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소형위성 발사시장을 겨냥해 출범한 국내외 우주기업들이 위성 제작과 핵심 부품, 국방 분야로 잇따라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상업용 발사체 개발을 접고 방산기업으로 전환하는가 하면, 발사 서비스부터 위성·부품·미사일방어까지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민간 발사체 기업이 발사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보유 기술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31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우주기업 로켓랩은 지난 27일 미 우주군과 2억6600만달러(약 3800억원) 규모의 미사일방어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로켓랩이 수주한 단일 발사 서비스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로, 최대 18회의 준궤도 발사 임무가 포함됐다.
준궤도 발사는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대신 로켓을 일정 고도까지 쏘아 올린 뒤 지상이나 해상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비행환경을 만들 수 있어 미사일 탐지·추적 장비와 요격체계를 시험하는 데 활용된다. 이번 계약은 로켓랩이 위성 운송을 넘어 미사일방어체계 시험까지 발사체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로켓랩은 위성과 핵심 부품에서도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 5월 7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재무실적’에 따르면, 전체 매출 2억30만달러 가운데 위성 제작과 부품을 포함한 우주시스템 부문은 1억3670만달러로 68.2%를 차지했다. 발사 서비스 매출 6370만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소형 발사체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발사와 위성·부품, 국방사업을 함께 수행하는 우주기업으로 사업 구조가 바뀐 것이다.
상업 발사체 사업을 접고 방산기업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2017년 설립된 미국 ABL 스페이스시스템스는 소형위성 발사체 RS1을 개발했지만, 2023년 1월 첫 발사 실패와 2024년 7월 후속 기체의 지상시험 사고를 겪었다. 이후 2024년 11월 상업용 궤도 발사사업을 중단하고, 지난해 2월 회사명을 ‘롱월(Long Wall)’로 변경했다.
롱월에 따르면 현재 주요 사업은 미사일방어체계와 극초음속 비행시험이다. 기존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엔진과 구조물, 이동식 발사설비 기술을 미사일방어용 시험체 RSX 등에 활용하고 있다. 상업용 위성 운송 대신 기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방산시장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긴 것이다.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도 발사체와 달 착륙선, 궤도수송선에 군사우주 데이터 사업을 더했다. 파이어플라이가 지난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자회사 사이텍은 미 우주군의 우주기반 미사일방어 기술 개발 협약에 참여했다. 사이텍은 위성 센서가 수집한 정보로 미사일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노스페이스가 발사체 기술을 바탕으로 위성과 방산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지난 4월 위성사업부를 신설하고 위성 개발·제조부터 발사와 운용, 데이터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사업 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노스페이스는 첫 자체 위성인 3U 규격 큐브위성 ‘이노샛-0’을 개발했으며, 오는 11월 예정된 한빛-나노 발사에 탑재해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노스페이스 관계자는 “현재 위성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단계”라며 “이노샛-0의 성능을 검증한 뒤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지난해 2월 LIG D&A와 89억원 규모의 모의발사체 등 3종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을 활용해 따낸 첫 방산 수주다. 이노스페이스 관계자는 “독자 기술을 활용해 여러 분야로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발사체와 위성, 국방을 함께 묶은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발사와 차세대발사체 개발에 참여하고,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가 군사위성·위성통신·위성 제작과 영상 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다만 해외사례처럼 민간 발사체 기업이 인접 분야로 확장한 것과 달리, 기존 방산기업이 우주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넓히는 경우다.
최근 해외 기업들의 움직임은 발사 성공 이후에도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사 사이의 공백을 위성과 부품, 국방사업으로 보완할 수 있는 사업 구조도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이제 ‘얼마나 잘 쏘느냐’와 함께 ‘보유 기술을 어떻게 사업화하느냐’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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