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원 아카이빙] 히토 슈타이얼, 이미지는 어디에서 일하는가④에 이어
[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지금 생성형 AI 이미지는 너무 자연스럽게 우리의 화면 안으로 들어와 있다. 몇 개의 단어를 입력하면 이미지는 빠르게 만들어지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생성하면 된다. 그 과정이 너무 매끄럽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이미지가 거의 스스로 생겨나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히토 슈타이얼의 최근 작업들은 그 매끄러운 표면 뒤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묻는다. AI 이미지는 정말 자동으로 만들어지는가. 그 이미지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는 어디서 왔고, 누가 분류했으며, 어떤 에너지와 인프라 위에서 작동하는가. 마지막 회차에서 보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질문이다.
‘Mechanical Kurds’는 이 질문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디지털 노동, 인공지능, 지정학적 갈등, 이미지 생산의 관계를 다룬다. 스틸컷만 보면 인터뷰 장면이나 화면 위의 사각형 표시, 혹은 드론과 관련된 이미지가 먼저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사각형이다. AI가 사물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이미지 안의 물체를 표시하고, 이름 붙이고, 분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품 속 쿠르드-시리아 난민들은 그런 데이터 주석 노동에 참여했던 사람들로 등장한다. 문제는 그 노동이 단지 저임금 디지털 노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이 분류에 기여한 머신비전 기술이 군사 드론 같은 시스템에 들어가고, 다시 그 지역의 사람들을 겨냥할 수 있다는 순환이 작품 안에서 드러난다. 자동화는 인간을 지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노동과 몸을 보이지 않게 접어 넣고 있었던 셈이다.
‘The Island’에서는 AI의 문제가 조금 더 넓은 시간 감각으로 이어진다. 이 2025년 작업은 홍수라는 반복되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AI가 조장하는 권위주의적 경향, 기후위기, 과학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함께 다룬다. 화면과 설치는 SF, 양자물리학, 생물발광, 신석기 시대의 수중 유적 같은 서로 멀어 보이는 것들을 한꺼번에 불러온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혼란 자체가 지금의 시간 감각과 닮아 있다. 우리는 기후위기와 전쟁, 과학 기술과 음모론, AI가 만든 저품질 이미지와 자본의 속도를 거의 동시에 겪는다. 슈타이얼은 이를 단순히 미래적인 풍경으로 꾸미기보다, 기술과 자본이 만드는 짧고 피로한 시간과 인간이 다 이해하기 어려운 깊은 시간을 부딪히게 만든다.
이 흐름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슈타이얼이 최근 직접 이미지 생성형 AI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름은 ‘Lossy’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슈타이얼도 AI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결과 이미지보다 모델이 만들어지는 조건을 문제 삼는다. Lossy는 저작권적으로 비교적 개방된 자료와 퍼블릭 도메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적은 에너지와 다른 학습 구조를 실험하는 모델로 소개된다. 포토리얼리즘을 향해 더 크고 더 매끈한 모델을 만드는 대신, 손실과 부족함을 설계의 조건으로 삼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름 그대로 Lossy는 잃어버리는 것을 실패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손실을 통해 다른 이미지의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이 지점에서 히토 슈타이얼의 AI 작업은 단순한 기술 비판과 조금 달라진다. 그는 AI를 쓰지 말자고만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AI를 새로운 창작 도구로 낙관하지도 않는다. 대신 어떤 AI가 가능한지를 묻는다. 어떤 데이터로 훈련되는가. 어떤 노동을 숨기는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가. 어떤 이미지를 좋은 이미지로 만들고, 어떤 이미지를 실패한 이미지로 밀어내는가.
생성형 이미지를 다루는 지금의 예술가에게도 이 질문은 중요하다. 문제는 AI 이미지를 쓰느냐 마느냐보다, 그 이미지가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작품 안에서 얼마나 의식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이미지는 혼자 생겨나지 않는다. 이미지는 데이터와 노동, 자본과 기후, 기술과 정치가 만나는 자리에서 만들어지고,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일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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