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①효성 ‘형제의 난’ 13년 마침표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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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①효성 ‘형제의 난’ 13년 마침표 찍을까

한스경제 2026-07-31 15:44: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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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효성그룹 제공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효성그룹 제공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효성가 형제의 난이 현재 진행형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친동생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갈등은 퇴사와 비상장 계열사 지분, ·형사소송과 언론전이 얽힌 장기 분쟁이었다. 경영 갈등과 가족 문제, 명예와 지분, 법률과 언론이 서로 얽히면서 분쟁은 13년간 이어졌다. 현재 조현문 전 부사장과 홍보대행사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관련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한스경제는 단독 입수한 재판의 증언과 대응 문건, 취재 내용을 토대로 효성 형제 분쟁의 전말을 6회에 걸쳐 추적한다. <편집자주>

2011년 효성 내부의 경영·감사 문제로 시작된 조현준 회장과 조현문 전 부사장의 갈등은 2013년 조 전 부사장의 퇴사를 계기로 전면전으로 비화됐다. 조현문 배우자 관련 소문과 퇴사 보도자료, 비상장 계열사 지분이 차례로 얽혔고, 이 과정에서 형제는 소송과 고발, 언론전을 거쳐 내달 형사 법정 앞에 서게 됐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그동안 효성 내부의 문제와 가족의 불법행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별’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퇴사 전후 작성된 문건과 법정 증언을 따라가면 결별이라는 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정황이 속속 드러난다.

조 전 부사장 측은 퇴사 후 효성측에 조현문의 경영 성과를 공식 인정하는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상장주식을 처분하고 회사를 떠난 뒤에도 형제들과 얽힌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효성 측에 매각하려 했다. 조현준 회장을 강하게 압박하는 방안과 향후 지분 정리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목표도 하나의 대응 문건 안에서 논의됐다.

한스경제는 검찰 관계자를 통해 과거 관련 재판에서 이뤄진 조현준 회장의 증언조서를 확보했다.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 제시된 검찰의 구술변론 내용과 조현문 전 부사장을 대리했던 공승배 변호사의 법정 증언도 확인했다. 이들 자료를 종합하면 형제분쟁이 회사 내부 갈등에서 대외전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홍보대행사 뉴스컴의 박수환 전 대표의 합류가 주요 분기점이 된 것으로 나타난다.

조현문 배우자 관련 소문에 대응하기 위해 영입된 박 전 대표는 언론 문의를 관리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그는 조현문에게 효성을 떠나는 방안을 조언하고 퇴사 보도자료를 작성했으며, 효성 측에 전달할 메시지와 대외 대응 전략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재판에서 다뤄졌다.

다만 법률 대응과 주요 의사결정의 중심에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있었다. 조현문이 대응 방향과 메시지를 전달할 대상을 정하고, 박 전 대표가 언론 대응과 표현 전략을 보태며, 법률대리인이 협의 내용을 문건으로 작성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졌다는게 공승배 변호사의 증언이다.

▲ 경영 갈등에 배우자 소문까지…박수환 합류 후 외부전

조현준-조현문 형제 사이의 균열은 2011년 전후 효성 중공업 부문 경영과 계열사 감사 문제에서 비롯됐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회사 내부에서 발견한 비위 의혹과 계열사 운영상의 문제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오히려 경영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한다. 효성에 계속 남아 있을 경우 다른 가족의 행위에 함께 연루될 수 있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효성 측의 시각은 다르다. 조 전 부사장이 회사 내부의 문제를 가족과 경영진 전체를 상대로 한 분쟁으로 확대했고 이후 소송과 고발, 언론 대응까지 동원했다는 입장이다. 이미 벌어진 균열을 파국으로 끌고 간 사건은 2012년 말 불거진 조현문 배우자 관련 소문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배우자가 회사 안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취지의 소문이 퍼진 배후에 조현준 회장과 효성 홍보조직이 있다고 의심했다.

다만 실제 소문의 생산·유포 주체가 조현준 회장이나 효성이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조현문의 의심이 객관적인 조사나 법원 판결을 통해 사실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조현문에게 이 사건은 형(조현준)과 회사(효성)가 자신과 배우자를 공격했다는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조현문은 형과 회사측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고, 2013년 초 박 전 대표를 언론 대응 자문역으로 영입했다.

박 전 대표가 합류한 뒤 논의의 초점도 달라졌다. 조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 공승배 변호사는 재판에서 “이전에는 조 전 부사장이 효성에 재직하면서 법률 현안을 해결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박 전 대표 합류 뒤에는 효성을 어떻게 떠날지와 퇴사 이후 대응이 주요 의제가 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박수환 전 대표가 형제 갈등 자체를 만든 것은 아니다. 일부 법적 절차와 회사 내부의 충돌은 그가 합류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공승배 변호사도 박 전 대표가 합류했다고 해서 기존 소송의 방향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조현문 배우자 관련 소문에 대응하기 위해 영입된 ‘언론 자문역’이 조현문의 퇴사 방식과 퇴사 이후 대외전략까지 관여하면서 분쟁의 성격이 달라진 점은 분명하다. 가족 내부에 머물던 갈등은 박 전 대표 합류 이후 보도자료 배포와 법률 문건, 외부 메시지를 동원한 대외전으로 확전됐다.

▲ ‘효성과 결별’하면서 효성의 공식 인정 요구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3년 효성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자신이 보유한 상장 주식을 처분했다. 동시에 퇴사를 외부에 어떤 모습으로 알릴지도 준비했다.

관련 재판에서는 박 전 대표가 조 전 부사장의 퇴사 보도자료를 작성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한스경제가 확인한 증언자료에 따르면, 당시 보도자료에는 조현문이 효성 중공업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 사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고 효성이 그의 앞날을 축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목되는 것은 보도자료의 내용뿐 아니라 발표 주체다. 조현문 측은 당시 선임한 법무법인이나 박 전 대표가 운영하던 홍보회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 있었다. 실제로 효성이 자료를 내지 않을 경우 조현문 측 명의로 발표하는 방안도 준비했다. 그런데도 조현문측은 효성이 직접 보도자료를 내는 방안을 우선했다.

공승배 변호사는 재판에서 조 전 부사장 측 명의로 자료를 발표하는 것과 효성 명의로 발표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현문이 자신의 경영 성과를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효성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형식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효성 측이 첫 번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조 전 부사장 측은 효성 본사를 다시 방문했다. 공 변호사는 두 번째 방문이 앞선 방문에서 만나지 못한 사람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효성 명의 보도자료를 다시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연합뉴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연합뉴스

조현문이 가족 불화나 경영 실패로 회사를 떠났다는 추측성 보도를 방지하기 위한 명예 보호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조현문이 퇴사 이후 언론에 보도될 형제간 불화설과 억측을 크게 우려했다는 증언도 있다.

그러나 목적이 단순한 사실관계 해명이었다면 조현문 측이 직접 퇴사 배경과 경영 성과를 설명하는 방법도 있었다. 효성 경영비리를 이유로 회사를 떠난다는 당사자가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 회사로부터 ‘성과를 인정받고 축복받으며 떠나는 사람’이라는 공식 평가를 받으려 한 이유는 별도로 따져볼 문제다.

‘효성과의 결별’이라는 명분과 ‘효성의 공식 인정’을 관철하려 한 행동 사이에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 간극이 있다. 효성 명의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는 조현준 회장 관련 비리자료와 검찰 등 수사기관을 뜻하는 ‘서초동’이 거론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조현문 측이 효성에 퇴사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하면서 만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현준 회장 관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압박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 전 부사장과 박 전 대표 측은 보도자료 요구와 비리자료 제출 검토가 별개의 사안이었다고 반박한다. 효성의 보도자료 배포를 조건으로 형사고발을 거론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공 변호사는 효성 측에 보도자료를 요구한 사실과 대화 과정에서 ‘서초동’이라는 표현이 나온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효성이 보도자료를 내지 않으면 관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겠다”는 조건을 효성 측에 직접 전달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자신이 조현문을 대리하던 당시에는 형사고발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고, 보도자료와 고발은 시기적으로도 별개였다는 취지의 답변도 내놨다. 보도자료 요구와 형사고발 가능성이 실제로 조건관계에 있었는지는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 퇴사 뒤 남은 비상장 지분…소송·고발·언론전으로

조현문은 자신의 상장주식을 처분했지만 가족과의 경제적 인연까지 모두 끊지는 못했다. 조 전 부사장에게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 동륭실업, 노틸러스효성, 더클래스효성, 효성토요타, 홍진데이터서비스 등 여러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이 남아 있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조현문이 보유했던 비상장 계열사 지분 가치를 약 1000억원으로 제시했으나 공 변호사는 구체적인 지분율과 평가액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는 조 전 부사장이 해당 비상장 지분을 효성 측에 매각하기를 원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쉽게 매각할 수 없다. 그렇다고 효성이나 조현준 회장 등 가족이 조현문의 지분을 반드시 매입해야 할 의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조현문 측은 가족과의 경제적 연결고리를 끊고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관계에서 벗어나려면 지분 정리가 필요했다고 주장한다. 지분을 현금화하는 것보다 효성 및 가족과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우선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013년 3월 작성된 것으로 재판에서 제시된 ‘HJ Talk Point’에는 가족관계 정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겼다. 문건에는 ‘조현준 회장을 제압하고 충분히 겁을 먹게한 뒤 향후 부동산 3사 등의 지분 정리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이 비상장 지분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조현준 회장을 겁먹게 하려는 계획까지 포함된 것이냐고 묻자, 공 변호사는 문건이 그렇게 읽힌다는 취지로 답했다.

공 변호사는 자신이 문건을 작성했고 조 전 부사장이 내용을 수정했다고도 증언했다. 조현준 회장에 대한 압박과 비상장 지분 정리가 별개의 현안이 아니라 하나의 대응 문건 안에서 다뤄졌다는 의미다.

다만 이 문건은 실제 조현준 회장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당시 공 변호사는 조 회장을 만나기 위해 해당 문건을 준비했지만 만남이 취소됐으며, 자신은 문건의 내용을 조 회장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문건 속 ‘강한’ 표현이 누구의 의견이었는지를 두고도 진술에는 일부 불확실성이 있다. 공 변호사는 처음에는 박 전 대표의 의견이라고 답했지만, 이후에는 문건과 당시 상황을 바탕으로 판단한 것이며 “누구인지 고르라면 박 전 대표 같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박 전 대표가 이후 조 회장을 직접 만났을 때 어떤 말을 했는지도 자신은 목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현문 측은 이 같은 점을 들어 해당 문건이 외부에 전달되지 않은 내부 검토자료라고 강조한다. 지분을 고가에 처분하기 위한 이른바 ‘그린메일’을 논의한 사실도 없으며, 가족과 회사의 공격에서 조현문 전 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대응책을 검토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문건이 실행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문건을 작성하면서 어떤 목적을 논의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조 회장을 겁먹게 한다’는 표현과 ‘지분 정리 협상에서 우위를 얻는다’는 목표가 같은 문건에 나란히 담겼다면 조 전 부사장 측이 내세우는 순수한 결별이라는 설명 역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퇴사 이후 조현문은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를 상대로 이사변경등기와 회계장부 열람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조현준 회장과 효성 임직원에 대한 형사고발도 이어졌고 관련 의혹은 언론을 통해 외부로 확산했다.

공 변호사는 재판에서 박 전 대표가 메시지의 문구와 대외 표현을 구상하고, 조 전 부사장이 메시지를 전달할 상대방을 정했다고 증언했다. 공 변호사는 두 사람이 협의한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효성 측에 전달했다.

최종적인 법률 대응의 방향은 조현문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난다. 공 변호사는 조 전 부사장이 효성 내부 정보를 토대로 법률 대응을 이끌었고 자신이 작성한 문건에도 여러 차례 수정 의견을 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일부 소송이 자신의 합류 전에 이미 시작됐으며, 법률 대응의 최종 결정도 조 전 부사장과 변호사들이 내렸다고 주장한다. 실제 공승배 변호사는 박 전 대표가 합류한 뒤에도 기존 소송의 방향이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언론 자문에만 머물렀다고 보기도 어렵다. 박 전 대표가 조 전 부사장에게 퇴사를 권유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했으며, 효성 본사를 방문해 보도자료 배포 요구를 전달하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조현문과 박수환 전 대표의 1심 재판에서는 검찰이 별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의 증거능력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8월 21일과 28일 조현준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증인신문에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모두 출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조현문 두 형제는 이번 형사재판에서 처음 법정 대면을 하게 된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과 박 전 대표가 비상장 지분을 정리하기 위해 보도자료 요구와 형사고발, 언론 대응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본다. 반면 두 사람은 효성과 가족으로부터 분리되고 명예와 주주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맞선다.

유·무죄는 법원의 판단으로 가려질 문제다. 그러나 확보한 증언과 문건을 따라가면 분쟁이 확대된 과정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조현문 배우자 관련 소문에 대응하기 위해 합류한 박 전 대표의 역할은 조현문의 퇴사와 보도자료 작성, 대외전략으로 넓어졌다. 조현문은 효성과의 결별을 내세우면서도 효성 명의의 성과 인정을 요구했고, 남아 있던 비상장 지분을 효성 측에 매각하려 했다. 조현준 회장에 대한 압박과 지분 협상에서의 우위도 같은 대응 문건에서 함께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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