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축구팬들의 공분은 극에 달했지만, 처참하게 무너진 한국 축구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국회 청문회 증인석에 나란히 앉은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쏟아지는 질타 속에서도 "잘못한 것은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31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청문회를 "무책임하고 비겁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법원과 정부 부처의 공식적인 판단조차 부정하는 정 전 회장의 태도였다.
사법부 판단도 무시한 '마이웨이'..."결과만 좋았으면 그만"
정 전 회장은 청문회에서 "16강 이상 됐다면 열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며 사태의 본질을 성적 부진으로 돌렸다.
하지만 박 위원은 "결과만 놓고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절차와 규정, 불공정 시비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법원이 판결을 하고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를 통해 비리를 밝혀냈음에도 계속 아니라고만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업인으로서의 도의적 책임과 '꼼수' 규정 신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전 회장은 협회장 취임 당시 50억 기부를 약속했지만, 13년간 실제 기부액은 3000만 원에 불과했다.
박 위원은 "현대산업개발에 문제가 터졌을 때도 기부를 약속했지만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관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회장 선거에 '70세 이상 출마 불가' 조항을 신설한 것을 두고, 박 위원은 "당시 경합했던 상대 후보가 다음 선거에서 70세가 넘는 상황이었다"며 "자신에게 도전하는 사람을 막기 위해 눈치도 안 보고 규정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명보 전 감독의 아슬아슬한 방어
홍명보 전 감독의 해명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홍 전 감독은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에 대해 "선임될 때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위원은 "홍 감독은 선임 일주일 전만 해도 기자들 앞에서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이 잘못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며 "이제 와서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반박했다.
과거 전무이사 시절 중계권 계약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도 홍 전 감독은 "담당자가 알아서 한 일이고 나는 도장만 찍어줬다"고 답해, 최종 결정권자로서 배임에 가까운 무책임함을 보였다.
청문회장서 오간 '배려' 문자...욕망의 카르텔 끊어내야
청문회장 안팎에서 드러난 이른바 '욕망의 카르텔'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청문회 도중 윤용근 의원이 정 전 회장 측에 "더 잘 배려해 드려야 하는데 송구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사전에 지인인 '정 선배'를 통해 청탁이 오간 정황이다.
박 위원은 이를 두고 "힘과 돈이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라며 "합리적인 시스템 대신 라인을 만들고 지시하는 식으로 일해왔기에 한국 축구가 이렇게 망가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이번 청문회는 한국 축구의 몰락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견제받지 않는 권력과 그들만의 끈끈한 카르텔이 빚어낸 인재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박 위원은 "한국 축구가 새롭게 시작하려면 정몽규 회장과 함께했던 구체제 사람들이 전부 물러나는 것 외엔 답이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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