 합의하고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 소비재 담합 사건은 잇따라 소상공인들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제과류 제조업체들도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설탕 담합 사건과 관련해 같은 방식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상공인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성과를 거둘 경우 다른 소상공인들이 추가로 소송에 참여하거나, 농심·팔도·오리온 등 밀가루를 원료로 쓰는 피해 기업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밀가루값을 담합한 제분업체 6개사와 각 법인의 대표이사, 임직원 등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 가운데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를 신청한 CJ제일제당은 제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에 가담한 7개사에 총 67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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