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2분기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를 겨냥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 실적 회복을 견인한 모습이다.
주목할 부분은 배터리 3사의 하반기 성장 전략이다. 미국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와 관세 환급금, 고객사 보상금 등 일회성 비용이 흑자 전환에 상당 부분 기여한 만큼 ‘깜짝 반등’을 넘어 실질적인 체질 개선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승부처로 떠올랐다. 배터리 3사는 ESS 경쟁력 강화 및 생산 능력 확대, 폼팩터 다변화, 수율 및 원가 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31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전날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잇따라 하반기 전략을 공개했다.
3사가 가장 치열하게 맞붙을 분야는 ESS다. 3사 모두 북미·유럽 등 현지 ESS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전력망용 대형 ESS, 데이터센터 자체 발전·저장용 ESS, 무정전전원장치(UPS)·배터리백업유닛(BBU)용 고출력 배터리 등을 핵심 타겟으로 삼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말까지 북미 지역 내 50GWh 이상의 ESS 생산 능력을 확보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 전기차 라인의 ESS 전환을 마무리하고 파우치형과 각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능력을 동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용 UPS·BBU 등 고출력 제품 라인업도 강화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시스템 통합(SI)과 유지·보수(O&M) 사업 역량을 앞세워 수주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배터리 공급부터 설계·운영·소프트웨어를 묶은 ‘엔드 투 엔드’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중국 경쟁사와 가장 차별화된 경쟁력이 SI와 O&M 사업 역량”이라며 “에너지 효율 개선, 전력 거래 지원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고수익 사업으로 전환하고 구조적 경쟁 우위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하드웨어와 공급망 경쟁력으로 맞불을 놓는다. 오는 10월 미국 내 각형 LFP 셀 양산을 시작해 연내 ‘SBB(Samsung Battery Box) 2.0’ 솔루션을 본격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이미 2029년까지의 캐파를 상당 부분 채웠고, 2028년부터 생산 능력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증설을 검토 중이다. 하반기 AI 데이터센터용 UPS·BBU 매출 역시 전년 대비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중국 공급망(Non-PFE)도 선제 구축했다. 삼성SDI는 국내와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해 필요한 LFP 양극재 물량을 선점했고, 다른 주요 부품도 파트너사들과 현지화를 추진해 Non-PFE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한 상태다. 삼성SDI 관계자는 “LFP 등 신규 제품 적기 양산, 신규 프로젝트 수주 확대, 캐파 추가 확보 등을 통해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K온은 올해 20GWh 규모의 ESS 수주 목표를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특히 SK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해 ESS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SK온 관계자는 “그룹 관계사와 협업해 데이터센터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 수요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향 다기능 통합 ESS 제품을 개발하는 그룹사와 공동으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폼팩터 준비도 한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4분기 미국 애리조나 46시리즈(지름 46mm 원통형) 라인을 가동해 완성차(OEM)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다. 미래 기술 영역에서는 연내 건식 전극 공정을 적용한 전고체 파일럿 라인과 나트륨(소튬)이온 배터리 샘플 생산 라인을 완성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46시리즈는 차량 구조에 적합하면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급속 충전 구현이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며 “10분 내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냉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체 팩 디자인 설계를 통해 차별화된 전기차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기존 강점인 각형 배터리의 안전성을 앞세워 유럽 볼륨(중저가) 세그먼트 수주를 늘린다. 휴머노이드·우주항공·하이브리드차 등 신규 시장으로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 적용 범위도 확대한다. ESS·UPS용 나트륨이온 배터리 상용화를 가속하고 내년 양산을 앞둔 전고체 배터리도 휴머노이드를 시작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
삼성SDI 관계자는 “휴머노이드는 원통형 및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주요 업체들과 프로젝트를 협의하고 있다”며 “우주항공용 배터리는 극저온 환경과 장수명 특성 등에 최적화된 원통형 제품을 바탕으로 여러 고객사와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온은 적극적인 폼팩터 경쟁 대신 효율화 전략을 택했다.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한 고정비 절감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포드와의 합작 체제를 정리하고 ‘SK온 테네시’ 단독 공장으로 전환하며 연간 약 3000억원의 감가상각비와 2000억원 규모의 이자 비용을 줄이게 됐다. 여기에 자동화 및 AI 기반 운영 최적화, 수율 개선 등 원가 절감 과제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SK온 관계자는 “신규 ESS 라인 관련 시설투자는 폼팩터를 변경하지 않는 경우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단기적으로는 원가 절감과 물량 회복을 통해 분기 순익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주 확대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의 질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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