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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김은아 기자] 사실 해남은 ‘호프’ 이전에 이미 명작을 탄생시킨 바 있다. 2014년 개봉한 ‘명량’이다. 당시 개봉 12일 만에 천만 관객을 기록하며 기록을 새로 썼던 흥행작이다. 영화는 이순신 장군이 1597년 정유재란 당시 13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격파했던 명량대첩을 다룬다. 세계 해전사에 획을 그은 승전이 실제로 펼쳐진 곳도, 영화를 촬영한 곳도 모두 해남 울돌목이다.
울돌목은 진도와 해남군 화원반도 사이의 물길을 가리킨다. 폭이 294m로 한강과 비슷한 정도인데, 병목현상 때문에 물살이 빨라지며 회오리치고 바닥에는 암석이 깔려 있어 배가 지나기에 험한 지형이다. 울돌목이라는 이름도 바닷물이 암초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소리가 마치 바다가 우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명량대첩의 대승은 이런 지형을 적극 활용한 덕분이었다.
울돌목 앞 명량대첩해전사 기념전시관에서는 대첩이 벌어질 당시의 상황과 충무공의 지략과 전술을 설명해두었다. 전시관 한가운데에는 커다랗게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의미로, 장군이 출정전야에 부하들을 독려하며 남긴 말이다. 병력 차이가 10배에 달하는 적군과의 싸움에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 수군이 썼던 무기와 갑옷도 이색적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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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로 놓여진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울돌목의 험한 수세를 좀 더 가까이 체감할 수 있다.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로 물살이 회오리치는데, 수면에 많이 떨어지지 않은 높이인데도 아찔할 정도다.
해남과 진도를 잇는 명량해상케이블카에 몸을 실으면 사뭇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아래로는 울돌목 해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탑승 시간은 7분 정도로 길지 않지만, 수면 위로 높이 오르기 때문에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바닥이 투명하게 비치는 크리스털 캐빈에 탑승하면 손에 땀이 날 정도다.
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의 절경이 펼쳐진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너울지는 산등성이, 바다에 흩뿌려진 섬은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사방을 둘러싼 지명은 제법 살벌하다. 전사한 왜군의 피가 한 섬을 뒤덮었다고 해서 ‘피섬’, 진도 사람들이 송장을 수습해 산에 묻어주었는데, 왜놈들에게 덕을 베풀었다 하여 ‘왜덕산’이라고 불린다. 얼마나 큰 전투였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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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이순신 동상은 잊지 말고 챙겨볼 만하다. 전시관과 스카이워크 사이, 바다 위에 서 있는 동상은 크기가 작고 별다른 표기가 없어 유심히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동상은 울돌목을 바라보고 있어 관람객은 장군의 얼굴이 아닌 뒷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갑옷이 아닌 도포를 입고, 검 대신 지도를 들었다. 매서운 눈빛과 위풍당당한 풍모의 광화문광장 동상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곳에서 보는 울돌목은 넓기만 하고, 동상의 어깨는 이와 대비되어 더욱 작게 보인다. ‘울돌목을 살아서 나갈 수는 있을까’. 어쩌면 장군의 마음 한편에 자리했을 인간적인 두려움과 고뇌가 전해져오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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