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31일 오후 5시 이사회를 열고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2조3000억원으로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르면 조만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관계 당국의 승인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5조원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여기서 회사의 순차입금 2조원을 제외한 3조원을 경영권 지분 거래가로 보고 전체 지분의 70%를 약 2조300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매각 대상은 SK가 직접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확보한 지분 19.6%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나머지 지분 29.4%는 이번 이사회 의결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두산이 추후 별도 계약을 통해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두산이 최 회장 지분까지 확보하면 SK실트론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의 잔여지분 30%의 가치는 약 9000억원으로 풀이된다.
이번 거래는 지난해 12월 두산이 SK실트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당초 양측은 올해 상반기 거래 종결을 목표로 협상을 벌였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라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다시 산정하면서 최종 합의가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원판 역할을 하는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기업이다. 200㎜(8인치)와 300㎜(12인치) 실리콘 웨이퍼를 비롯해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용 전력반도체에 쓰이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300㎜ 실리콘 웨이퍼 단결정 성장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고, 전 세계 시장 3위권 이내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두산은 향후 실트론 웨이퍼 사업이 연평균 7%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오는 2031년 실트론의 매출 목표를 약 3조 원으로 잡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인수 계약으로 두산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실트론은 상장하지 않을 것이며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두산 주주가치 제고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SK실트론 인수로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낙점한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싣게 됐다. 박정원 회장은 기존 중공업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반도체와 첨단소재 등으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업체인 테스나를 약 4600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두산테스나로 변경했다. 두산테스나는 시스템반도체 웨이퍼 테스트와 패키지 테스트를 담당하고 있다. ㈜두산 전자BG는 반도체 패키지와 AI 가속기, 데이터센터 서버 등에 사용되는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한다.
여기에 SK실트론의 웨이퍼 사업이 더해지면서 두산은 반도체 기초 소재인 웨이퍼와 패키지·기판용 전자소재, 후공정 테스트를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됐다. 향후 SK실트론과 두산 전자BG, 두산테스나 간 연구개발과 고객사 공동 대응, 투자 효율화 등에서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대규모 인수 자금 마련은 두산이 풀어야 할 과제다. 두산은 자체 현금과 산업은행 등 금융권 차입, 계열사 자산 유동화 등을 조합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 규모가 두산그룹의 과거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수준인 만큼 인수 이후 재무 부담을 관리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SK는 이번 매각으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사업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SK그룹은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AI와 반도체, 에너지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SK㈜는 공시를 통해 지분 양도 목적에 대해 "재무건전성 제고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원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핵심기술 관련 승인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거래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SK실트론은 2017년 SK그룹에 편입된 지 약 9년 만에 두산그룹 계열사로 새 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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