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0년 넘게 유지돼 온 검찰 수사 체계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재석의원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곽상언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기권표를 행사했다.
앞서 전날 민주당은 이날 검사의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 직접 수사를 막고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곧바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표결 처리가 지연됐다.
이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직후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후 재적의원 3/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이를 종료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후 종료됐고, 개정안은 표결을 거쳐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에는 오는 10월 검찰청법 폐지 및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시행에 따른 수사·기소 분리와 범죄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 확대 등이 담겼다.
보완수사권은 폐지되지만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찰은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 통지해야 한다. 수사 기간은 필요에 따라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으며,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된다.
또한 아동학대·가정폭력·성폭력·스토킹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주요 범죄는 반드시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했다. 만약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 등도 부여됐다. 이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조치다.
공소 기각 판결의 사유도 새롭게 추가됐다. 중대한 위법 수사를 근거로 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다. 해당 내용은 지난 28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법무부·대검찰청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민주당 주도로 개정안에 포함됐다.
이날 개정안 가결 직후 청와대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곧바로 공방전에 돌입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의 입법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남용해 온 검찰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국회가 응답한 결과"라며 "이제 수사는 수사기관이 제대로 하고 검사는 공소 유지에 전념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석 당대표 후보도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으로 증명해 낸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개혁적 결단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역사적 성과"라며 "국민과 약자를 지키는 검찰개혁·사법개혁의 길을 촘촘하고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청래 후보 역시 "노무현 대통령님, 검찰개혁 법안 통과를 보고드린다"며 "국회 문턱을 넘은 개혁법안을 대통령님 영전 앞에 고이 바친다"고 했다.
반면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끝내 국민 여론을 저버리고 소수 강성 지지층의 손을 들어줬다"며 "앞으로 범죄 피해자들은 경찰이 끝까지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외에는 기댈 곳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본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오늘의 기점으로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다수를 억울하게 하고 피해를 주는 정책을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밀어붙이는 행동은 계속 유지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확하게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취소를 옹호하기 위한 법"이라며 "부동산 업자가 권력을 잡은 다음에 부동산 업자에게 세금을 면제할 수 있는 법을 만들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형사소송법 개정안 가결 후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 단축 법안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다시금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패스트트랙 안건 심사 기한을 현재 최장 330일에서 90일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7월 임시국회 회기가 이날 자정에 끝나는 것에 맞춰 필리버스터도 자동 종결된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