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사선 피폭 실태조사에서 조사 대상 59명 가운데 26명에게 누적 방사선 노출을 시사하는 염색체 이상이 확인됐다. 다만 조사기관은 해당 결과만으로 북한 핵실험에 따른 피폭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31일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가 수행한 '북한이탈주민 피폭 실태조사 사업 결과 요약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탈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북한이탈주민 6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됐다. 이 가운데 59명은 방사선 피폭 검사와 일반 건강검진을 받았으며,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실시한 검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던 5명은 정밀 건강검진을 추가로 받았다.
조사 결과, 누적 방사선 노출을 반영하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에서 전체 59명 중 26명이 최소검출한계인 0.25Gy(그레이) 이상으로 확인됐다.
안정형 염색체 이상은 출생 이후 검사 시점까지 축적된 방사선 노출을 보여주는 지표지만, 자연 방사선과 의료·직업적 피폭까지 모두 포함하는 데다 노출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연령, 흡연, 음주, 중금속 노출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이번 검사 결과만으로 과거 북한 핵실험에 따른 피폭이라고 단정해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확한 원인 분석을 위해서는 당시 거주지역의 방사선량, 식수원과 음식의 방사능 정보, 생활환경 등 다양한 자료가 필요하지만 탈북 이전 거주 환경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건강검진은 총 6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암으로 확진되거나 암이 의심되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갑상선 결절과 지방간, 고지혈증, B형 간염 등 다양한 질환이 발견돼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원은 이번 조사의 목적에 대해 "방사선 피폭 검사와 일반 건강검진을 병행해 질환을 조기에 예방·발견하고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사선 피폭은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피폭 여부 확인과 건강 상태에 대한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방사선 피폭 이후 선량 평가와 건강검진을 함께 시행하는 장기 추적관리를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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