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문성환 교수 | 한국 축구에 재능이 없는 게 아니다. 운동장에 가보면 놀랄 만큼 빠르고, 영리하고, 공을 잘 다루는 아이들이 많다. 문제는 그 재능을 어떻게 키우고 있느냐다.
우리는 너무 빨리 아이를 평가한다. 초등학생에게도 주전과 후보가 나뉘고, 경기 결과가 지도자의 능력이 되며, 대회 우승이 팀의 경쟁력이 된다. 당장 잘하는 아이는 더 많은 기회를 받고, 조금 늦게 성장하는 아이는 벤치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다. 그러다 보니 축구를 '배우는 시간'보다 '증명하는 시간'이 빨리 찾아온다.
기본기를 충분히 익혀야 할 나이에 경기에서 실수하지 않는 법부터 배운다.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기보다 가장 잘하는 자리에 고정되고, 새로운 시도보다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여기에 개인 레슨까지 더해진다. 팀 훈련만으로 불안한 부모는 더 많은 훈련을 찾고, 아이들은 팀 훈련이 끝난 뒤 또 다른 훈련장으로 향한다. 훈련량은 늘었는데 생각할 시간은 줄었다. 이것이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유소년 축구의 목적은 어린 나이에 완성된 선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자신만의 축구를 찾아가게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기다리지 못한다.
열두 살의 경기 결과로 가능성을 판단하고, 열세 살의 체격으로 재능을 평가하며, 열네 살의 주전 여부로 미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성장의 속도는 모두 다르다. 지금 가장 빠른 아이가 10년 뒤에도 가장 빠르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한국 유소년 축구가 바뀌려면 '누가 잘하느냐'보다 '어떻게 잘하게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지도자는 승리보다 성장을 평가받아야 하고, 부모는 출전 시간보다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클럽 역시 우승 횟수보다 얼마나 많은 선수가 오래 축구를 즐기며 성장했는지를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도 유소년 축구를 단순히 대회와 등록 선수 관리의 영역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연령별 성장 기준과 지도 철학을 세우고,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축구 선진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복사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 아이들이 실패해도 다시 공을 잡을 수 있는 환경이다. 조금 늦게 성장해도 기다려주는 구조이고, 이기는 방법만큼 축구를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문화다.
한국 축구가 망한 것이 아니다. 여전히 운동장에는 좋은 아이들이 있고, 좋은 지도자들이 있으며, 축구를 사랑하는 부모들이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오늘 몇 대 몇으로 이겼습니까?"가 아니라 "오늘 이 아이는 무엇을 배웠습니까?"
유소년 축구의 진짜 성적표는 오늘 들어 올린 우승컵이 아니다. 10년 뒤에도 그 아이가 축구를 사랑하는지, 그중 몇 명이 자신만의 축구를 하는지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거기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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