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3일 치러질 제38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종단 안팎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지난 22년간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를 이끌어온 정념 스님이 31일 전격적으로 교구장직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2004년 취임 이래 오대산에 깊은 뿌리를 내려왔던 정념 스님의 사퇴는 단순한 보직 사임을 넘어, 차기 총무원장 선거판 전체를 흔드는 대형 변수로 떠올랐다.
정념 스님이 출사표에 가까운 입장문에서 던진 일갈은 매우 매섭다.
단순히 승가 내부의 세력 다툼을 넘어 한국 불교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방향성을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불자 수 감소, 출가자 급감, 청년층의 외면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정념 스님은 “더 큰 문제는 한국 불교의 방향이 명쾌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현 종단 지도부의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수십억 원이 투입되는 선명상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정체성 모호함, 중앙 총무원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과 유명무실한 교구중심제 문제 등을 가감 없이 끄집어냈다.
이번 사퇴가 9월 선거의 ‘대형 이변’을 예고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안정적 연임론’에 대한 강력한 견제구다. 당초 종단 안팎에서는 현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연임 기류나 조용한 선거 치르기가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 출마 사직 시한(8월 10일)을 열흘 앞두고 정념 스님이 단일화나 양보 없는 완주 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완벽한 다자구도 내지 정면승부 판이 짜였다.
범야권 성향 주자들의 연쇄 움직임과 결합할 경우 표심의 지형도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둘째, ‘현장 검증 모델’이라는 명확한 대안 제시다. 정념 스님은 지난 20여 년간 월정사에서 단기출가학교, 자연명상마을 옴뷔, 복지재단 운영, 조선왕조실록 환수운동 등 한국 불교계의 굵직한 실천적 이정표를 만들어 왔다.
“오대산에서 증명된 실천 모델을 전국 24개 교구로 확산해야 한다”는 주장은 단순히 중앙 권력을 잡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지역 교구와 저잣거리 중심으로 불교의 활력을 되살리자는 구체적 담론으로 작동하고 있다.
셋째, 시대 변화(AI)와 시대 정신에 대한 질문이다. 문명사적 전환기에 불교가 어떤 철학적·교학적 대답을 내놓아야 하는가에 대해 던진 화두는 321명 선거인단의 표심을 넘어 종도 전체의 공감대를 자극하고 있다.
"물러나기 위함이 아니라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라는 사퇴의 변처럼, 오대산에서 시작된 바람은 이미 조계사 앞마당까지 도달했다.
선거인단 321명의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한 달 남짓의 막판 표심 잡기에서, 이번 사퇴 파동이 단순한 찻잔 속의 풍랑에 그칠지, 아니면 한국 불교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결정적 계기가 될지 종단 전체의 눈과 귀가 9월 3일을 향하고 있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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