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에게 헬멧을 벗고 인적사항을 작성하도록 요구한 부산의 한 아파트가 온라인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배달기사들은 일부 아파트가 과도한 출입 절차를 적용한다며 이른바 '천룡인 아파트'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논란은 부산에서 배달기사로 일하는 A씨가 지난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아파트 배달 과정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약 2분 분량의 영상에는 A씨가 관리직원과 주문자에게 아파트 출입 절차를 설명하는 모습이 담겼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주문받은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아파트를 찾았지만, 1층에서 헬멧을 벗고 출입 명부에 인적사항을 작성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A씨는 개인정보를 남겨야 하는 이유와 헬멧을 벗어야 하는 근거를 물으며 해당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관리직원은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을 경우 아파트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주문자와의 통화를 요청했지만 관리직원이 직접 연결해 주지 않자 건물 밖으로 나가 주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어 출입이 막힌 상황을 설명하고 음식을 1층에 놓고 가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주문자는 "위로 올려줘야 하지 않느냐. 다른 아파트도 그런다. 그러면 배달료를 받지 마시라. 배달 플랫폼사에 연락하겠다"라고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는 음식을 1층 데스크에 내려놓은 뒤 현장을 떠났다.
이후 배달 플랫폼 고객센터는 배달 완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씨에게 연락했다. A씨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 플랫폼 측은 그의 사정을 고려해 배달료를 차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이 확산하자 온라인에서는 아파트 측의 출입 절차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배달기사가 음식을 전달하러 온 사람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헬멧 탈의와 개인정보 작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배달기사를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 같다", "그 정도로 외부인 출입이 걱정된다면 입주민이 직접 1층으로 내려와 받아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려면 배달기사에게 추가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남겼다.
배달은 시간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는 업무인 만큼 아파트 내부에서 걷는 시간과 출입 절차가 길어지면 기사에게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배달기사가 명부를 작성하고 관리직원과 실랑이하는 시간도 모두 업무시간", "정문에서 오토바이를 세운 뒤 멀리 떨어진 동까지 걸어가면 한 건을 처리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다", "일반적인 배달료로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배달기사들 사이에서는 출입 절차가 까다로운 단지를 공유하는 이른바 '천룡인 아파트 지도'까지 등장했다. 해당 지도에는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전국의 고가 아파트 단지 약 50곳이 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천룡인 아파트'라는 표현은 인기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특권계급에서 따온 것으로, 배달기사에게 일반 방문객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거나 별도의 동선을 강제하는 일부 아파트를 비꼬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배달기사들이 호소하는 불편은 개인정보 작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오토바이의 단지 진입을 막아 정문부터 배달 장소까지 걸어가게 하거나, 일반 승강기 대신 화물용 승강기만 이용하도록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출입 과정에서 신분증을 맡기거나 오토바이 열쇠를 보관소에 두도록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달기사들은 일반 방문자와 달리 자신들에게만 별도의 절차가 적용될 경우 직업에 따른 차별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배달기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는 누리꾼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일부는 "출입 절차가 너무 복잡한 아파트 주문은 처음부터 수락하지 않는다", "단지 정문에서 배달 동까지 걸어가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신분증이나 열쇠까지 맡기라고 하면 불안하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아파트의 보안 조치를 무조건 '갑질'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외부인의 출입이 잦은 대규모 아파트에서는 범죄나 분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방문자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입주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신원 확인은 필요하다", "헬멧을 쓴 상태에서는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배달기사를 포함해 모든 외부 방문자에게 같은 절차를 적용한다면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린 자녀를 키우거나 혼자 생활하는 주민이 많은 단지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공동현관과 엘리베이터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보안 절차가 필요하더라도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범위와 보관 방법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데에는 상당수 누리꾼이 공감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면서 수집 목적이나 폐기 시점조차 알리지 않는다면 방문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입주민의 안전과 배달기사의 노동권·개인정보 보호가 충돌하면서 벌어진 문제로 볼 수 있다. 보안을 이유로 모든 요구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출입 절차를 일방적인 갑질로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누리꾼들은 아파트마다 제각각인 출입 기준을 정비하고, 필요한 정보만 최소한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주민과 현장에서 음식을 전달하는 기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는 A씨가 공개한 영상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다. 해당 아파트의 공식적인 전체 입장이나 현장에서 오간 모든 대화는 공개되지 않은 만큼, 특정 단지나 관계자를 향한 무분별한 신상 공개와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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