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지망생의 현실 고백 “12월31일 안에 합격해볼게요”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아나운서 지망생의 현실 고백 “12월31일 안에 합격해볼게요”

평범한미디어 2026-07-31 13:43:23 신고

3줄요약

※ 지난 7월30일 14시반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모임공간 ‘토즈’에서 아나운서 지망생 이승민씨를 만났습니다. 4년 전 2022년 ‘아나운서 도전기’ 기획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재개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하는 청년 준비생들의 고민과 노력을 조명하는 ‘아나운서 도전기’ 4번째 인터뷰 주인공 이승민씨 편은 두 편에 걸쳐 출고합니다. 이번 기사는 1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현장 인터뷰: 정회민 크루+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아나운서 지망생 이승민씨(2000년생)는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다.

 

남들은 화려한 조명과 뉴스 데스크만 보지만, 우리가 맞닥뜨리는 현실은 체중 감량과 나노 단위의 외모 지적, 그리고 끝없는 낙방의 연속입니다.

 

방송국 뉴스 데스크의 조명 아래 단아하게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 많은 이들이 지성과 미모의 결정체로 꼽는 이 직업의 뒷면에는 기약 없는 도전을 이어가는 취준생들의 처절한 생존기가 숨어있다. 대학 시절 영화와 드라마를 직접 연출하고 연기했던 ‘행동파’ 승민씨는 2023년 여름, 오랜 고민 끝에 아나운서의 길로 접어들었다.

 

도피에요. 도피, 도피. 그러니까 배우로 몇 년을 해봤는데 안 풀렸잖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그만큼까지 재능도 없었고 빛나지 않았고 노력도 그만큼 안 했던 것 같긴 하거든요. 솔직히 공부를 하기 싫었어요. 그 기저에는 공부하기 싫어가 깔려 있어. 평생을 공부하기 싫으니까 나는 텔레비전 나올래! 이러고 나는 놀 거야. 이것에 명분을 찾았던 거죠. 근데 배우 이건 안 된다. 너무 잘하는 사람이 많고, 너무 예쁜 사람 많고, 나 여기서 반짝반짝 빛날 수 없구나를 이제 2023년 7월쯤 깨달았어요.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승민씨의 모습. <사진=정회민 크루>

 

딸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던 어머니의 결정적인 한 마디가 있었다.

 

엄마가 옛날에 말했던 아나운서라는 그것을 내가 고심하는 척하면서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이걸 해야겠어. 엄마가 차라리 그딴 거 하지 말고 아나운서 해. 그거 멋있잖아. 그래가지고 그거를 내가 고려해보겠다고 해서 처음 딱 배웠어요. 그러니까 도피예요. 도피! 제 인생은 다 매일 매일이 위기 대피이자 위기 대처예요.

 

그렇게 시작했다. 대학생 신분이었지만 실제로 웹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일당으로 10~20만원 가량을 받았던 불안정한 배우의 길을 정리하고 아나운서라는 대안을 선택했다. 승민씨는 스스로 “도피”라고 말하지만 “대안”을 선택했다고 묘사하고 싶다. 물론 아나운서의 세계는 진입 장벽이 높고 잔인한 생태계로 점철돼 있다. 생각보다 훨씬 혹독했다. 아나운서 시험을 처음 준비할 때만 해도 승민씨는 이 직업군이 지닌 현실적 구조를 잘 알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MBC, SBS, KBS와 각종 종편 그리고 YTN까지 전국민이 알고 있는 그런 큰 방송사 즉 ‘대기업 정규직 직업군’으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실제 아나운서 시장은 극소수의 본사 정규직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으로 얽혀있는 정글이었다. 승민씨가 체감한 아나운서 도전의 가장 큰 문턱은 단연 ‘외모’였다.

 

반박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현실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건 외모예요. 하지만 연예인처럼 무작정 화려한 예쁨과는 다릅니다. 뉴스에 어울리는 이른바 ‘단아한 며느리상’이나 차분함이 요구되죠. 저처럼 인상이 조금 날카롭거나 화려하거나 세 보이는 스타일에 가까운 지망생들은 피드백 과정에서 ‘얼굴을 고쳐봐라’는 식의 직설적인 나노 단위 지적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비주얼적인 압박은 혹독한 체중 감량으로 이어졌다. 167cm의 키에 58kg이었던 그녀는 카메라 앵글에 맞춰 8kg을 감량해 50kg을 만들었다. 몸무게가 줄어드니 “여름철이면 쓰러질 듯한 체력적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몸매를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그렇게 살을 뺏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얼굴과 몸매, 얼굴에 있는 부위 하나하나까지 그야말로 나도 단위의 평가에 시도때도 없이 직면해야 하는 것이 이 바닥의 현실이다. 방송에 어울리는 “단아한 예쁨”이 뭔지 모르겠지만 준비생들은 그런 외모를 향해 끊임없이 자기를 가꿔야 한다.

 

경제적 부담 역시 지망생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큰 짐이다. 승민씨는 2026년 올해만 950만원을 썼다고 고백했다.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부모님 노후를 깎아 먹는 비용”이다. 대형 아나운서 학원의 그룹반 수강료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고, 1대 1 개인 레슨은 회당 15만~30만원에 달한다.

 

여태까지 쓴 돈을 다 합치면 차 한 대 값은 족히 나와요. 돌려받을 수 없는 돈인데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으니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가장 큽니다. 그래서 집 근처 관리형 독서실에서 야간 총무 알바를 병행하고 있어요.

 

 

그녀는 독서실 알바에 불과하지만 특유의 입담과 친화력을 발휘해 두 달 만에 등록 인원을 78명에서 126명으로 늘릴 만큼 남다른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업으로 생각하는 아나운서 채용 응시에 모조리 탈락하는 쓰디쓴 불행이 닥칠 때면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어쩔 때는 펑펑 울기도 한다. 응시 서류를 제출했는데 조회도 하지 않은 채 탈락으로 귀결되는 서류함이나, 면접까지 가서 잘 말했던 것 같은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아쉬운 탈락에 직면하면 멘탈이 흔들린다.

 

자존감이 엄청 깎이거든요. 붙은 게 없고. 정말 오늘도 그 아나운서 전체 오픈 채팅방이 있는데 안 읽어요. 지원을 했는데. 그냥 마감 날짜인데. 몇명 것만 읽고 안 읽는 거예요. 그냥 스펙적으로 딱 뜨는 애만 보이는 걸 읽든 하는 거겠죠. 나는 정말 열심히 만들어내고 돈을 썼던 서류인데도 평가조차 못 받고. 사실 탈락 원인을 분석하려면 이제 저처럼 몇 년 이상 준비를 하면 비슷해져요. 저처럼 성형을 한 것이 없으면 만들어낼 수 있는 얼굴의 상태가 한계가 있잖아요. 다 비슷해져요. 리딩, 전달력, 발음과 같은 역량들도 계속 준비하다보면 표준치에 가까워집니다. 예쁨의 수준과 실력의 수준이 어느정도 선에 있으면 그때부터 이제 쌤들도 할 수 있는 말이 “승민아 운이 없었다”고 해요. 제가 며칠 전에 때를 기다려야 돼. 이런 말을 들었는데 때를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존감이 올라갈 수가 없어요.

 

근데 자존감이 내려가고 낙담하게 되는 요즘이지만 승민씨의 성격 자체가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편이다. 승민씨는 그나마 “회복 탄력성”이 좋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짜 장점이라면 장점. 단점이나 단점이 단순해요. 진짜 단순해서 회복 탄력성이 좋아요. 전날 밤에 엉엉 울다가 잠들어도 다음날 아침에 오늘 아침은 마라탕 먹어야지. 그러면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사람인 거예요. 회복 탄력성이 진짜 진짜 좋아요.

 

승민씨는 전국 팔도 울릉도에 있는 방송국 공고까지 뜨는 대로 전방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최소 100곳이 넘었을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가 없을 수 없다. 부산 TBN(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방송) 면접에서 구수하게 사투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당황했던 에피소드부터, 지역 거주자 가점을 받기 위해 친구 주소를 적었다가 들켰던 것까지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수많은 면접장을 누볐다. 3년이 넘어가는 동안 작은 곳이라도 합격해서 뭔가 아나운서 업계에 발을 들이고 싶지만 아직 준비만 하고 있는 현실. 어머니도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래서 부모님과 약속한 데드라인은 올해 12월31일이다. 벌써 8월이니까 이제 남은 시간은 4개월 남짓이다.

 

근데 엄마가 더 이상은 안 된다. 너는 언제까지 이렇게 기약 없는 일을 할 거냐? 될 때까지 한다는 게 말이 되냐? 그래서 엄마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만 해봐라. 그랬는데 대학 졸업이 올해 2월이었거든요. 그 안에 안 됐잖아요? 엄마한테 미안해. 미안해. 그래서 올해 말까지 해봐라. 이렇게 데드라인을 늘려서 합의를 한 거예요.

 

이승민씨는 올해 안에 무조건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각오를 갖고 도전하고 있다. <사진=정회민 크루>

 

가끔씩 후배들이 아나운서가 해보고 싶다고 진지한 조언을 구할 때가 있는데 승민씨는 단호하게 아래와 같이 말해줬다. 역설적으로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끝까지 갈 각오가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말로 읽을 수 있다.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면 저는 일단 “하지 말라”고 말해요. AI 시대가 가속화될수록 아나운서 시장은 좁아지고 비용과 심리적 타격은 너무 크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미 달리는 기차에 탔고, 제 삶에서 매번 안 돼서 도망치는 도피를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아요. 이번만큼은 진짜 성공해서 스스로 깔끔하게 끝을 보고 싶습니다.

 

만약 올해 말까지 전업 지망생으로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부모님은 모르겠지만 대학 전공을 살려 영상업계로 가거나, 탁월한 언변과 붙임성을 살려 대기업 영업직으로 생업을 모색하며 서브로 계속해서 아나운서 도전을 이어갈 구상(플랜 B)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더 구체적인 이야기와 각종 여담은 2부에서 풀어볼 건데, 아무쪼록 승민씨의 플랜 B가 가동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올해 안에 어느 곳에라도 합격해서 아나운서로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만큼 ‘일머리와 센스’가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Copyright ⓒ 평범한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