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일본 편의점과 식당에는 장어(우나기) 광고가 넘쳐납니다. 특히 한국의 복날과 비슷한 '도요노 우시노히'가 다가오면 장어 판촉 경쟁은 극에 달하는데요. 그런데 이날 장어를 먹는 풍습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요?
놀랍게도 여름철 장어를 먹는 행위는 아주 오래된 전통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일본 문헌 등에 따르면 18세기 후반 에도시대만 해도 원래 여름은 장어 장사가 가장 안 되는 계절이었습니다. 장어가 워낙 기름진 생선이다 보니 덥고 습한 날씨에는 사람들이 좀처럼 찾지 않았던 것이죠.
장사가 되지 않아 고민하던 한 장어집 주인은 당시 유명 학자이자 발명가였던 '히라가 겐나이'를 찾아갔는데요. 가게 주인의 하소연을 들은 겐나이는 가게 앞에 짧은 문구 하나를 내걸라고 조언했습니다. 문구는 바로 "오늘은 도요노 우시노히. 장어를 먹는 날."이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도요노 우시노히'는 원래 장어와는 전혀 관계없는 날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옛 일본에서는 해뿐 아니라 날짜에도 십이지를 붙였고 그 중 '우시노히'는 소(牛)를 뜻하는 날이었는데요. 12일마다 돌아오는 소의 날 중에서 여름철인 '도요' 기간에 해당하는 날을 도요노 우시노히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일본에선 이날 '우'로 시작하는 음식을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메보시(매실), 우리(오이·참외 등 박과 채소), 우동 등을 챙겨먹곤 했는데요. 마침 장어 역시 일본어로 '우나기'였습니다. '우'로 시작하는 기존의 음식에 질렸던 사람들에게 장어는 말 그대로 신제품이나 다름없던 셈이죠.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문구를 본 사람들이 장어집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건데요. 장사가 잘되자 주변 장어집들도 앞다퉈 같은 문구를 내걸었고 어느새 '도요노 우시노히는 장어를 먹는 날'로 굳어졌습니다.
장어가 이름만 잘 맞았던 것도 아닙니다. 장어에는 비타민 A와 B군, 단백질, 지방이 풍부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죠. 당시 사람들도 장어의 효능을 느꼈고 그 때부터 더위에 지친 몸을 채워주는 귀한 보양식 역할을 하며 대표적인 여름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겁니다.
여름만 되면 팔리지 않아 골칫거리였던 장어가 이제는 일본의 여름을 상징하는 음식이 됐습니다. 한 사람의 마케팅 아이디어가 수백 년 뒤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전통을 만들어낸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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