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승전보를 울렸다고 PC가 가동을 멈추는 시대는 지났다. 낮에는 로컬 AI 모델을 돌려 문서와 이미지를 생성하고, 밤에는 그래픽카드가 전장에서 끼를 발휘해야 하는 실상. 바야흐로 사람만 주야 2교대를 하는 줄 알았더니 PC도 교대근무가 일상이 된 26년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PC는 야간수당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정도. 요즘같이 무더운 날엔 누진으로 불어난 전기요금 고지서가 뒤늦은 대가를 혹독하게 일깨울 뿐이다.
자고로 AI와 게임은 하는 일이 다르지만 좋아하는 먹거리는 제법 비슷하다.
빠른 CPU와 강력한 GPU 그리고 넉넉한 메모리와 고속 저장장치를 유독 밝힌다. 그중 다양한 부품에 전력을 공급하고 데이터를 오갈 길을 마련하는 역할은 메인보드만의 주특기다. 게임을 목적으로 조립한 고성능 PC가 로컬 AI 시스템으로 손쉽게 변신할 수 있는가의 실현 가부 또한 메인보드가 쥐고 있다.
그 점에서 주목한 ASRock X870E Taichi White는 사실상 다재다능한 AMD X870E 칩셋 기반 E-ATX 메인보드다. 외관은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얗기에 어쩌면 연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제법 견고하다. AMD AM5 기반 Ryzen 9000·8000·7000 시리즈와 Ryzen X3D 프로세서를 지원하고, 24+2+1페이즈 전원부와 PCIe 5.0, USB4, 10GbE 유선랜, Wi-Fi 7까지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옵션이다.
그렇기에 게임과 콘텐츠 제작, 로컬 AI까지 한 PC에 욱여넣으려는 욕심꾸러기 사용자에게 더욱 추천할 제품.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난다지만 PC에서 생긴 욕심은 대개 더 큰 케이스와 전원공급장치로 치료할 수 있다. 그에 상응하는 약간의 지출만 감당할 수 있다면 만족은 꽤나 흡족함으로 이어진다.
◆ ASRock X870E Taichi White 메인보드
① 기본
구분 : E-ATX 메인보드
소켓 : AMD AM5
칩셋 : AMD X870E
전원부 : 24+2+1페이즈(110A SPS)
기판 : 서버급 Low-Loss PCB / 8레이어 2oz 구리 PCB
BIOS : 512Mb UEFI AMI BIOS
지원 : Ryzen 9000 · 8000 · 7000 시리즈
② 메모리
규격 : DDR5 DIMM 4슬롯
용량 : 최대 256GB
클럭 : DDR5-8200+(OC)
지원 : 듀얼채널 · ECC/Non-ECC UDIMM · XMP · EXPO
③ 확장 & 저장장치
PCIe : PCIe 5.0 x16 2개(x16 또는 x8/x8)
M.2 : PCIe 5.0 x4 1개 + PCIe 4.0 x4 3개
SATA : SATA3 6Gb/s 3개
RAID : SATA RAID 0/1 · NVMe RAID 0/1/10
④ 그래픽 & 네트워크
그래픽 : HDMI 2.1 · USB4 영상 출력(최대 8K 30Hz)
유선 : Marvell(Aquantia) 10GbE LAN
무선 : Wi-Fi 7 · Bluetooth 5.4
⑤ 오디오 & USB
오디오 : Realtek ALC4082 · ESS SABRE9219 DAC · Nahimic Audio
USB : USB4 Type-C(40Gbps) 2개 · USB 3.2 Gen2x2 Type-C(20Gbps) · USB 3.2 Gen2 Type-A · USB 3.2 Gen1 · USB 2.0
⑥ 헤더 & 편의기능
팬 : CPU 2개 · 시스템 4개 · AIO 펌프 1개 · 워터펌프 1개
RGB : RGB 1개 · ARGB 3개
기능 : BIOS Flashback · Clear CMOS · Dr.Debug · 전원/리셋 버튼 · Auto Driver Installer · Polychrome Sync
크기 : E-ATX(305 × 267mm)
# 백야의 메인보드가 설마 곱상할 거라 생각했던가!
X870E Taichi White 메인보드 제품명에 붙은 ‘White’가 결코 빈말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PCB와 전원부 방열판, M.2 방열판은 물론 메모리 및 PCIe 슬롯과 주요 커넥터까지 올 화이트로 무장했다. 검은 PCB 위에 흰색 방열판 몇 개로 둘러싼 후 ‘난 화이트 메인보드요’라며 주장하던 제품도 있지만, 그 어떠한 것도 눈속임하지 않은 보기 드문 ‘찐’ 화이트 색상이 눈길을 끈다.
CPU 쿨링팬과 메모리, 그래픽카드만 화이트로 깔맞춤할 수 있는 능력만 발휘할 수 있다면 부품 사이에서 드러나는 깨알 같은 색상조차도 화이트라는 점이 화이트 성애자의 취향을 제대로 충족할 것 같다. 사실 너무 화이트여도 문제긴 하다. 너무 하얗기에, 어쩌면 그래서였을까? 타이치 특유의 기어 문양만 은색과 회색으로 표현해 흰색 바탕이 밋밋해지는 것만큼은 피했다.
화이트 성애자라도 이 정도의 센스는 허용해줄 수 있다.
화이트 시스템에서는 메인보드가 바탕이 된다. 검은 PCB는 RGB 효과를 흡수하는 반면 밝은 PCB와 방열판은 빛을 주변으로 퍼뜨린다. 같은 톤의 쿨링팬과 조명 효과로 꾸며도 ‘화이트’에서 유독 내부가 한층 밝고 넓어 보인다. 물론 일부 커패시터까지는 어렵다. 애초에 블랙만 나오는 제품이다. 다만 적어도 보이는 주요 영역은 확실하게 하얗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차려입은 사람이 검은 단추 하나 달았다고 해서 블랙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서두에서 AI까지 대응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당연히 24시간 365일 구동까지 염두에 뒀을 테다. 그러한 이유로 전원부의 탄탄함은 두말해선 입 아플 정도. 24+2+1페이즈, VCore와 SOC 기준 110A SPS로 디테일을 챙긴 전원부가 기본이다. 만약 Ryzen 9과 같은 상위 프로세서를 장시간 사용하는 게임과 렌더링, AI 작업 환경을 고려했더라도 1도 문제없다. 참고로 보조전원은 8핀 두 개를 사용한다.
PCB는 서버 등급 저손실 소재를 사용한 8레이어 설계이며 심지어 내부에는 2온스 구리층을 적용해 내구성을 높였다. 전원부 냉각은 대형 알루미늄 히트싱크와 히트파이프, 냉각팬으로 이뤄진다. 프로세서 부하가 지속되는 상황일지라도 전원부에 열이 과도하게 응축되는 일은 없다. 어디까지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이뤄져야 사용자의 심기도 평온하다.
메모리 슬롯은 기본 DDR5 4개다. 최대 256GB 용량과 DDR5-8200 이상 오버클럭도 시도해볼 수 있다. 로컬 AI는 그래픽카드 메모리의 영향도 받지만,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실행하거나 CPU와 시스템 메모리를 활용하는 환경에서는 전체 메모리 용량도 무시 못 한다. 게임과 스트리밍,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하는 PC라면 64GB 이상 구성의 명분이 뒤따른다. 다소 비싸긴 하나 여유가 되면 처음부터 32GB x 2ea 구성이 현명하다.
PCIe 5.0 x16 슬롯은 두 개다. 첫 번째 슬롯을 오롯이 x16으로 사용하거나 두 슬롯을 x8·x8로도 배분해 구동시킬 수 있다. 일반적인 게임용 성능에 무게가 실리기에 PC에서는 고속화 1번 슬롯에 그래픽카드를 장착하겠지만, AI 가속기와 고속 확장카드 등을 추가하는 시스템에서는 지속성이 중요한 나머지 2번 슬롯도 만만치 않게 쓰인다.
게이밍을 위한 전담 기능이라면 후면 USB 단자 가운데 라이트닝 게이밍 포트가 있다. 서로 다른 컨트롤러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간섭과 지연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디오는 Realtek ALC4082 코덱과 ESS SABRE9219 DAC, WIMA 오디오 커패시터를 사용한다. 최대 600Ω 헤드폰을 지원하는 전면 오디오 출력도 제공한다. 게임을 만끽해야 한다면 으슥한(?) 밤에 숨소리조차도 가두는 큼직한 헤드셋 착용이 기본인데, 이때 선명도를 높이기 위한다면 십분 사용하라고 있는 기능이다.
편의 기능으로는 그래픽카드 EZ Release가 있다. 대형 그래픽카드를 자주 교체하는 사용자라면 최근 출시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슬롯 걸쇠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고 두껍다는 점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다. 왜? 드라이버나 손가락을 카드 아래로 밀어 넣어 걸쇠를 눌러야 그래픽카드가 분리되는데, 손가락이 안 들어간다. 몇 번이나 이따위로 설계를 하면 어쩌란 말인가~와 함께 분출되는 분노 조절에 실패해 걸쇠를 부러뜨려본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공감하는 기능이다. EZ Release를 살포시 당기면 슬롯 잠금도 거부감 없이 포박을 해제한다. 덩치 큰 그래픽카드를 빼려다가 메인보드와 손가락 중 어느 쪽과도 원만한 합의를 못 해본 이라면 환영할 기능이다.
사실 메인보드가 직접 게임 화면을 렌더링하거나 AI의 추론 생성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CPU와 GPU가 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전력을 공급하고,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이에 넉넉한 데이터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본업이다. 그 점에서 X870E Taichi White는 주어진 본업에 꽤 진지하게 응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든다.
# AI 모델과 게임은 저장공간의 노예가 된다
정작 문제는 사용을 해봐야 알 수 있다. 가령 온라인 게임 서너 개를 내려받아 설치하고, 로컬 AI 모델을 세팅하다 보면 처음에는 충분하다고 여겼던 SSD가 금세 바닥을 드러내는 비통할 이슈다. AI와 게임의 공통점이라면 설치 버튼을 누를 때는 설레고, 남은 저장 공간을 확인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는 데 있다.
X870E Taichi White는 총 4개에 달하는 M.2 슬롯을 제공한다. 1번은 PCIe 5.0 x4 규격이며 나머지 2, 3, 4번은 PCIe 4.0 x4 방식이다. 운영체제와 주요 프로그램은 속도가 관건이니 당연히 1번 PCIe 5.0 소켓에 설치하는 게 맞다. 그리고 게임과 AI 모델 및 작업 데이터를 보관하는 용도의 스토리지는 나머지 소켓에 저장하면 된다. 이 또한 여유가 되면 속도고 나발이고 여러 SSD에 죄다 설치해 용도를 정해서 사용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긴 하다. 하지만 요즘 스토리지가 비싸다~ 기왕 사는 거 처음에 무리해서 고용량으로 가시라!
다만 플래그십 메인보드라는 의미 그대로 속도에 집착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빠르게 동작하는 게 본질이라는 의미인데, PC는 속도가 빠르면 발열을 동반한다. 그래서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 바로 냉각이다.
애즈락은 냉각 효율이 우수한 방열판으로 발열에 대응했다. 게다가 도구 없이 분리할 수 있어 SSD를 추가하거나 교체하기에도 편하다. 조립하다가 작은 나사를 떨어뜨린 뒤 케이스를 들고 탈탈 터는 역동적이고 숭고한 의식을 단 한 번이라도 겪어본 이라면 손나사 방식의 요긴함에 매료된다.
만약 데이터를 계속 내려받는 작업이 일상이라면 네트워크도 따져야 할 옵션이 된다. 최대 10GbE 유선랜은 NAS와 서버에 저장한 AI 데이터, 고해상도 영상 원본과 대용량 프로젝트 파일을 옮길 때 의미가 있다. 네트워크로 내려받는 기다림에 지쳐 자꾸 현기증이 난다면 방법은 스토리지에 담아 와야 하는데 이때에는 후면 USB4 Type-C 단자에 연결하면 된다. 2개 단자가 각각 최대 40Gbps 전송 속도를 지원한다. 기타 Wi-Fi 7과 Bluetooth 5.4도 내장하고 있다.
사실 먼저 출시된 블랙 색상의 X870E Taichi와 뭐가 다른 건데? 라고 할 수도 있다. 타사 브랜드 제품이 색상만 다를 뿐 기본 스펙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나올 만한 견해다. 그 점에서 색상만 달라진 파생 모델로 곡해하지 말 것을 제안한다. 일단 먼저 블랙 타이치와 단호하게 ‘다르다’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디테일이 달라졌기 때문. 기존 모델의 유선랜은 5GbE지만 화이트 모델은 10GbE로 업그레이드했다. 반면 SATA 포트는 기존 6개에서 3개로 줄었다. NVMe SSD 중심의 최신 시스템이라면 충분하지만, SATA SSD와 HDD를 다수 연결하는 환경이라면 고민의 여지는 남는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다.
# 모든 사용자에게 권장하는 건 아니다.
조립 편의와 기능 또한 제법 똘똘하게 챙겼지만 기본 체격(크기)은 만만하지 않다. 애즈락 X870E Taichi White의 규격은 305×267mm다. 일반 ATX 메인보드보다 폭이 넓은 E-ATX 체급이다. 케이스 사양에 E-ATX 지원이 표시돼 있더라도 메인보드 트레이와 측면 냉각 장치 위치를 살펴야 할 정도로 크다.
예를 들면 폭이 넓은 만큼 케이스의 케이블 홀 일부를 가릴 수 있다. 측면에 쿨링팬이나 라디에이터를 장착하는 어항형 케이스에서는 24핀 전원 케이블과 전면 USB Type-C 케이블을 연결할 공간이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화이트 시스템의 멋에 취해 부품을 주문하기 전에 줄자부터 꺼내야 하는 이유다.
기능 측면에서 주의할 부분이라면 Wi-Fi 7은 반드시 Windows 11에서 사용해야 하며 Windows 10용 드라이버는 제공되지 않는다. 10GbE 유선랜과 USB4도 연결되는 공유기와 스위치, NAS 및 외장 장치가 해당 규격을 지원해야 제 속도를 낸다.
마지막으로 저사양 시스템 조립을 가정해 Ryzen 5나 Ryzen 7과 그래픽카드, M.2 SSD 한두 개를 사용하는 일반 게임용 PC라면 X870E Taichi White의 기능 가운데 상당 부분은 대기 상태다. 반대로 Ryzen 9과 상위 그래픽카드, 여러 개의 NVMe SSD, 10GbE NAS와 USB4 장비를 사용하는 환경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플래그십 메인보드가 된다.
** 편집자 주 = 현실 세계의 2교대 PC, 멋짐이란 것이 폭발한다.
X870E Taichi White의 화이트 디자인은 시선을 끄는 첫 번째 장치다. 사용하면서 더 오래 남는 부분은 Ryzen 9을 받아내는 전원부와 PCIe 5.0 확장 슬롯, 네 개의 M.2 슬롯, USB4와 10GbE로 이어지는 연결성이다.
게임과 AI는 고성능 하드웨어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 게임은 높은 프레임과 빠른 반응을 요구하고, 로컬 AI는 GPU 연산 성능과 메모리, 대용량 저장 공간을 요구한다. X870E Taichi White는 두 사용 환경이 한 PC를 공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전력과 확장 여유를 제공한다. Claw Quickset은 갖춰진 하드웨어를 AI에 활용하는 첫 단계를 가볍게 만든다.
다만 누구에게나 필요한 메인보드가 아니다. E-ATX를 받아줄 케이스와 플래그십 프로세서, 고성능 그래픽카드 및 여러 저장장치를 갖춘 시스템에서 존재 이유가 뚜렷해진다. 화이트 색상만 넋 놓고 있다가 구매 버튼을 눌렀다가는 메인보드도 하얀데 가격표를 확인한 얼굴도 함께 하얘질 수 있다.
대충 연상해 보면 이러한 환경이라면 투자한 만큼의 값어치를 체감할 수 있겠다. 낮에는 AI 모델을 굴리고 밤에는 게임을 실행한다. 주인은 퇴근해도 PC는 좀처럼 쉬지 못하도록 자동화된 개발 툴을 돌려서라도 뽕을 뽑으려는 사용자. 그러한 환경에서의 애즈락 X870E Taichi White는 분명 분위기는 화이트지만 일정표만 보면 제법 블랙일 가능성이 높다.
ASRock X870E Taichi White는 그렇게 AI와 게임 사이에서 2교대를 시작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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