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인기가 경기장을 넘어 중고거래 시장까지 달구고 있다. 구단이 특정 경기 관람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한정판 유니폼과 의류 굿즈가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증정품뿐 아니라 해당 굿즈를 받을 수 있는 경기 티켓에도 웃돈이 붙는 모습이다. 한정판 굿즈가 단순한 응원용품을 넘어 일상복과 수집품으로 소비되면서 야구장 무료 증정품이 티켓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새로운 '굿즈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자이언츠는 지난해 7월 27일 KIA 타이거즈와의 사직 홈경기에서 입장 관중을 대상으로 '하키티셔츠'를 무료로 배포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초 경기장을 찾은 관중에게만 제공된 한정판 굿즈였지만 팬들의 정식 판매 요청이 이어지자 구단은 이후 약 4000장을 추가로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추가 판매에도 제품을 구하기 쉽지 않다 보니 현재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당근 등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웃돈이 붙은 매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흰색과 검은색을 활용한 깔끔한 디자인과 한여름에도 착용하기 좋은 시원한 소재, 일상복으로 활용하기 쉬운 형태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스레드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시원해서 해외여행에도 입고 갔다", "회사 야유회에도 하키티를 입고 가는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나"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야구장에서만 착용하는 응원용품을 넘어 여행과 나들이,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인기와 달리 시장에 풀린 물량은 제한적이다. 경기 당일 입장 관중에게 증정된 데 이어 팬들의 요청으로 추가 판매까지 이뤄졌지만 이마저도 한정 수량에 그쳤다. 원하는 사이즈의 제품을 구하지 못한 팬들의 수요가 중고거래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당초 무료 증정품이었던 하키티에 웃돈이 붙는 모습이다.
당근에는 하키티가 주로 7만~8만원대의 가격으로 매물에 올라와 있다. 번개장터에서는 판매자가 가격을 정해 게시하는 일반적인 중고거래 방식과 달리 구매 희망자에게 원하는 가격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는 판매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판매 물량보다 제품을 구하려는 수요가 많아 판매자가 가격 결정에서 우위를 점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야구 굿즈가 중고거래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배경에는 한정판이라는 희소성뿐 아니라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도 지목된다. 과거 야구 굿즈가 경기장에서 착용하는 응원용품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구단 로고와 색상을 활용하면서도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 늘어났다.
굿즈 받는 경기 티켓도 웃돈…일반 주말 가격의 2배 넘어
특히 오는 2일 하키티 증정 이벤트가 다시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고거래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일부 팬들이 웃돈을 얹어서라도 해당 경기 티켓을 구매하려는 데다 직접 경기장을 찾기 어려운 팬들을 중심으로 증정받은 하키티만 별도로 사고팔겠다는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증정 행사가 열리기도 전에 제품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나타난 셈이다.
당근에는 하키티 증정이 예정된 오는 2일 경기 티켓이 정상 판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물에 등장했다. 사직야구장 중앙상단석의 일반적인 주말 경기 티켓 가격은 1만4400원이지만 하키티 증정 경기에는 3만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정상 판매가격보다 6000원 비싼 3만6000원짜리 매물까지 올라왔다. 일반 주말 경기 가격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한정판 굿즈의 인기가 오히려 티켓 가격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에 하키티 증정 경기의 티켓 가격이 일반 경기보다 높게 책정된 상황에서 매진 이후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여기에 또다시 웃돈이 붙기 때문이다.
김기범 씨(28·남)는 "종종 창원에서 사직으로 경기를 보러 가는데 굿즈를 준다는 이유로 평소보다 비싼 가격에 티켓을 구매해야 하고 매진 이후에는 중고거래 가격까지 올라 부담이 더 커진다"며 "경기를 보고 싶은 팬들까지 굿즈 수요 때문에 비싼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프로야구 구단의 한정판 굿즈 증정 행사가 관중의 경기장 방문을 유도하고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인 동시에 한정된 공급으로 중고거래 시장의 웃돈 형성을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야구 굿즈가 단순한 응원용품을 넘어 패션과 수집의 대상으로 소비되면서 인기 굿즈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특정 경기의 티켓 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한정된 수량에 비해 수요가 지나치게 몰릴 경우 굿즈뿐 아니라 해당 경기 티켓에도 웃돈이 붙어 실제 경기를 관람하려는 팬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 입장에서도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을 유지하면서 팬들의 구매 기회를 적절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인기가 확인된 굿즈는 추가 판매나 별도 구매 기회를 마련해 팬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중고거래 시장에서 과도한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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