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하면서 외환시장의 관심은 달러·원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이 이어질 경우 달러·원 환율이 1410원 선까지 내려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날 야간장에서 1420원 아래로 급락했다 오전 9시 기준 1425.1원으로 주간 거래를 시작했다.
이달 들어 원화는 연초 지속됐던 고환율 흐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원 환율은 연초 1500원대 중반에서 최근 1430원대로 내려왔고, 원·엔 재정환율도 지난 23일 100엔당 900원 아래로 하락하며 1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이번 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시장 예상대로 동결됐다. 다만 시장은 금리 결정 자체보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높은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준이 연내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3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한 데 이어 시장에서는 연준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향후 발표되는 물가와 고용 지표, 국제유가 흐름이 달러 가치와 글로벌 금융시장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증시 역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질 경우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OMC 직후 시장은 오는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60%를 웃도는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 이례적으로 3명의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추가 긴축 기대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연준이 실제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지는 미 국채금리 흐름도 변수로 꼽힌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로 장기 국채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금리만으로도 금융여건이 상당 부분 긴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최근 200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한은 추가 인상 여부도 환율 변수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추가 인상 시점을 두고 성장과 물가 흐름을 감안할 때 8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반면, 10월 인상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추가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미 정책금리 격차 축소를 통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 신현송 총재 역시 지난 2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앞으로도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는 물가상승 압력의 정도,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하며 긴축 기조를 분명히 했다.
엔화 약세도 주요 변수다. 일본 엔화는 지난 21일 달러당 163엔대를 기록하며 198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미·일 금리차 확대 전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원화와 엔화는 글로벌 달러화 흐름과 위험회피 심리의 영향을 함께 받아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 회복과 통화 긴축 기조가 수급 개선으로 인한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반면, 일본은 펀더멘털 약화와 재정 악화 등의 영향으로 엔화 약세 압력이 이어지면서 두 통화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지난 새벽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이 급락하며 장중 157.80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 매입과 달러 매도에 나선 것으로, 미국 통화당국 역시 시장 개입 전단계인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달러·엔 환율 하락은 원화에도 추가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이닉스 ADR 환전·수출 호조도 원화 강세 요인
환율 하락에 가장 영향을 미친 수급 측면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ADR 상장 이후 유입된 외화 자금의 환전과 수출기업들의 네고 물량이 달러 공급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ADR 관련 자금 유입은 일회성 요인인 만큼 환전이 마무리될 경우 환율 하락 압력도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꾸준한 반도체 수출 호조 역시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7월 1~20일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한 데다가 무역수지도 흑자를 이어갔다. 시장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지속될 경우 원화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대외 불확실성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과 환율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데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대외 변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달러화 강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이민혁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6월 기준 약 48조원에서 7월 약 17조원으로 줄었고, SK하이닉스 ADR 등으로 수급이 개선되며 환율이 크게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기준 1410원에서 142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물가지표 등이 연준의 연내 인상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은이 8월 선제적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금리 역전폭이 축소되며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연말 1400원 초반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