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바다까지 달구면서 제주 광어 양식장에서 폐사가 시작됐다. 지난 24일 서귀포시 대정읍 양식장 2곳에서 신고된 폐사량은 처음 9000여 마리였지만 추가 집계에서 2만1000여 마리로 늘었다. 바닷물 온도가 계속 오르자 국립수산과학원은 30일 서해와 남해 6개 해역에 고수온 경보를 내렸고, 해양수산부도 같은 날 오후 6시부터 재난 예·경보를 ‘심각Ⅰ’ 단계로 올렸다. 광어는 국내 회 소비에서 비중이 큰 양식 어종인 만큼 피해가 길어지면 횟집과 배달 회 가격에도 부담이 번질 수 있다.
제주 양식장서 광어 2만1000여 마리 폐사
제주도는 지난 24일 서귀포시 대정읍 양식장 2곳에서 광어 폐사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파악된 폐사량은 9000여 마리였지만 현장 조사가 진행되면서 2만1000여 마리로 늘었다. 피해액은 9200여만 원으로 추산됐다.
제주도와 서귀포시, 국립수산과학원은 양식장을 찾아 수온과 수질, 질병 여부를 조사했다. 신고 당시 인근 해역의 표층 수온은 27도 안팎이었으며, 제주도는 이번 폐사를 올해 첫 고수온 피해로 보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폐사 신고는 이후 다른 양식장에서도 접수됐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대정읍 양식장 6곳에서 광어 3만2000여 마리가 죽은 것으로 파악하고 추가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경계 발령 9일 만에 심각Ⅰ 격상
해양수산부는 지난 21일 오후 6시 고수온 재난 예·경보를 ‘경계’ 단계로 올렸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서해와 남해 내만, 제주 연안 8개 해역에 고수온 주의보를 내린 데 따른 조치였다.
올해 경계 단계는 지난해보다 12일 늦게 발령됐다. 늦은 장마로 수온이 오르는 시점도 다소 밀렸지만, 장마가 물러난 뒤 폭염이 이어지면서 연안 수온은 짧은 기간에 빠르게 상승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30일 오후 4시 서해와 남해 내만 6개 해역에 고수온 경보를 내렸다. 다른 18개 해역에는 고수온 주의보가 발표됐다.
고수온 주의보는 해역 수온이 28도에 도달했거나 곧 도달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수온 28도 이상이 3일 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고수온 경보가 발령된다. 해양수산부는 경보 해역이 늘어나자 30일 오후 6시 재난 예·경보를 ‘심각Ⅰ’ 단계로 올렸다.
회·초밥·물회에 널리 쓰이는 광어
광어의 표준 이름은 넙치다. 몸이 넓고 납작하며 두 눈이 한쪽에 몰려 있다. 살이 희고 담백하며 비린 향이 강하지 않아 국내에서는 주로 회로 먹는다.
몸통살은 회와 초밥, 물회, 회덮밥 등에 쓰인다.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 주변에 붙은 지느러미살은 몸통살보다 지방이 많고 씹는 맛이 강해 따로 판매되기도 한다. 회를 뜨고 남은 머리와 뼈는 무와 대파를 넣은 매운탕 재료로 사용한다.
광어는 단품 회뿐 아니라 배달 모둠회와 초밥 세트에도 많이 들어간다. 횟집에서는 우럭과 함께 기본 활어회 메뉴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으며, 손질한 광어는 가정용 선어회나 간편식으로도 유통된다.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자료에서는 양식 넙치가 국내 해산 양식어류 소비량의 65%,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광어 공급량이 줄면 양식업계뿐 아니라 횟집과 초밥집, 배달 회 업체가 사들이는 원물 가격도 오를 수 있다.
수온 오르면 먹이 섭취 줄고 산소 부족
해양수산부는 넙치를 조피볼락과 전복 등과 함께 고수온에 취약한 양식수산물로 분류하고 있다. 수온이 28도 이상으로 오르면 일부 양식 어종이 견딜 수 있는 온도를 벗어나 대량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량은 줄어든다. 반면 광어의 호흡량과 산소 소비량은 늘어나기 때문에 양식장 안의 산소가 빠르게 부족해질 수 있다.
광어는 수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먹이를 잘 먹지 않고 움직임도 줄어든다. 높은 수온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몸 상태가 나빠지고 질병에 버티는 능력도 떨어져 폐사 위험이 커진다.
양식장에서는 고수온이 이어지는 동안 사료 공급량을 줄이거나 먹이를 중단해야 한다. 산소 공급 장치도 계속 가동하고, 한 수조에 들어 있는 광어 수를 줄여 사육 밀도를 낮춰야 한다.
폐사 물량 채우려면 1년 이상 걸려
광어와 우럭은 어린 물고기를 들여온 뒤 판매할 수 있는 크기까지 키우는 데 1년 이상 걸린다. 여름철에 출하를 앞둔 광어가 대량으로 죽으면 가을과 겨울에 시장에 나올 물량도 줄어든다.
새로운 어린 광어를 양식장에 넣더라도 곧바로 판매할 수는 없다. 한 번 줄어든 출하량을 다시 채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양식장에서는 폐사를 피하기 위해 판매할 수 있는 크기의 광어부터 서둘러 출하하기도 한다. 이때 시장 공급량은 잠시 늘 수 있지만, 조기 출하가 끝난 뒤에는 광어 물량이 다시 줄어들 수 있다.
이미 오른 광어값에 고수온 부담까지
광어 가격은 고수온 폐사가 발생하기 전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 6월 첫째 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자연산 광어 1㎏의 평균 경락가격은 1만1100원으로 한 주 전의 8100원보다 37% 올랐다.
유류비와 사료비가 오른 상황에서 고수온 폐사까지 늘면 양식장 운영비도 커진다. 출하할 수 있는 광어가 줄어 산지 가격이 오르면 횟집과 배달 회 판매가격에도 순차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광어는 단독 회뿐 아니라 우럭과 함께 모둠회로도 많이 판매된다. 광어 공급이 줄면 모둠회 구성이 달라지거나 같은 가격에 제공되는 양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조기 출하와 긴급 방류로 피해 줄여
해양수산부는 ‘심각Ⅰ’ 단계 발령에 따라 기존 비상대책반을 장관이 지휘하는 비상대책본부로 확대했다. 지방정부와 양식 어가에는 조기 출하와 긴급 방류, 사육 밀도 조절을 요청했다.
또한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양식장에서는 사료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산소 공급 장치를 가동하도록 안내했다. 폐사한 물고기는 즉시 걷어내 남은 사료와 함께 수질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해양수산부와 지방정부는 고수온 해역의 양식장을 점검하고 있다. 폐사가 우려되는 광어는 출하 시기를 앞당기거나 다른 수조로 옮기고,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양식장에서는 긴급 방류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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