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부르지 않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아직 부르지 않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

노블레스 2026-07-31 10:00:00 신고

골드 자수와 스팽글 장식의 블랙 튈 드레스 LEEKYUNGYIM ATELIER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와 동 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소프라노 최정원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카르멘>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중앙일보 중앙음악콩쿠르 1위, KBS 신인음악콩쿠르 1위를 수상하는 등 정통 성악가로서 탄탄한 이력을 쌓은 그는 최근 한국 가곡과 아트 팝 가곡을 자신만의 섬세한 해석으로 들려주며 폭넓은 청중과 만나고 있다.
돌이켜보면 노래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 유치원 시절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고, 학창 시절에는 합창반 활동을 하며 학교 축제에서 독창 무대에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처음부터 성악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를 통해 성악가라는 직업을 알게 된 뒤 자연스럽게 자신의 미래로 받아들였다. 이후 마리아 칼라스와 홍혜경의 음반을 들으며 막연하던 꿈은 구체적 열망으로 바뀌었다. “순천에서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며 개인 레슨을 받았어요. 그러다 레슨 선생님의 추천으로 마리아 칼라스와 홍혜경의 CD를 접했죠. 그 전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는데, 완전히 다른 차원이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부르고 싶고, 이런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죠.”
정통 성악의 단단한 기반에 자신만의 음색과 해석을 쌓아온 최정원은 한국 가곡에서 한층 자유로운 표정을 드러낸다. 그 힘은 언어와 목소리가 만나는 방식에서 빚어진다. 미국 유학 중 김효근 작곡가와 인연을 맺은 뒤 그의 작품을 접하면서 최정원은 자신만의 장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많은 분이 제 가사 전달력을 칭찬해주세요. 하지만 저는 노래할 때 딕션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비법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그냥 말하듯 노래할 뿐이에요.” 그 자연스러움은 한국어가 지닌 리듬과 정서를 온전히 살려낸다. 그가 오랜 시간 마음을 두고 있는 아트 팝 가곡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아트 팝 가곡은 김효근 작곡가가 한국 가곡을 동시대 감각으로 확장한 장르다. 친숙한 선율과 서정적 가사를 품은 이 음악은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며 새로운 청중을 공연장으로 이끌고 있다. “외국 가곡은 내용과 뜻을 공부하고 불러도 그 언어의 뉘앙스를 온전히 전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한국 가곡은 제가 느끼는 감정을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듣는 분도 바로 공감하세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인 것 같아요.”
지난 6월에 선보인 리사이틀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그의 음악 세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무대였다. 그 어느 때보다 큰 규모로 준비한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지만, 그는 심한 감기에 걸린 채 무대에 서야 했다. 기대만큼 소리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그 자신에게 아쉬움으로 남았을 터. 그러나 그날 관객은 한 사람의 노래에 온 마음을 보탰다. “공연을 앞두고 한 지인이 저에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이곳에 오는 사람은 다 저를 사랑하는 이들이고, 저를 보고 싶어 오는 거라고요.” 그 한마디는 망설이던 그를 무대로 이끌었고, 공연이 끝난 뒤 그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다. “완벽한 소리, 완벽한 음악만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결국 가장 아름다운 건 진심을 건네는 노래가 아닐까 해요. 그날은 관객과 제가 하나 된, 깊은 울림이 오래 남은 무대였어요.” 리사이틀 제목은 김효근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부르지 않았다”는 가사를 처음 접했을 때 눈물을 흘렸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인가 생각하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그 가사를 보면서 ‘그래, 아직 안 불렀지’ 싶더군요.”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단순한 공연명이 아닌 그가 평생 품고 싶은 문장이 됐다.
오는 10월, 경주·포항·울산에서 펼쳐지는 오라토리오 <신라, 천년의 비상>에서 선덕여왕을 맡아 새로운 무대를 준비 중인 최정원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담백했다. “특별히 거창한 건 없어요.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지금처럼 자유롭게, 또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어요.” 완벽을 향한 긴 시간을 지나 최정원은 이제 진심이 닿는 순간을 노래한다. 아직 부르지 않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위해.

Copyright ⓒ 노블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