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강규 정치전문기자]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또 한 번의 대전환을 앞두게 됐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저지에 나섰지만 범여권이 토론 종결 요건인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법안 처리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마련된 후속 입법이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에 이어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하면서 검찰은 사실상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하는 기소기관으로 재편된다. 검찰개혁 2단계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야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권한을 축소하고 경찰 책임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피해자 권리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라고 주장한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보장하고,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 통제장치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경찰이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치도록 강제 규정을 둬 사건 지연 우려도 최소화했다고 강조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는 마지막 안전장치였다고 반발한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경찰이 잘못할 수도 있고 초동수사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한 번 걸러내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장동혁 대표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는 국민의 사법 안전망을 허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법안에서 정치권의 공방이 가장 거센 부분은 보완수사권보다 공소기각 사유 확대 조항이다.
개정안은 법원이 공소를 기각할 수 있는 사유에 '중대한 위법수사에 따른 기소'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기소'를 새롭게 추가했다.
국민의힘은 이 조항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의 공소기각을 염두에 둔 입법이라고 주장한다. 장동혁 대표는 "판사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하라는 조항을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고, 나경원 의원 역시 "모호한 기준을 통해 정치적 재판 종료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 자의적 기소를 통제하고 위법수사를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사법 통제장치라고 반박한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권 박탈이 아니라 권한 남용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본회의는 법안 내용만큼이나 국회의 권력지형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반대 입장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전략을 선택했지만, 범여권이 18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토론 종료와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호영 의원도 "필리버스터로 법안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잘못된 법안에 침묵하는 것은 동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기존 최장 330일에서 90일로 줄이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여당의 입법 추진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신속한 민생입법과 개혁입법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하지만, 국민의힘은 거대 의석을 앞세운 입법 독주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단순히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법률 개정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동시에 경찰 중심의 수사체계를 정착시키고, 국회의 입법 속도까지 높이는 일련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대한민국의 권력 구조와 형사사법 시스템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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