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칠레 산티아고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LS와 코델코 간 합작사업과 같은 모델이 앞으로 더욱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이 힘을 합친다면 핵심광물의 확보와 가치사슬 구축뿐 아니라 첨단 제조업과 방산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놀라운 협력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 산업통상부와 칠레 외교부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칠레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광물과 에너지, 방산, 디지털, 유통 등 양국 주요 기업 22곳의 경영진을 비롯해 정부·경제단체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류재철 LG전자 사장,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 등이 자리했다.
칠레 측에서는 로사리오 나바로 칠레산업협회 회장과 수사나 히메네스 칠레생산상업연맹 회장을 비롯해 광물기업 AMSA와 몰리메트, 철강기업 CAP, 펄프·임산기업 CMPC와 아라우코 등의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공급망 재편과 기술 경쟁이 맞물린 대전환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하고, 한국과 칠레가 상호 보완적인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칠레는 세계적인 리튬과 구리 생산국으로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핵심 공급기지”라며 “한국은 배터리와 첨단소재, 자동차,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광물이 풍부한 칠레와 첨단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며 “글로벌 경제 질서의 격변기라는 위기 상황을 공동번영의 새로운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이날 기업인들은 △핵심광물 △첨단산업·디지털 △친환경에너지·교역 확대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이 성공 사례로 거론한 핵심광물 분야에서의 LS와 코델코사업은 칠레 메히요네스에 있는 귀금속 회수공장으로 LS MnM과 코델코가 각각 66%, 34%를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PRM이 운영하고 있다.
2017년 완공된 이 공장은 코델코의 구리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애노드 슬라임을 가공해 금과 은, 팔라듐, 백금 등 고부가가치 금속을 회수한다. 칠레의 원료와 한국의 제련기술을 결합해 현지에서 부가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협력 사례로 꼽힌다.
LS는 코델코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구리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서 금과 은 등 귀금속을 회수하고 있다. 칠레의 광물자원과 한국의 제련·정제 기술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인 사례다.
LS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력망 투자가 맞물리면서 구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칠레와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한 광물 수입을 넘어 정·제련과 소재 생산 등 공급망 전반에서 공동사업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방산과 조선 분야에서는 한화그룹이 칠레를 중남미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삼는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한화는 칠레 해군의 잠수함·호위함 사업 참여와 조선산업 현대화를 위해 공동 설계와 생산, 제3국 수출까지 이어지는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장갑차 사업에서도 현지화 방안을 검토해 단순한 완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정비, 기술협력으로 사업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양국 정상은 앞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한국 군용차량의 칠레 수출 계약 체결을 환영하고 방산·조선 분야의 장기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네이버가 양국 간 ‘풀스택 AI 생태계’ 구축을 제안했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부터 플랫폼과 거대언어모델(LLM), 응용서비스까지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남미 국가 가운데 선도적으로 자국어 기반 LLM 개발에 나선 칠레의 경험과 한국의 AI 기술력을 결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칠레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데이터센터 등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도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는 OCI홀딩스가 태양광 핵심소재와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경험을 토대로 칠레와의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풍부한 일조량과 재생에너지 자원, 핵심광물을 보유한 칠레와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연계해 신규 투자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K푸드와 K뷰티 등 소비재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의 현지 유통망 진출 방안이 논의됐다. 식품 수출기업 호산물산은 칠레 현지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해 한국 식품의 판매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무역업체 씨아이씨디는 칠레의 주요 드럭스토어를 활용해 한국 화장품을 현지에 공급하고 이를 중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양국 간 경제협력의 범위를 광물과 제조업에서 소비재와 문화 연계 상품으로 넓히려는 시도다.
파트리시오 토레스 칠레 외교부 차관은 2025년 기준 한국이 칠레의 세계 6위, 아시아 3위 교역 상대국이라고 소개했다. 양국 교역이 2020년 이후 연평균 6.1% 증가했지만 투자와 혁신, 공급망 분야에는 추가 협력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칠레 정부는 오는 9월 기업과 경제단체,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민관 경제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할 예정이다. 무역과 투자, 기술혁신, 신산업 및 공급망 분야의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이번 정상회담과 라운드테이블에서 형성된 협력 동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로사리오 나바로 칠레산업협회 회장은 “양국 협력이 칠레는 자원을 제공하고 한국은 기술을 공급하는 관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양국이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바로 회장은 디지털경제와 무역 원활화, 환경, 지식재산권, 농산물 시장 접근 등을 반영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현대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2016년 이후 열리지 않았던 FTA 자유무역위원회를 10년 만에 재가동하기로 했다.
한·칠레 민간경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양국은 서로에게 첫 번째 FTA 파트너라는 특별한 관계”라며 “이번 만남이 새로운 투자와 사업, 지속적인 파트너십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첫 번째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FTA로 시작된 양국의 경제협력이 광물과 첨단·미래산업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연대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데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인들이 나눈 협력 아이디어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양국 정부도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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