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법정 모습. (사진 출처=대법원 청사갤러리)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운영한 이른바 '사무장병원'에서 실제 의사가 환자를 진료했더라도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상적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진료에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지만, 사무장병원의 경우는 면세 혜택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충남의 한 의료법인이 대전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의료법인과 세무당국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사무장병원에서 발생한 진료수입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것 자체는 적법하다는 대전고법의 판결이 확정됐다. 다만, 부가가치세는 무신고에 따른 7년의 부과제척기간이, 법인세에 대해서는 부정한 행위가 인정돼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각각 적용됐다. (사건번호 2026두30111)
비의료인 A 씨는 2008년 6월 충남에 있는 의료법인 명의의 요양병원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자신 또는 처남을 의료법인 이사장으로 내세우고 의사들을 고용해 2017년 11월까지 약 9년 5개월간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다.
이 기간 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13차례에 걸쳐 약 136억 5000만 원의 요양급여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의 사무장병원 운영 사실이 적발되자 건강보험공단은 의료법인과 A 씨를 상대로 이미 지급된 요양급여비에 대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을 내렸다.
세무당국도 해당 의료법인에 2011년부터 2018년까지의 부가가치세 약 32억 9000만 원과 법인세 등을 부과했다.
재판의 첫 번째 쟁점은 사무장병원에서 이뤄진 진료를 일반 병원의 진료와 마찬가지로 보고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될지 여부였다.
통상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의사 등이 제공하는 진료에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해 제공한 진료는 세법이 정한 '의료법에 따른 의사 등이 제공하는 의료보건 용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를 환수한 만큼 해당 금액을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의료법인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단의 환수처분은 진료 거래가 이뤄진 뒤 불법적인 병원 운영에 대해 별도로 내려지는 제재로 환수금을 실제로 납부했더라도 과거의 진료 거래 자체가 소급해 사라지거나 당시 진료비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다만 부가가치세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부정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무신고에 따른 7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됐는데, 10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려면 단순히 세금을 신고하지 않은 것을 넘어 장부를 조작하거나 허위 사실을 만들어내는 등 적극적인 부정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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