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103] 거북이 한 마리, 행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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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103] 거북이 한 마리, 행복 하나

문화매거진 2026-07-31 11:07: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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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아이들이 만든 거북이는 모두 달랐다. 누군가는 빨간 등껍질 위에 초록 세잎클로버를 올렸고, 누군가는 무지개를 담았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가득 채웠고, 또 어떤 아이는 반짝이는 금색 필라멘트로 세상에 하나뿐인 거북이를 완성했다. 같은 도안으로 시작했지만, 완성된 작품은 단 하나도 같지 않았다. ‘거복이 피규어 키링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시 한번 확신했다. 예술교육은 ‘잘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나답게 표현하는 용기’를 만들어 주는 시간이라는 것을.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처음 3D펜을 손에 쥔 아이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뜨거운 펜을 사용하는 것이 낯설기도 했고,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보였다. 하지만 한 줄, 두 줄 필라멘트를 쌓아 올리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선생님, 이렇게 해도 돼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같은 대답을 했다.

“정답은 없어요. 네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거북이를 만들면 돼.”

그 말을 들은 뒤부터 아이들의 손은 조금씩 자유로워졌다. 클로버를 크게 그리는 아이도 있었고, 등껍질을 알록달록 무지개로 채우는 아이도 있었다. 어떤 친구는 거북이 위에 자신만의 상징을 더하기도 했다. 완성된 작품들을 한 줄로 전시해 보니 정말 놀라웠다. 분명 같은 ‘거복이’인데,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행복을 이야기한다. 작품 속 판다곰 ‘몽다’와 거북이 ‘거복이’ 역시 행복과 희망을 전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번 체험을 통해 느낀 것은, 행복은 내가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한 아이는 자신의 키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가방에 달고 다니면 기분 좋을 것 같아요.”

그 짧은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예술은 거창한 전시장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직접 만든 작은 키링 하나가 학교 가방에 달리고, 책가방을 열 때마다 미소를 짓게 된다면 그것 역시 충분히 훌륭한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이번 프로그램에는 부모님과 함께 참여한 가족들도 있었다. 부모님은 아이보다 더 진지하게 3D펜을 움직였고, 아이들은 부모님의 작품을 구경하며 웃었다. 어느새 서로의 작품을 칭찬하고, 색을 추천해 주고, 완성된 거북이를 함께 사진으로 남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예술은 사람을 마주 보게 만든다. 무언가를 함께 만든다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말이 많지 않아도 같은 작품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고,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게 된다. 나는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예술교육이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믿는다.

3D펜은 단순한 만들기 도구가 아니다. 평면 위의 선이 입체가 되고, 머릿속 상상이 손끝에서 현실이 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해 준다. 실패했던 선 하나도 새로운 무늬가 되고, 삐뚤어진 모양도 세상에서 하나뿐인 디자인이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완벽한 작품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만의 색을 담은 작품을 기대한다. 이번 체험에서도 그 기대는 늘 나의 상상을 넘어섰다. 완성된 거복이들을 전시대에 하나씩 걸어 놓았을 때, 마치 작은 행복들이 줄지어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모두 다른 색, 다른 무늬,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함께 있으니 더욱 아름다웠다. 어쩌면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모두가 똑같다면 세상은 재미없을 것이다. 서로 다른 모습이기에 함께할 때 더 빛난다.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행복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손끝으로 한 줄의 필라멘트를 올리고, 작은 거북이 하나를 완성하며 “내가 만들었다”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행복은 시작된다. 앞으로도 나는 작품을 그리고, 캐릭터를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3D펜을 들 것이다. 그리고 ‘잘 만드는 방법’보다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이번에 아이들이 만든 거복이 키링은 단순한 체험 결과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처음 끝까지 완성한 작품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자신감을 얻은 경험이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 작은 거북이들이 앞으로도 아이들의 가방 한편에서 오래도록 행복을 배달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그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도 ‘어릴 때 내가 직접 만든 거북이 키링이 있었지’하고 미소 지으며 떠올릴 수 있는 기억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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