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0여 년간 이어져 온 ‘검사 수사·기소’ 체계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반대 2명은 곽상언 민주당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었다. 기권 1명은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었다.
법안 처리에 반대해 전날 개정안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들어갔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의 직접 수사권뿐 아니라 경찰 수사 이후 검사가 직접 추가 수사할 수 있는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하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를 제도적으로 분리해 검사는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만 검사가 경찰 수사 결과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면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요구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알려야 한다. 필요한 경우 수사 기간을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수사기관은 수사 과정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해야 한다. 수사기관 내부에서 어떤 자료가 생산됐고 수사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전산상 남겨 수사 과정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통제와 피해자의 권리도 강화된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과 피해자뿐 아니라 고발인도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의신청을 위해 필요한 사건 기록을 열람·등사할 권한도 부여된다.
위법하거나 자의적인 수사·기소를 견제하기 위한 공소기각 사유도 확대됐다. 개정안은 ‘중대한 위법 수사를 근거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를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사유로 새롭게 추가했다.
이번 법안 통과는 단순히 검찰의 일부 권한을 축소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형사사법체계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조치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에 이르는 형사절차 전반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특히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은 검찰이 경찰 수사를 통제하거나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꼽혀왔다.
여권은 이번 개정안을 검찰개혁의 핵심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한 기관에 집중되면서 발생해온 정치적 수사와 표적 수사, 과잉 수사 등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검찰을 본래 역할인 기소와 공소 유지 중심의 기관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반면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없애면 경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잘못됐을 때 이를 신속하게 바로잡을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가 직접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지 못하고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만 가능해지면서 사건 처리가 장기화되고 경찰의 수사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도의 성패는 검찰의 권한을 얼마나 줄이느냐보다 검찰이 빠진 수사 영역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것인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의 수사 역량과 인력 보강,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 설계, 사건 지연을 막을 장치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 그 부담은 결국 고소인과 피해자, 피의자 등 형사사법 절차에 들어온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법안 통과 이후가 오히려 검찰개혁의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검찰 권한 축소라는 정치적 목표를 넘어 수사 공백과 사건 적체를 최소화하고 범죄 대응 능력을 유지하는 후속 제도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권력기관 간 견제와 국민 기본권 보호로 이어질지, 아니면 형사사법 절차의 지연과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을 초래할지는 실제 제도 운용 과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70여 년간 이어진 검찰 중심 형사사법체계를 뒤집은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은 한국 검찰개혁 역사에서 거대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동시에 권력기관 개혁의 성과는 검찰의 권한을 얼마나 빼앗았느냐가 아니라 그 결과 국민이 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느냐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이 권력기관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검찰개혁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지, 수사 공백과 사건 지연으로 국민이 대가를 치르는 ‘형사사법 혼란의 시작’이 될지 이제 공은 후속 제도 설계와 함께 실제 현장으로 넘어갔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향후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넘겨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중수청이 조직과 권한을 새로 설계하는 것만으로 수사 역량까지 그대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오랫동안 대형 부패·경제범죄 등의 수사를 담당해온 검사와 수사관들이 중수청으로 얼마나 이동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검찰에서 오랫동안 수사 일선에서 활약하다 고위직에 오른 한 현직 인사는 이에 대해 “검찰의 대체적 분위기가 중수청으로 옮겨가는 것에 부정적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수사 노하우도 이제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있다”라며 “중수청이 검찰의 수사 기능을 그대로 이양받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체계를 세워야 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검찰의 수사 기능과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아 자괴감도 든다. 앞으로 어떤 혼란이 생길지 아무도 예상할 수도 없다. 형사체계가 빨리 안정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 가운데서도 중수청으로 옮기기보다 공소청에 남아 기소와 공소 유지 업무를 맡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또한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앞으로 검사는 판사로의 상승 이직을 희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검사를 꿈꾸던 변호사들이 중수청에 지원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검사의 수사 노하우를 승계할 인력이 많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국가의 수사역량 강화라는 큰 틀의 의제를 정치권이 심도있게 더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검찰이 축적해온 수사 노하우와 전문 인력의 상당 부분이 새 수사기관으로 승계되지 못하는 ‘수사 인재 유출’ 또는 ‘수사 역량 단절’ 문제가 향후 정치권의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권을 떼어내는 것과 국가의 수사 역량을 온전히 새로운 기관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수청 출범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정부와 국회가 인력과 전문성의 이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이번 검찰개혁의 성패를 가르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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