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메디톡스가 기술 경쟁력을 사업 성과로 연결하지 못한 채 장기간 정체 국면에 빠졌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과 9년째 균주 분쟁을 이어가고 있고, 미국에서는 휴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불리한 판단을 받은 뒤 항소전을 벌이고 있다.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미국 허가 절차는 2024년 초 본심사 문턱에서 멈춘 이후 재개 시점조차 구체화되지 않았다.
회사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실정이다. 과거 제조·품질관리 문제도 행정소송 승소로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여기에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들이 결집하면서 법적 분쟁과 해외사업 지연이 경영진 책임론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메디톡스의 위기는 매출 급감이나 유동성 고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소송, 허가, 품질, 주주 신뢰라는 서로 다른 위험이 동시에 기업의 성장 속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뉴스락>뉴스락>이 메디톡스를 덮친 총체적 위기를 톺아봤다.
소송이 경영의 중심에…9년째 이어진 ‘균주 전쟁’
메디톡스의 사업을 둘러싼 가장 큰 불확실성은 장기화된 법적 분쟁이다.
회사는 2017년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이 침해됐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1심에서 대웅제약에 400억원 배상과 관련 균주를 사용한 제품의 제조·판매 중단 등을 명령하며 메디톡스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하지만 대웅제약이 항소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갔다. 강제집행도 정지된 상태여서 메디톡스가 1심에서 확보한 법적 성과가 실제 사업상 이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휴젤과의 미국 분쟁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메디톡스는 2022년 휴젤과 휴젤아메리카, 크로마파마가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ITC는 2024년 10월 휴젤 측의 관세법 위반이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메디톡스는 같은 해 12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다. 국내에서는 1심 승소 이후 항소심을, 미국에서는 ITC 패소 이후 항소 절차를 각각 밟고 있는 셈이다.
소송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법적 분쟁이 길어질수록 법률비용과 경영진의 의사결정 부담이 커지고, 신제품 개발과 해외 판매망 구축에 투입해야 할 자원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회사의 지급수수료에는 법무비뿐 아니라 회계·자문·판매 관련 비용도 포함돼 있어 전체 금액을 소송비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수년간 국내외에서 복수의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비용과 경영 효율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다.
핵심은 소송의 승패를 넘어선다. 메디톡스가 법정에서 권리를 입증하는 동안 경쟁사들은 제품 판매와 시장 확대를 통해 실적을 쌓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출시 계획은 무산…본심사도 시작하지 못한 MT10109L
메디톡스의 성장 정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미국 진출이다.
회사는 2023년 12월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의 바이오의약품 허가신청서를 미국 식품의약국에 제출했다. 당시 회사는 2025년 미국 시장 출시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FDA는 2024년 2월 특정 검증시험 보고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청서를 본심사 대상으로 접수하지 않았다.
이는 안전성이나 유효성 심사 이후 품목허가가 거절된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제출 자료의 완결성을 점검하는 단계에서 본심사 진입이 무산된 것이다.
그럼에도 사업 일정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 본심사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허가와 출시 일정도 함께 뒤로 밀렸다. 회사가 제시했던 2025년 미국 출시 목표는 결과적으로 달성되지 못했다.
메디톡스는 FDA와 협의를 거쳐 자료를 보완하고 재신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달 말 현재 재신청 완료 사실은 공개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신청 목표 시점과 생산시설 실사 일정도 시장에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메디톡스가 허가 준비에 머무는 동안 경쟁사들은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
대웅제약이 생산하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2019년 FDA 허가를 받았고, 휴젤의 제품도 2024년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허가 시기뿐 아니라 현지 의료진과 소비자의 사용 경험, 유통망, 파트너사의 영업력도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시장 진입이 늦어질수록 후발주자가 부담해야 할 판촉비와 브랜드 구축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액상형 제제라는 기술적 차별성이 실제 경쟁력으로 인정받으려면 우선 허가 절차에 다시 진입해야 한다. 메디톡스에 필요한 것은 ‘재신청 준비 중’이라는 설명이 아니라 자료 보완 수준과 목표 시점을 포함한 실행 일정이다.
품목허가 취소는 막았지만…남아 있는 품질관리 흔적
과거 제조·품질관리 문제도 메디톡스의 신뢰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
대법원은 2025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디톡신 3개 품목에 내린 품목허가 취소와 제조·판매 중지 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품목허가 취소 처분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효력을 잃었다.
그러나 이것이 당시 제조 과정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식약처는 같은 해 9월 처분 수위를 조정해 메디톡스에 총 4억5605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허가받은 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제조·판매한 행위와 역가시험 부적합, 부적합 제품 출고, 시험성적서 조작 등이 처분 사유로 제시됐다.
메디톡스는 해당 과징금 처분도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회사와 식약처 간 판단이 다시 법정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도 책임 소재는 엇갈렸다.
청주지법은 2025년 2월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현호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표가 제조 과정의 위법행위에 공모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당시 생산관리 책임자였던 전 공장장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고, 메디톡스 법인에는 벌금 3000만원이 내려졌다.
대표 개인의 형사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생산현장 책임자와 법인에 대한 유죄 판단이 나온 만큼 과거 내부통제와 품질관리 체계에 대한 의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메디톡스가 품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송 결과만 제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제조공정과 시험절차, 출하관리 체계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은 뒷걸음…주주들은 5.9% 결집
실적은 위기와 회복 신호가 공존한다.
메디톡스는 2025년 연결기준 매출 24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약 8% 증가한 수준으로 3년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72억원으로 약 15% 감소했다. 매출 외형은 확대됐지만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후퇴한 것이다.
올 1분기에는 매출 607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4.6% 증가했다. 순이익도 79억원으로 135.7% 늘었다.
단기 실적만 보면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디톡스를 재무 위기 기업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
문제는 실적 개선이 시장의 신뢰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메디톡스 소액주주들은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지분을 결집하고 있다. 이달 말 기준 참여 주주는 690명, 결집 주식은 42만6555주로 지분율은 약 5.9%다.
주주들은 미국 진출 지연과 장기 소송이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며 경영진과의 소통 확대, FDA 재신청 일정 공개,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 5만9284주를 약 50억원에 취득했다.
하지만 자사주를 매입한 뒤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주주환원 효과를 높이려면 소각 여부와 중장기 주주정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메디톡스가 직면한 문제는 특정 소송이나 한 차례의 허가 지연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소송이 길어지는 사이 미국 진출은 늦어졌고, 품질 문제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주주 신뢰도 약화됐다.
기술력만으로 기업가치를 지킬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메디톡스가 시장의 평가를 바꾸려면 균주 분쟁의 결과보다 먼저 미국 재신청 일정과 수익성 개선 방안, 품질관리 강화 조치,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 메디톡스에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다. 기술을 제품으로, 제품을 시장으로, 시장 성과를 주주가치로 전환하는 경영의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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