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원 아카이빙] 히토 슈타이얼, 이미지는 어디에서 일하는가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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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원 아카이빙] 히토 슈타이얼, 이미지는 어디에서 일하는가④

문화매거진 2026-07-31 14:33: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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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원 아카이빙] 히토 슈타이얼, 이미지는 어디에서 일하는가③에 이어 
 

▲ 히토 슈타이얼, 'Factory of the Sun' 전경, 2015
▲ 히토 슈타이얼, 'Factory of the Sun' 전경, 2015


[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앞선 글에서는 미술관이 정말 현실 바깥의 안전한 공간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번에는 그 질문을 화면 안쪽으로 다시 옮겨가 보려 한다. 미술관의 벽 뒤에 보이지 않는 자본과 후원 구조가 있다면, 우리가 매일 보는 플랫폼의 화면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쉬는 시간에 영상을 보고, 이미지를 넘기고,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때로는 직접 사진과 영상을 올린다. 그 시간은 분명 여가에 가깝다. 하지만 플랫폼은 우리의 시선과 클릭, 멈춤과 공유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놀고 있다고 생각한 시간이 어느새 데이터가 되고, 반응이 되고, 다시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재료가 된다.

히토 슈타이얼의 ‘Factory of the Sun’은 이 상황을 아주 밝고 이상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스틸컷만 보면 파란 격자무늬 공간 안에 놓인 대형 스크린, 게임 화면 같은 그래픽, 춤추는 인물들이 먼저 보인다. 처음에는 클럽이나 게임방, 혹은 미래적인 촬영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작품의 설정을 따라가면 이 밝은 화면은 조금 덜 가벼워진다. 영상 속 인물들은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서 움직임을 제공하고, 그 움직임은 인공적인 햇빛으로 전환된다. 춤은 즐거운 몸짓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에너지를 생산하는 노동이 된다. 화면의 빛은 눈부시지만, 그 빛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작품은 더 복잡해진다.

이 작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플랫폼의 세계를 어둡고 음침하게만 그리지 않는 데 있다. 오히려 ‘Factory of the Sun’은 지나치게 밝다. 뉴스, 다큐멘터리, 인터넷 댄스 영상, 게임의 미감이 뒤섞이고, 인물들은 현실의 노동자인 동시에 게임 속 캐릭터처럼 보인다. 여기서 춤은 놀이이면서 훈련이고, 저항이면서 동시에 포획된 움직임이다. 모션 캡처는 몸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바꾸고, 플랫폼은 그 데이터를 다시 이미지와 속도와 수익으로 바꾼다. 그러니 이 작품을 볼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게임처럼 보인다’는 점이 아니다. 게임처럼 보이는 세계 안에서 몸이 어떻게 측정되고, 움직임이 어떻게 값으로 바뀌는지를 보는 일이다.

▲ 히토 슈타이얼, Liquidity Inc. 한 장면, 2014
▲ 히토 슈타이얼, Liquidity Inc. 한 장면, 2014


‘Liquidity Inc.’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같은 시대의 불안정함을 다룬다. 이 작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금융 분석가 제이콥 우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화면에는 바다와 파도, 날씨 예보, 격투기, 뉴스 이미지가 섞여 나온다. 스틸컷만 보면 물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보일 수 있지만, 그 물은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다. 유동성이라는 말은 금융의 언어이기도 하고, 몸이 흔들리고 떠밀리는 상태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슈타이얼은 물의 이미지를 통해 금융 시장의 흐름, 개인의 생존, 기후와 감정의 불안정함을 한 화면 안에 묶는다. 파도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사람을 밀어내는 힘이 된다.

‘Factory of the Sun’과 ‘Liquidity Inc.’를 함께 보면, 슈타이얼이 말하는 노동은 공장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춤추는 몸, 클릭하는 손가락, 화면을 보는 눈, 계속 반응하고 선택하는 시간도 플랫폼 안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쓰인다. 물론 우리가 영상을 보고 이미지를 올리는 모든 순간을 노동이라고만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안에는 분명 즐거움도 있고, 취향도 있고, 우연히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다만 슈타이얼의 작업은 그 즐거움이 어떻게 시스템 안으로 흡수되는지를 보게 만든다. 우리가 놀고 있다고 느끼는 동안에도, 화면은 우리의 움직임을 세고 있을지 모른다.

이 질문은 생성형 AI 이미지가 익숙해진 지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프롬프트를 쓰고, 결과를 고르고, 다시 변형하고,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저장하는 과정은 창작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플랫폼이 학습할 수 있는 행동의 흔적이 된다. 이미지는 더 이상 완성된 결과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가 얼마나 오래 보았는지, 어떤 단어로 불렸는지, 어떤 변형을 거쳤는지와 함께 움직인다.

히토 슈타이얼의 작업이 아직 유효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이미지가 화면 위에서만 작동한다고 보지 않는다. 이미지는 몸을 움직이게 하고, 데이터를 만들고, 자본의 속도에 붙잡히며, 때로는 놀이와 노동의 경계를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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