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원 아카이빙] 히토 슈타이얼, 이미지는 어디에서 일하는가②에 이어
[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미술관에 들어가면 바깥과 잠시 떨어진 기분이 든다. 작품 앞에는 적당한 거리가 있고, 벽은 깨끗하고, 조명은 일정하다.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전시장 안의 움직임도 어느 정도 조절된다. 그래서 미술관은 종종 현실의 소음이 정리된 장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히토 슈타이얼은 그 안정감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그는 미술관을 현실과 분리된 안전한 공간으로 보기보다, 현실의 자본과 전쟁, 후원 구조와 감시의 감각이 다른 방식으로 들어와 있는 장소로 본다. ‘Is the Museum a Battlefield?’는 그 질문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강연처럼 진행된다. 스틸컷만 보면 작가가 무대 위에서 화면을 띄워놓고 발표하는 장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발표가 하나의 추적극처럼 움직인다는 점이다. 슈타이얼은 터키 동부 반 지역의 집단 매장지 근처에서 발견한 탄피의 흔적을 따라간다. 그곳은 그의 친구 안드레아 볼프가 사망한 장소와 연결된다. 1회차에서 다룬 ‘November’가 안드레아 볼프의 이미지와 기억을 따라갔다면, 이 작품은 그 죽음에 남은 물리적 흔적, 즉 탄피에서 출발한다. 전쟁터에서 발견된 작은 물체 하나가 작품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추적은 전쟁터에 머물지 않는다. 탄피의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무기 회사, 건축, 비엔날레, 미술관 후원 구조가 차례로 연결된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록히드마틴이라는 이름에 도달한다. 이 회사는 무기 산업과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슈타이얼이 강연했던 이스탄불 비엔날레의 후원 구조와도 접점이 있는 것으로 제시된다.
여기서 제목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돈과 기술과 기업의 이름이 미술 제도의 후원과 전시 구조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스틸컷을 볼 때는 화면 위의 지도나 이미지보다,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한 장면만으로 이해되는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탄피가 어떻게 미술관까지 돌아오는지를 따라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Duty Free Art’에서는 이 질문이 미술품의 보관과 시장의 문제로 확장된다. 여기서 중요한 장소는 프리포트다. 프리포트는 세금과 규제의 바깥에 가깝게 고가의 미술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자유무역지대의 창고다. 이때 작품은 관객 앞에 걸린 이미지라기보다, 포장된 채 이동하거나 보관되는 자산이 된다. 눈앞에서 감상되는 예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격과 소유권의 형태로 움직이는 예술인 것이다. 스틸컷이나 책 표지만 보면 이 논의가 조금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작품이 전시장에 걸려 있을 때와 창고에 밀봉되어 있을 때, 그것은 같은 작품이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나는 감상의 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의 이동 수단이 된다.
‘Guards’도 함께 보면 미술관의 성격이 더 복잡해진다. 이 작품에서는 미술관 보안 인력이 등장한다. 스틸컷에는 전시장 안의 인물, 흰 벽, 작품을 지키는 몸짓 같은 것이 보일 수 있다. 얼핏 보면 미술관의 일상적인 뒷모습처럼 보이지만, 영상 안에서 이들은 과거 무장 경찰로 일했던 경험을 말하고, 전시장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는지 시연한다. 조용한 화이트큐브는 갑자기 보호해야 할 목표물이 되고, 벽과 모서리와 동선은 잠재적 공격을 막기 위한 구조로 읽힌다. 미술관이 안전해서 평화로운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유지되기 위해 계속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작품 앞에 서는 일은 여전히 필요하고, 미술관은 여전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 장소다. 다만 그 공간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어떤 돈과 제도와 보안과 후원 구조가 작품 주변에 놓여 있는지는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히토 슈타이얼의 작업은 미술관 바깥의 폭력을 전시장 안으로 억지로 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들어와 있었지만 잘 보이지 않았던 연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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