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강한 여름철, 편의점이나 마트 밖에 쌓여 있는 생수를 보고 "이 물을 마셔도 괜찮을까"라고 한 번쯤 걱정해 본 사람이 적지 않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반영해 31일부터 생수 보관 기준을 강화한다. 앞으로는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실내 보관이 원칙이 되며, 실외에 둘 경우에는 반드시 덮개를 씌워 햇빛을 차단해야 한다.
다만 당장 단속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유통업계의 보관 공간 부족 등을 고려해 단속을 2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규정은 바뀌는데 왜 단속은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이번에 바뀌는 규정은 기후환경부가 개정한 먹는샘물 보관 기준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은 생수를 어디에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했지만, 앞으로는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된다. 실외에 둘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햇빛을 막을 수 있는 덮개 등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정부가 기준을 강화한 이유는 고온과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된 페트병에서 일부 화학물질이 생수로 용출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사원이 2022년 공개한 실험에서는 생수를 섭씨 50도의 환경에서 15일 동안 자외선에 노출한 결과 포름알데히드와 안티몬 등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이 조건이 자연환경에서 약 3.9개월 동안 야외에 보관한 상황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한 화학물질이다. 다만 당시 실험에서 검출된 농도는 국내 먹는물 기준은 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의 기준과 비교하면 허용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티몬은 페트병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원료와 관련된 금속 성분이다. 국내 먹는물에는 별도의 관리 기준이 없지만, 감사원은 호주의 먹는물 기준과 비교했을 때 일부 실험 결과가 허용치를 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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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페트병 자체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페트병은 제조 과정에서 고온과 고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장기간 강한 자외선과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플라스틱 분자 구조가 조금씩 변하면서 일부 화학물질이 밖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직사광선 아래 놓인 생수병의 온도가 생각보다 크게 올라갈 수 있다. 최근 방송사가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편의점 야외에 진열된 생수병 표면 온도가 최고 46도까지 올라가는 모습도 확인됐다. 소비자가 손으로 만졌을 때도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다만 이런 결과만으로 일반적인 생수가 모두 위험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감사원 실험은 일반적인 유통 환경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오랜 기간 자외선을 지속적으로 쬐는 조건에서 진행됐다. 따라서 일상적인 상황에서 판매되는 모든 생수가 건강에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보관 기준을 강화한 것은 장기간 직사광선 노출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여름철에는 폭염이 반복되고 있어 유통 과정에서 생수가 고온 환경에 오래 놓일 가능성이 커진 만큼 예방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비자도 생수를 보관할 때 몇 가지 사항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이다. 집에서는 베란다처럼 햇볕이 오래 드는 곳보다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실내에 보관하는 것이 권장된다. 자동차 안에 생수를 장시간 두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한여름 차량 내부 온도는 60도 이상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개봉한 생수는 가능한 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 입을 대고 마신 생수는 침 속 세균이 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미생물이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가급적 하루 이틀 안에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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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을 여러 번 재사용하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병 표면에 미세한 흠집이 생기면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지고 위생 관리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일회용 생수병은 본래 반복 사용을 목적으로 제작된 용기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생수를 구입할 때도 간단한 확인이 도움이 된다. 병이 심하게 찌그러졌거나 변형된 제품, 햇볕 아래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제품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 보관된 제품을 선택하면 직사광선 노출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새 보관 기준을 시행하면서도 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단속은 2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편의점과 소형 마트는 매장 내부 공간이 부족해 생수를 실외에 진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안전을 위해 도입된 규정인 만큼 업계에서도 실내 보관 확대와 차광시설 설치 등 자율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시 말해 생수 자체를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폭염 속 직사광선에 오랫동안 노출된 제품은 가능한 한 피하고 올바른 보관 습관을 지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생수를 구입한 뒤 차량에 오래 방치하지 말고, 집에서도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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