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칠레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남미 관문인 칠레와의 자원 협력을 넘어 첨단 산업과 방산 분야까지 양국 간 교류 지평을 전방위로 넓히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특히 20년 전 체결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현대화를 조속히 진전시켜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으로 삼자고 강조했다.
◇“위기를 공동 번영의 기회로”…FTA 현대화 공식 제안
이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한국과 칠레가 글로벌 경제 질서의 격변기라는 위기 상황을 공동 번영이라는 새로운 기회로 전환해 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국 주요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지금은 세계 경제의 대전환기이며, 아시아와 칠레를 포함한 국가 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공조의 시의성을 짚었다.
이어 “(칠레는) 대한민국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이자 아시아태평양지역과 중남미를 연결하는 핵심 관문”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원의 시너지도 역설했다. . 이 대통령은 “칠레는 세계적인 리튬과 구리 생산국으로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핵심 공급 기지이며, 한국은 배터리와 첨단 소재, 자동차,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양국은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민간 차원의 협력 성공 사례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핵심 광물 분야에서 양국은 이미 성공적 협력 사례를 갖추고 있다. 한국의 LS와 칠레 국영 기업 코델코의 합작 사업 같은 모델이 더 확대하길 기대한다”고 시사했다.
이어 “양국이 힘을 합친다면 핵심 광물의 보급과 가치화와 공급망뿐만 아니라 첨단 제조업과 방산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놀라운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효 20주년을 넘긴 양국 FTA의 발전적 재건을 강하게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2004년 FTA 협정 체결 당시에는 농산물과 광산물 교역 확대가 주요 관심사였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양국이 미래 협력의 새로운 측면을 더욱 넓혀가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우리 정부도 양국 기업들이 함께, 그리고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진 11명이 동행했으며, 칠레 측에서도 주요 경제계 인사 11명이 한자리에 모여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칠레 “CPTPP 가입 기대”…경제외교 수장 “미래 산업으로 협력 확대”
칠레 정부와 경제계 역시 한국과의 교류 확대에 적극 화답했다. 파트리시오 토레스 칠레 외교부 차관은 환영사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 환경 속에서 신뢰와 제도적 안정성, 그리고 명확한 규범을 갖춘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칠레와 대한민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양한 협의체에서 긴밀히 협력 중”이라며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추진해 양국이 공유하는 경제 통합의 기반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로사리오 나바로 칠레산업협회장 또한 “양국의 협력 기반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새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양국 FTA의 현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한국 정부가 협정 현대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재차 요청했다.
한국 측 민간 경제외교를 이끄는 이우현 OCI 홀딩스 회장(대한상의 한-칠레 민간경협위원장)은 “이제 양국 협력은 핵심 광물에서 공급망, AI와 디지털,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산업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양국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는 든든한 동반자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산티아고 ‘한국의 거리’ 찾은 李대통령 부부…동포 사회 밀착 행보
경제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순방 현지 동포 사회를 직접 챙기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혜경 여사와 함께 산티아고 시내에 최근 조성된 ‘한국의 거리’를 찾아 교민 및 현지 주민들과 소통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우선 칠레한인회 사무실을 방문해 현지 동포들의 방범 대책과 재외투표소 운영 실태, 한인회 주요 활동 현황 등을 세심히 점검했다. 이후 인근 한인이 운영하는 고깃집과 분식점 등 자영업 현장을 찾아 격려했다.
현장에 모인 현지 시민들에게 이 대통령 부부는 “한국 음식이 맛있나요”라고 친근하게 안부를 물으며 수긍의 뜻으로 손뼉을 맞추거나 기념 촬영 요구에 응했다. 또 인근 약국에 진열된 K-뷰티 화장품을 살펴보며 현지 시장에서의 실제 체감 인기도를 점검하기도 했다.
안귀령 청와대 부대변인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현장 시민들은 이 대통령 부부를 향해 “칠레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라거나 “할아버지가 한국인이다”라고 환영 인사를 건네며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안 부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칠레 방문을 계기로 한국의 거리 지정에 힘이 실렸다”며 “일대가 한국과 칠레의 우호와 교류, 칠레 동포사회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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