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대형 기획사와 글로벌 팬덤이 K팝 시장의 경쟁 구도를 이끄는 시대, 예상 밖의 이름이 존재감을 키웠다. 데뷔 2년 차 걸그룹 리센느(RESCENE)다. 거대한 프로모션보다 꾸준히 쌓아온 음악 기록과 멤버 개별 콘텐츠가 맞물리며, 시장이 주목하지 않았던 팀이 다시 평가받는 사례를 만들었다.
한터차트가 공개한 ‘한터 리와인드 2026 상반기 결산’ 3장 ‘다시 살아나다, 기적의 성장 데이터’는 리센느의 상승세를 수치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최근 K팝 시장에서 나타나는 ‘리바이벌’ 현상을 조명하며, 한 번의 바이럴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성과가 폭발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리센느의 성장 기록은 앨범 판매량에서 먼저 확인된다. 데뷔 앨범 ‘SCENEDROME’은 3만6134장을 기록했지만 이후 ‘Glow Up’ 4만4537장, ‘Dearest’ 8만9594장, ‘lip bomb’ 10만6513장으로 매 활동마다 상승 곡선을 그렸다.
첫 앨범과 비교하면 판매량은 약 198% 증가했다. 2026년 상반기 발매한 음반 누적 판매량은 31만2499장으로 집계됐다. 데뷔 당시 3만 장대였던 초동 성적은 10만 장대로 올라섰고, 역대 걸그룹 가운데 ‘초동 10만 장’ 기록을 달성한 30번째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LOVE ATTACK’의 귀환…잊힌 노래가 다시 차트를 움직였다
리센느의 변화는 음반 시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2024년 발표한 ‘러브 어택(LOVE ATTACK)’은 오랜 시간 차트 밖에 있었지만 지난 6월 멜론 TOP100 차트 1위, 7월 SBS '인기가요' 정상에 등극했다. '데자부', '핀볼' 등 과거에 발매했던 음원들도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러브 어택'은 한터차트 6월 음원지수 25만1171점을 기록하며 한터 월간 음원차트에서도 9위에 올랐다. 발매 직후보다 시간이 지난 뒤 더 큰 반응을 얻은 사례다. 당시 차트에는 우즈의 ‘Drowning’, 하츠투하츠의 ‘RUDE!’, 아이오아이·코르티스·에스파·악뮤 등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아티스트들이 함께 자리했다.
신곡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과거 발표곡이 현재의 인기곡들과 경쟁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음악 자체의 완성도와 팬들의 재발견이 만나면서 시간이 지난 콘텐츠도 다시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리센느의 음악적 기반 역시 주목받았다. 버클리 음대 출신 대표와 제작진이 참여하며 완성도를 높였고, 꾸준한 활동 속에서 팀의 색깔을 만들어왔다. 눈앞의 성과보다 긴 호흡으로 준비해온 시간이 뒤늦게 빛을 발했다.
■“거제 야호”에서 시작된 변화…개인 콘텐츠가 팀 브랜드가 되기까지
리센느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크게 키운 계기는 멤버 미나미의 ‘갸루’ 캐릭터였다. 특히 “거제 야호~”라는 표현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며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았다.
멤버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안원잘)’에 공개된 ‘갸루와 거제에 왔습니다(거제 1편)’ 영상은 795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2부작 합산 조회수는 1000만 회를 넘어섰다.
개인 채널의 영향력도 커졌다. 2026년 2월 개설된 해당 채널은 약 4개월 만인 6월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했고, 7월에는 120만 명을 넘어섰다. 누적 조회수는 1억550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유행은 빠르게 확장됐다. 태양이 직접 챌린지를 함께했고, 방탄소년단(BTS) 부산 콘서트에서도 ‘부산 야호’가 등장했다. 설윤, 이즈나, 하이키, 아이오아이 등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하면서 ‘○○ 야호’라는 변형 콘텐츠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개인 멤버에게 향했던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룹 활동으로 연결됐다. 콘텐츠 소비가 팀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음원과 앨범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리센느는 이후 거제·수원·경주·고양 등 4개 지방자치단체 홍보대사로 활동했고 CU, 카사베르디, 도미노피자 등의 K팝 아이돌 전속 모델로 발탁되는 등 브랜드 가치까지 확장했다.
■작은 팀의 성장, K팝 시장에 던진 새로운 신호
중소 기획사 아이돌에게 대중과 접점을 만드는 일은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리센느는 개인 콘텐츠를 통해 멤버들의 개성과 팀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알렸고, 무대 위 활동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팬층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거제 야호’는 온라인 유행을 넘어 그룹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원이와 미나미의 캐릭터성이 화제를 모으면서 리센느를 몰랐던 대중까지 관심을 보였고, 이는 음악 감상과 앨범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리센느의 행보는 최근 K팝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대형 팬덤을 앞세운 기존 성장 방식과 달리, 아티스트 고유의 이야기와 꾸준한 활동이 결합하면 새로운 확장 경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심은 음원 역주행, 음반 판매 증가, 브랜드 협업 확대까지 이어졌다. 리센느가 남긴 기록은 규모보다 자신만의 색과 서사를 가진 아티스트가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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