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국내 제조업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글로벌 메모리 시장 개선이 국내 수출을 견인하는 가운데 자동차와 조선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철강·석유화학·건설자재 등 전통 제조업은 여전히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산업 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출 지표와 기업 실적만 놓고 보면 제조업이 회복 국면에 진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산업 현장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한국 제조업의 핵심 키워드로 '회복'보다 '불균형 성장'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가 끌고 조선·자동차가 받친다…수출은 회복세
8월 제조업 전망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반도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D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과 수출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가격 회복과 서버용 반도체 수요 확대는 국내 수출 증가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산업 역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친환경차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선업은 LNG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 중심의 수주 잔량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이 한국 제조업을 지탱하는 '3대 축'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석유화학은 여전히 먹구름…전통 제조업 회복은 더디다
반면 전통 제조업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 건설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공급 과잉과 낮은 제품 가격, 중국의 대규모 증설 여파가 지속되면서 실적 개선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와 건설자재 산업도 국내 건설경기 위축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 둔화와 신규 착공 감소는 관련 산업 전반의 생산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 수출 산업의 호조만으로 제조업 전반의 회복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숫자는 좋아졌지만 현장은 다르다…양극화가 더 큰 문제
최근 제조업 지표는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산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온도 차는 상당하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는 반면, 내수 중심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원가 부담과 인력난, 내수 침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가 전체 제조업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산업 간, 기업 규모 간 격차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경제계에서는 반도체 수출이 증가할수록 국가 전체 수출 실적은 개선될 수 있지만, 이를 제조업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 제조업이 특정 산업 의존도를 줄이지 못할 경우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도 여전히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 투자 확대가 제조업 판도 바꾼다
올해 제조업을 바라보는 또 다른 변수는 AI다.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와 조선, 전자, 기계 산업까지 AI 기반 생산 혁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와 디지털 전환이 제조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AI를 얼마나 빠르게 생산 공정에 접목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생산 자동화와 품질 관리, 공급망 관리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중소 제조업체들은 투자 여력 부족으로 디지털 전환 속도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과제로 지적된다.
결국 AI 경쟁력이 향후 제조업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관전 포인트는 '반도체 이후'
전문가들은 하반기 제조업의 최대 변수로 반도체 호황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를 꼽는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구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장 구조는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와 중국 제조업 회복 속도, 글로벌 금리 환경, 원자재 가격 변동 등 대외 변수 역시 제조업 전반의 회복 여부를 결정할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들은 AI와 친환경 전환,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 없이는 한국 제조업 전체의 성장 동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8월 제조업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비교적 긍정적인 출발이 예상되지만, 산업 전반으로 회복 온기가 확산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올해 하반기 한국 제조업의 성패는 '반도체 호황'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폴리뉴스 정보영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