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기아가 전동화 라인업 확대와 재생에너지 전환, 공급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 고도화를 앞세워 지속가능경영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국내 생산거점의 재생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탄소배출 감축 성과는 보다 구체적인 정량 지표로 제시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난 1일 기아가 발간한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 MOVE'에 따르면 회사는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승인과 전동화 확대, 재생에너지 전환, 공급망 ESG 관리 강화를 올해 핵심 ESG 성과로 제시했다. 글로벌 공급망 규제에 대응해 협력사 ESG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순환경제와 안전보건 분야 투자도 확대하며 지속가능경영 경쟁력을 강화했다.
다만 개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동화 확대와 재생에너지 전환 등 환경 부문 성과는 가시화되고 있지만 국내 사업장의 탄소 감축 성과와 공급망(Scope3) 배출량 감축 효과를 보여주는 정량 지표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협력사 ESG 관리 체계는 강화됐지만 실제 탄소 감축 성과와 공급망 전반의 실행력을 입증할 수 있는 공시는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 전동화 판매 77만대…탄소중립 로드맵 구체화
환경(E) 부문에서는 전동화 사업 확대가 핵심 성과로 꼽힌다. 지난해 기아의 전동화 차량 판매는 77만2798대로 전년 64만4685대보다 약 20% 증가했다. 하이브리드(46만7611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전기차(24만8045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5만7142대)가 뒤를 이었다. 전동화 차량 매출도 29조6576억원에서 36조1026억원으로 약 22% 늘었다. 친환경차 중심의 사업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아는 오는 2030년까지 EV 라인업을 기존 11종에서 14종으로 확대한다. 연간 EV 판매 100만대, 글로벌 시장점유율 3.8%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차량 판매를 넘어 충전·정비 인프라와 목적기반차량(PBV) 생태계를 함께 구축해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전동화 과정에서 내연기관 부품사의 사업 전환과 생산직의 직무 전환을 지원하는 '공정전환' 정책을 별도 ESG 과제로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온실가스 감축 분야에서는 SBTi의 단기 목표 승인을 획득했다. 지난해 국내외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당초 계획보다 9%포인트(p) 높은 24%를 기록했으며 중국 사업장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다. 기아는 앞으로 멕시코와 미국 등 해외 생산거점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탄소중립 전략의 실질적인 이행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정량 성과는 보완 여지가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계획과 중장기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지만 국내 생산거점별 온실가스 감축 실적과 재생에너지 전환율 추이, 저탄소 소재 도입에 따른 실제 감축 효과에 대한 공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공개됐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원자재·부품 생산과 차량 운행 과정에서 전체 배출량의 상당 부분이 발생한다.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을 의미하는 '스코프 3(Scope 3)'의 비중도 크다. 그만큼 향후에는 항목별 배출량과 감축 실적, 목표 대비 이행률을 함께 공개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 로봇으로 안전관리…공급망 ESG는 계약 의무로
사회(S)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산업안전 관리가 두드러진다. 기아는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는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를 생산공장에 도입하고 순찰 로봇 '스팟'과 AI 열화상 시스템으로 고위험 구역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지난해 위험성 평가에서는 4만8841건의 위험요인을 식별해 조치가 필요한 5352건의 고위험 요인을 개선했다. '안전환경 내부심사(KIA SEMS)'도 목표치(80점)를 웃도는 83.7점을 기록했다.
공급망 관리도 한층 강화했다. 기아는 협력사 행동규범과 표준계약서를 개정해 강제노동·아동노동 금지와 하위 공급망 실사 의무를 계약에 반영했다. 유럽연합(EU)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등 글로벌 규제에 대응해 중대한 ESG 위반 사항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아울러 책임광물 관리 대상도 기존 분쟁광물 5종에서 배터리 소재 광물을 포함한 22종으로 확대하고 협력사 ESG 평가 결과를 거래와 입찰에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그럼에도 공급망 ESG 관리의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정량 지표는 부족하다. 협력사 탄소배출 감축량과 ESG 개선 성과, 공급망 리스크 관리 결과 등을 연도별 지표로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기아가 공급망 온실가스 감축을 핵심 중대 이슈로 제시한 만큼 향후에는 협력사 감축 실적과 '부품 생애주기평가(LCA)' 적용 성과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 이사회 독립성 강화…ESG 보상 연계는 추가 공개 필요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이사회 중심의 감독 체계를 강화했다. 이사회 산하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분기마다 탄소 감축과 안전보건, 공급망 실사 등 주요 현안을 검토하고 ESG 전담조직이 부문별 개선과제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감사위원회와 보수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으며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 비율은 60%에 이른다. 여기에 이사회 의장의 독립성을 보완하기 위한 선임사외이사 제도 역시 운영하고 있다.
최고경영진과 주요 사업부 평가에도 ESG 지표를 반영했다. 탄소배출 감축과 RE100 이행, 연비 규제 대응, 인권·안전·보안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기아는 일반 경영진 성과 인센티브에 지속경영 지표를 반영하고 ESG 핵심성과지표(KPI)의 적용 범위와 반영 비중도 확대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속경영 지표가 임원 보상에서 차지하는 세부 비중과 ESG 지표별 목표 달성률,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ESG 성과와 경영진 보상의 연계 수준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지표별 평가 결과와 보상 연계 방식에 대한 정량 공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ESG행복연구소 관계자는 "기아는 ESG 거버넌스와 공급망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며 글로벌 규제 대응 기반을 마련했다"며 "향후에는 온실가스 감축과 공급망 관리, 안전·인권 분야의 실질적인 개선 성과를 정량 데이터로 지속 공개하는 것이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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