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잇따른 수요 억제책에도 집값 상승 기대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다시 세제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하지만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전월세 부담까지 커진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시장의 기대심리를 꺾을 수 있을까.
공급 확대가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번 세제개편은 규제의 역풍을 잠재우고 흔들린 정책 신뢰를 되돌릴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대출 막고 토허제 묶어도…집값 상승 기대 ‘질주’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다. 가계부채전망이나 임금수준전망 등 다른 지표가 전월 대비 1~2포인트 안팎에서 움직인 반면, 주택가격전망CSI는 한 달 새 7포인트나 뛰어 127을 기록했다. ‘지금보다 1년 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상승 속도도 매섭다. 지난 3월만 해도 96으로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했지만 넉 달 만에 31포인트 치솟았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굵직한 규제가 이어졌지만, 시장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연이은 강경 메시지에 ‘이번에는 집값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피해는 임대차시장으로 옮겨붙었고 규제를 피해 이동한 수요는 다른 지역의 가격을 밀어올렸다. 최근 동탄의 가파른 상승세도 같은 맥락이다.
◇세제 강화 가닥 잡은 정부…시장 체감과는 ‘엇박자’
규제 기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달 초 부동산 대책을 포함한 하반기 세제개편안 발표가 예정돼 있고, 지난 23일과 27일 열린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방향도 드러났다.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자,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공제 축소 등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이 체감하는 고통과 정부가 꺼내려는 처방은 맞물리지 않는다. 실수요자들이 당장 맞닥뜨린 문제는 막힌 자금줄과 치솟는 전월세 비용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7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동향을 보면 실수요 비중이 높은 성북구(0.45)와 금천구(0.42), 노원구(0.40)의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매매 진입은 어렵고 임차 비용까지 커졌지만, 보유세 강화가 시장 안정의 해법인지도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열었지만 구체적인 세제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회의 직후 오기형 의원은 “세제개편안은 정부 의견을 들으라”며 “추가 당정협의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 간 추가 조율 없이 정부안이 그대로 추진 신호로 해석된다.
◇수요 억제책 한계 드러나나…세제개편 실효성 ‘시험대’
대출 규제로 입주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주택담보대출 한도까지 줄어 시장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는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한 채 다시 세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택 공급마저 실제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간에 시장 심리를 돌려세우기 어렵다. 이번 개편안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과 신뢰를 가늠할 사실상 마지막 시험대인 이유다.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종 수요 억제책에도 집값 상승 기대가 커졌다면 정책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고 본다”며 “다만 가격 기대에는 공급 부족과 최근 상승세, 임대차시장 불안, 금리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제개편은 수요 억제책의 한계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제 강화도 단기적으로 매수 심리를 억제할 수 있지만 집값 상승 기대가 강한 상황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매물 잠김이나 임대료 전가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세제개편과 함께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확대와 임대차시장 안정이 병행돼야 기대심리를 낮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